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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9일 (금)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⑧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⑧

눈을 밝게 하는 씨앗, 결명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9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권해진.jpg

 

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저자 


1월에는 텃밭에 나가서 할 일은 없지만 집 안에서는 손이 바쁩니다. 콩과 식물은 밭에서 거둬들였다고 갈무리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콩깍지가 건조되어 콩이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널어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파트에 살면서 텃밭을 하니 그렇게 널어둘 장소가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큰 소쿠리에 콩깍지를 넣어두고 베란다에서 마르기를 오래 기다립니다. 김장도 끝내고 울금, 돼지감자, 토란 등 뿌리작물을 겨울 동안 먹을 수 있도록 장만한 후 그 다음 손이 가는 것이 바로 콩과식물입니다. 콩깍지가 벌어져 저절로 나온 콩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입을 열지 않은 콩깍지는 손으로 하나하나 까줘야 합니다. 

“원래 이렇게 다 손으로 까요?” 딸이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원래는 땅에 두고 ‘도리깨’라는 농기구로 두들겨서 콩을 털어내지.” 

할머니의 설명에서 아이는 도리깨라는 단어를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보통은 ‘콩을 턴다’거나 ‘탈곡한다’는 표현으로 콩 갈무리를 이야기하지만 저희는 작은 텃밭에 저희 가족 먹을 거만 심기 때문에 ‘콩을 깐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꼬투리를 깔 때 콩 다섯 알이 떨어지면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중독성이 있는 단순노동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즐겁게 시작해도 1시간을 앉아 같은 자세로 콩을 까다보면 내년에는 콩 농사를 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만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같지만 허리도 아프고 가만히 있는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합니다. 한 소쿠리 콩깍지가 한 주먹의 콩이 되면 정리의 뿌듯함과 더불어 1/50로 줄어든 부피를 보는 허무함도 겹칩니다.

 

“이건 콩이 왜 이렇게 작아?” 제가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잘 봐! 콩 아니야! 결명자야.”

콩 꼬투리와 다르게 아주 길면서 가늘게 생겼습니다. 조금만 비틀어도 후두둑 결명자가 떨어지지만 한 톨이라도 안에 있을까봐 다시 꼬투리를 열어 손으로 훑어냅니다. 

“결명자가 너무 작아서 이거 하나하나 고르다가 눈병 나겠어.”

머리를 숙이고 집중하는 제게 어머니는 “콩이나 결명자 갈무리는 손 느낌으로 하는 거지. 그렇게 눈으로 하나하나 어떻게 하겠어. 대강 훑어.” 라고 조언을 하셨습니다.

“그렇네! ‘눈을 밝게 하는 씨앗’이라는 뜻으로 ‘결명자(決明子)’ 라고 부르는데 눈이 충혈되면 안 되지.”

결명자 (2).jpg


◇결명자로 눈에 열기가 있는 증상 치료

『동의보감』에 결명자는 ‘성질이 평하고 약간 차다고도 한다. 맛은 짜고 쓰며 독이 없다. 청맹(靑盲,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과 눈이 벌겋게 아플 때, 눈물이 흘러 피부를 적실 때, 눈에 군살이나 흰색 또는 붉은색의 예막이 자라날 때 주로 쓴다. 간기(肝氣)를 돕고 정수를 더해주며, 머리 아픈 것과 코피를 치료하고 입과 입술이 파래진 것을 치료한다.’고 전해집니다.

결명자는 간기를 돕고 성질이 차서 간화(肝火)를 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의학에서 눈은 간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둘 다 오행의 ‘목(木)’에 해당합니다. 눈에 열기가 있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성질이 있으므로 몸이 찬 사람에겐 좋지 않습니다. 이뇨작용을 도와주어 혈압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으니 평소 저혈압이 있는 분도 주의해야 합니다. 

“음력 10월 10일에 씨를 받아 백 일 동안 그늘에 말리고 약에 넣을 때는 약간 볶아서 사용한다고 『동의보감』에 있네. 그럼 정월 대보름 때쯤부터 차로 마시면 딱 책대로 하는 거야.” 

책으로 공부해서 어머니께 항상 알려드리는 저는 이번에도 결명자를 까다 말고 책을 펼쳤습니다.

“아직 깔 거 많아. 먹거리 장만이 그리 쉬운 줄 알어? 먹을 궁리 말고 와서 도와.”

결명자 (1).png
<출처: 전통의학정보포털>

 


◇사람은 두루 만나고, 콩은 도 닦듯이 정성껏 골라야

세 바구니의 콩과 식물을 갈무리하는 일은 끝이 없어 보이는 일이었지만 끝을 맞이했습니다. 결명자 한 주먹, 쥐눈이콩이라고 불리는 서목태 세 주먹, 오리알태 두 주먹이 되었습니다. 같은 양을 심어도 쥐눈이콩이 어디서든 잘 자라고 수확량도 많습니다. 그런데 콩나물로 키워먹으면 정말 맛있는 오리알태를 큰 쟁반에 두고 고르기를 또 합니다. 콩나물을 키우려면 조금이라도 썩은 부분이 있는 콩은 다 골라내야 합니다. 모양새가 좋지 않은 콩도 골라냅니다. 

“도를 닦듯이 정성껏 골라. 사람은 골라서 만나지 말고 다 두루두루 만나야 하지만 콩은 잘 골라야 한다.” 

 

어머니 말씀은 아직도 두루 많은 이에게 마음을 못 여는 제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한 알 한 알 흠이 있는지를 보다보니 또 눈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눈을 감아도 콩이 눈앞에 어른어른합니다. 무아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그래도 유기농 콩으로 유기농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으려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콩나물시루를 두고 일 년 내내 콩나물을 길러 먹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최소 6번 정도는 물을 주어야 하는 콩나물은 기르기 쉽지 않아서 주로 외부활동이 많지 않은 겨울에만 주전자에 길러 먹습니다. 집에서 길러 먹는 콩나물은 머리부위는 딱딱하고 줄기는 질기지만 한 알 한 알 고른 콩에서 자란 것이라 행복한 마음으로 꼭꼭 씹어 먹습니다.

결명자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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