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지난 21일 제1회 전달식이 진행된 ‘자생 신준식 장학금’ 장학사업은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이 사재를 출연해 전국 한의대생들에게 힘을 북돋워주고자 마련한 것으로, 평소 ‘교육이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준비’라는 신념 하에 인성이 바르고 한의학의 세계화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을 목표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본란에서는 신준식 명예이사장으로부터 후학 육성의 필요성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사업을 추진하게 된 취지는?
“3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생한방병원 및 자생의료재단을 이끌며 한의학의 표준화·과학화·세계화에 온 힘을 쏟았다.
이제는 내가 해왔던 역할을 후배 한의사들에게 물려주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끔 독려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장학사업이 아니라 묵묵히 후학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가 훌륭한 인재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한의학을 사랑하고 한의학 발전에 기여코자 하는 학생들이 마음껏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한의대를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생각보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후학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치열한 대학시절을 보냈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동기에게 장학금을 양보했던 기억은 지금도 ‘행복’으로 자리잡고 있다. 함께 공부하던 한의학도들 모두가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듬어 주던 시절이었다. 당시 함께 했던 동기와 선후배들은 현재 한의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한의사들로 거듭났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 선배 한의사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도움을 나누고 협력해 나간다면 반드시 한의학의 중흥은 계속될 것이다.”
Q. 자생한방병원·자생의료재단의 장학사업과는 별도로 추가로 사비를 들여 장학금을 마련했는데.
“그동안 저소득 청소년들을 위한 ‘희망드림 장학금’, 한의학 세계화 인재를 위한 ‘자생 글로벌 장학금’,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두드림 장학금’ 등 자생의료재단의 장학사업 수혜인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 485명에 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장학사업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더욱 활발한 장학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사재를 털어 장학금을 마련한 데에는 독립운동가였던 선친의 영향이 컸다. 선친인 청파 신현표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면서 약자에 대한 연민과 의술(醫術)을 넘어 인술(仁術)을 강조하셨다.
선친의 독립운동을 돌이켜보면 그 분들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독립운동에 무조건적인 헌신을 해오셨다. 선친은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일제의 ‘한의학 말살 정책’ 속에 쇠퇴해가던 한의학을 걱정하며 관련 지식들이 후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한의학 지식들을 책에 상세히 기록하시기도 했다. ‘자생 신준식 장학금’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듯, 무조건적인 후배 사랑의 실천으로 봐줬으면 한다. 아울러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후학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조그만 성의로 인식되길 바란다.”
Q. ‘장학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장학사업을 통한 후학 양성은 결국 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의학 발전에 있어 생명과도 같다. 최근 한의계는 한의치료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교육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이는 한의학 발전의 원동력이자 후학들이 한의학을 발전시키는 밑거름 역할을 한다.
7대째 한의사 가업을 이어오며 어린 시절 왕진을 나가시는 선친의 자전거에 올라타 환자들의 치료를 보조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한의학은 오랜 경험과 임상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산이다. 아마 지식의 전수가 한의학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달은 것은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최근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된 추나요법도 마찬가지였다. 추나요법에 대한 기틀을 만들 때 표준화·과학화 과정에 힘썼던 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임상표준지침’을 제작하고 각 한의과대학에서 이를 교육할 수 있도록 한 일이었다.
즉 장학사업은 한의학 중흥을 위한 탄탄한 토대를 쌓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이러한 사고방식도 결국은 교육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
Q. ‘나눔과 협력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항상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 철학은 ‘긍휼지심’(矜恤之心)이다. 이는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 운영에 근간이 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저는 공익한방의료재단인 자생의료재단 출범 시기 653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혹자는 어떻게 그러한 결정을 할 수 있었느냐고 묻곤 했지만, 사실 그 물음은 내가 나 자신에게 수백 번도 더 해본 질문이었다. 하지만 선친이 알려주신 긍휼지심을 ‘나눔’이라는 방법으로 실천하고 완성하기 위해 가진 것들을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것이 고민 끝에 내려진 해답이었다.
나눔은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몸과 마음이 허약해지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찾을 때까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나눔이란 허약해진 사회가 자생력을 기를 수 있을 때까지 따뜻한 손길을 보태는 치료와 같은 행위이기에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이라면 더더욱 나눔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생 신준식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도 이러한 정신을 잊지 말고, 선배 한의사들의 뜻을 자신들의 후배들에게 굳건히 이어나가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Q. 이번 장학생 가운데 기억에 남는 지원자가 있다면?
“장학생들 모두의 사연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모든 장학생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고 한의학 공부에 전념하는 모습에 대견함이 느껴졌다. 꿈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학생들의 사연들을 듣다 보니 저절로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장학생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장학금을 받게 된다면 자신이 받은 도움을 앞으로 한의계와 사회에 그대로 돌려주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었다. 그 마음들이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세대가 지나도 중요한 나눔의 마음은 항상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한의계 발전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 특히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위축된 사회·경제적 사정 탓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매우 많아졌다. 코로나 상황이 해결되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현재 운영 중인 장학금 사업에서 규모를 확대해 좀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장학사업 이외에도 한의학이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연구들에 더욱 강력한 기틀을 마련하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의학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R&D(연구개발) 지원, 국내·외 유수 대학들과의 협력 및 보다 많은 국민들이 한의 치료를 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