연명의료결정제도는 지난 2018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도입돼 5년만에 참여자가 2배로 증가하는 등 사업이 확대됐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연명의료 중단 결정 시점, 의료진 인식 등 미비점이 많은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김상희 의원이 주최하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주관한 ‘시행 5주년을 바라보며, 연명의료결정제도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 좌측 부터 김상희 의원, 김명희 원장
이날 김상희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이제 계도기간을 지나 안정적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됐다”며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약 140만명이며, 이와 함께 등록기관 유형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하지만 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의료기관 수가 부족하고 담당 의료인의 교육도 부족해, 제한된 범위에서의 연명의료 중단과 환자 본인의 의사 결정권 문제가 과제로 남아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현장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진 심포지엄에서는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가운데 조정숙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이 ‘연명의료결정제도 운영 현황 및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및 작성현황 등에 대해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2018년 10만529명에서 2022년 7월 22만6977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연명의료 계획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서 역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의 중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필수적인데 현재 윤리위원회 설치 대상 의료기관 3227개 중 실제 설치 기관은 330개(10%)에 불과했다.
조 센터장은 “연명의료 담당 의료인 교육 수료율에 의사가 5.9%, 간호사는 2%로 매우 낮다”며 “연명의료결정제도 참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의료인 교육 수료율을 높이는 방안과 연명의료결정제도 참여자에 대한 심리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설치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종합병원급에는 윤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설치가 힘든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공용윤리위원회를 통한 위탁협약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는 이복희 (사)호스피스코리아 상임이사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현장의 입장을 설명하며, ‘One Stop 서비스’를 강조했다.
“취약계층의 이용자가 방문기관을 찾기 어렵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운을 뗀 이 이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로 나눠 기관을 지정해 등록하고 기관간 긴밀함을 통해 바로 연계되게끔 해야 한다”며 “더불어 운영비를 지자체 예산에 반영하고 민관협력 등 행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신혜 서울대학교병원(완화의료 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의료기관 임상현장 역시 절차 이행 과정에 있어 환자, 가족, 의료진에게까지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환자에게 치료설명과 동의만 얻어오다 갑자기 임종과정이 되었다고 연명의료 여부를 선택하라면 환자와 가족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며 “심폐소생술 등 응급의료행위도 연명의료행위인지 현장에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적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리의사 결정이 가능한 현재의 법이 윤리적인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며 “환자의 자기 결정권 존중을 위한 시도와 의료진 대상 임종 돌봄 교육과 현실적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공용윤리위원회 운영 중 위탁기관의 어려움을 꼽은 서보남 영남대병원 간호사는 “제도 시행 담당 인력 부족과 잦은 인력 변경 등 어려움이 있고 가족의 경우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을 알리기를 원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와 가족 동시 의사확인서 작성과 함께 현재 종합병원으로 되어있는 거점을 요양병원, 호스피스 전문병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 본인의 의사가 아닌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나 전원의 합의에 의한 연명의료결정까지 허용하고 있다”며 “생명 경시 풍조나 환자가족이 경제적 이유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악용할 소지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제도 남용 방지책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무연고자의 경우 대리인 지정제도를 도입하고 요양병원 연명의료결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요양병원의 임종과정 환자 판단을 의사 1인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윤리위 미설치 기관 담당의사는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 조회를 가능하게 해야 하며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인식을 위해 의료진에 의무교육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