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임상기술과 문헌정보, 한약재 등 자원을 활용하여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해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거쳐 빅데이터, 인공지능(이하 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기술과 신제품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신약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IT)이 결합된 디지털 신약(전자약), 마이크로 기술이 접목된 체내 삽입형 의료로봇 등 얼마 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한의약에 접목하기 위해 작년 연말에 수립된 제4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한의약 과학화․산업화․세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핵심은 한의약 임상정보를 체계적․종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허브(Hub)’와 한약·한약재와 관련한 다양한 실험정보를 편리하게 응용하기 위한 ‘한약정보 인공지능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과는 2016년부터 표준 전자의무기록(이하 EMR)을 기반으로 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왔으며, EMR 인증도 실시해 3천여 개 의료기관이 표준화된 EMR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용어 표준화의 미흡으로 인한 표준화된 EMR 데이터베이스 구조조차 없는 한의약의 특성 때문에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구축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지던 분야였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의과의 EMR 미사용 비율이 한방병원 14.1%, 한의원 23.6%로 의과(병원 6.4%, 의원 8.4%)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한의약 임상시술 등의 안전성·유효성 비교연구 등이 부족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근거자료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정부는 2016년부터 개발해왔던 30개 질환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하 CPG)을 기준으로 올해부터 용어를 표준화하고, 이를 임상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한의약 표준 EMR을 단계적으로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한의약 진료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30개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표준 EMR을 대형 한방병원 등과 1만 5천여 개 한의원이 사용하게 된다면 편리하고 신속하게 의료기관 간 임상정보 교류가 가능해지고, 연구 목적의 실제적인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도 축적할 수 있어 한의약의 안전성과 임상적 효과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의과는 몇 년 전부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임상정보를 빅데이터로 축적하여 질환별 임상시술의 안전성․유효성을 비교분석하고 있고, 이를 유전자 데이터 등과 결합하여 개인별 맞춤형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 등 정밀의료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의약도 올해부터 30개 질환의 CPG를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한의약 표준 EMR을 2023년까지 개발해 의과와 동일하게 인증사업을 추진하고, 여기서 생성된 한의약 임상정보를 의료기관에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2024년까지 구축하며, 이를 기반으로 축적되는 한의약 임상정보를 연구용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업은 특정 학회나 대학, 병원이 할 수 없고, 모든 학회와 대학, 한의의료기관이 참여하여 한의약 특성에 부합하는 CPG 및 EMR을 개발하고, 이를 모든 한의의료기관이 자유롭게 활용하고 임상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한의약의 안전성·유효성 비교연구 등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정책에 활용할 수 있고,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한의약계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