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대학교(총장 한균태)는 한의과대학 김재진·김태곤·노준학 학생(16학번)이 한약재 ‘나복자’의 알코올성 간질환에 대한 효과 및 작용 기전에 관한 연구를 수행, ‘Raphani Semen(Raphanus sativus L.) Ameliorates 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by Regulating De Novo Lipogenesis’라는 제하로 국제학술지 ‘Neutreints’(IF=5.7) 온라인판에 게재됐다고 11일 밝혔다.
십자화과의 무(Raphanus sativus L.)나 같은 속 식물의 씨를 이용해 만든 약재인 ‘나복자’는 냄새가 없고 맵고 단 맛이 나는 특징이 있으며, 기를 통하게 하고 체기를 내리는 효능이 있어 한의학에서는 복부 창만이나 트림, 위산과다, 설사 등에 활용돼 왔고, 또한 가래를 삭이고 마른기침이나 천식, 변비에도 효능이 있다. 이와 함께 식욕부진 치료나 오래된 담, 오래된 기침을 멈추게 하고, 약리작용으로 포도상구균 등의 억제작용, 피부진균 억제작용, 혈압강하작용, 항염증 등이 보고됐다.
실습과목 중 실험결과 토대로 학부생 연구지원사업 ‘참여’
연구팀은 ‘간독성에 대한 나복자의 효과 연구’를 주제로 2020년 6월부터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지난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학부생연구지원사업’에 참여하며 탄력을 받았다. 학부생연구지원사업 지원은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였지만, 그 이후에는 한의학과 엄재영 교수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이와 관련 노준학 학생은 “실습과목 중에 나복자를 활용한 실험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나복자의 효능에 관심이 생겼다”며 “연구지원이 마무리되면서 엄재영 교수님께 무작정 찾아가서 연구를 계속해봐도 되는지 여쭤봤는데, 교수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지도도 해주셔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고, 연구실의 다른 박사님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코올(에탄올)을 투여한 동물모델과 유리지방산인 팔미트산(Palmitic acid)을 처리한 간세포주인 HepG2 세포를 이용해 알코올에 의한 간독성 모델을 확립했으며, 나복자는 물추출을 통해 활용했다.
연구 결과 나복자는 알코올에 의해 발생한 간독성과 지방간을 회복시키는 한편 지방 생성에 관여하는 인자인 SREBP1, C/EBPα, PPARγ, Lipin-1의 발현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입증, 나복자가 알코올성 지방간과 간질환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재진 학생은 “학부 실습에서는 한약 배오(配伍)의 원리인 약대(藥對)의 실험적 입증을 위해 나복자와 숙지황을 함께 사용했는데, 알코올성 지방을 분해했다”며 “그래서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두 약재의 동시 사용 사례와 개별 사용 사례를 모두 수행했으며, 결과적으로는 나복자 단독 활용시의 결과가 좋아 나복자에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학부시절, 후배들도 꼭 연구에 참여해 보기를”
한편 이들은 처음 진행한 연구라서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엄재영 교수를 비롯한 약리학교실 연구원들의 도움으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준학 학생은 “기초연구는 임상과는 유리됐다는 인식과 전통적 한의학을 추구하는 학생이 많아 생화학적 기전에 관심 없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과정을 통해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공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으며, 후배들도 재학 시기에 연구에 참여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재진 학생은 “우리와 같은 시도가 늘었으면 좋겠다. 연구가 결국은 한의사라는 직업에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학과에서도 관련된 교육이 늘어나도 긍정적일 것 같다”고 밝혔으며, 김태곤 학생도 “임상만이 아니라 기초연구도 직접 해보니 연구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이해도가 높아졌다. 연구가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고 연구의 소회를 전했다.
한편 엄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학생들이 본과 2학년 약리학실습 시간에 진행한 연구 결과에 흥미를 갖고 지속한 결과물”이라며 “학부생 연구라는 점, 나복자가 알코올성 지방간과 간질환 치료에 활용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 점, 실습내용을 선행연구로 해서 학부생지원사업을 통해 지속한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어 “학부생은 연구에 고정관념이 없어,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한의과대학에서 학부생 연구를 장려하고 있는데, 이는 한의학의 국제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