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체가 정치의 시작”
김준연 경기도한의사회 감사(보건한의원)
정치라는 것이 흔히 권력을 이야기 할 때가 많지만, 사실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이해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진료도 역시 어찌 보면 정치의 일환이라고 여겨진다. 한 의원의 원장으로 진료에 매진하며 지내고 있지만, 내가 속해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를 이해하는 것에 대한 갈구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것 같다. 마침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줘 <정치아카데미>를 수강하게 됐다.
그러한 이유에서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나 현경병 전 의원과 같이 유명인들의 강좌도 흥미로웠지만, 특히 동종 직종에 있는 선배 한의사인 문규준 의원과 조옥현 의원 강의가 인상 깊었다.
정치는 반드시 출마를 목표로 활동하지 않아도, 사실 진료실이나 외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체가 정치의 시작이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한의사 직능의 고충과 봉사, 희생을 더 많이 알게 될 때 한의사가 더욱더 빛을 발할 것이다. 그러므로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좋겠다.

“우리 생활 안에 정치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고희정 원장(과천 약촌미가한의원)
한의원에서의 업무는 사무직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영업직처럼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 섞여있는 느낌이 종종 든다.
초기에는 환자와 지역을 이해하기도 벅차서 일상의 많은 시간들을 원장실과 치료실에서 보냈지만, 경력이 쌓여가면서 세상으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과 더 많은 경험들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노모와 수험생을 돌봐야하는 상황은 어디 한번 마음대로 외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다 마침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정치아카데미>를 온라인으로 한다고 해 주저 없이 신청하게 됐다.
퇴근 후 집에서 ‘줌(Zoom)’으로 강의를 듣는 편리함은 물론 정치 입문자의 경험뿐만 아니라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 있어서의 은밀한(?) 내용도 엄청 신기했다. 한편으로는 ‘왜 한의사 정치인이 별로 없었을까?’라는 의문도 생겼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대가는 불이익이다”라는 라디오 앵커의 언급이 생각난다. 또 근래 들어서는 2~30대 젊은이들이 대선 후보들과 국가 현황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각자 모두가 사회적 존재이므로 우리 생활 안에 정치가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게 있어 ‘정치 창구’는 더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선배들의 열정으로 오늘의 협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른 회원들이 내년이나 그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하려고 수강했다면, 나의 경우 지역 정치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신청했다. 당장 내년에 후보로 나오는 분들이 지역에서 함께 알고 지낸 온 분들임에도, 이전에 서로 곤란한 상황을 종종 겪었던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잘 지내려면 먼저 정치와 정치 입문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12강좌에 앞서 받아본 강의자료도 좋았다. 홍보 방법과 선거관련 비용 등 실제 현장감이 느껴지는 강의 내용이 많아 내년에는 지역에서 정치 이야기를 나누거나 후보자들과의 만남이 덜 두렵게 된 듯하다. <정치아카데미>를 기획하고 준비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다음에는 스피치나 연설 원고문 쓰는 방법, 소그룹 모의 연습 모임을 가져보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남겨본다.

“애민정신의 새김과 소통 트렌드 실습해 유익”
황세린 한의사(구 옥빛린한의원)
갓 한의사가 되어 부원장으로 근무했던 시절, 대한한의사협회장을 역임했던 조용안 선생님이 정치에 뜻을 두고 활동하였던 것을 근무하던 한의원을 통해 어렴풋이 듣고 있었다.
그래서 한의사이자 여자, 엄마로서 부당함을 겪을 때마다, 내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정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다.
이는 무지해서 용감했던 것 같다. ‘입문도 정치활동도 쉽지는 않겠구나’ 짐작하던 차,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정치아카데미>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호기심 반 반기는 마음 반’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실전에서 우러나온 소중한 경험들을 나눠준 전·현직 한의사 의원들이 제일 우선시하고 강조한 것이 있다. 스스로 희생하며 지역민을 사랑하는 ‘애민정신(愛民精神)’이 바로 그것이다.
‘정당’과 단어조차 생소했던 ‘공천’이 가장 중요하다는 현실도 알게 되었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SNS의 중요성, 유튜버가 되어보기, 요즘 트렌드인 메타버스의 개념과 소통을 위한 방법들을 실습해 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강의 회차가 누적될수록 ‘나는 정치를 하기에 적합한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쉽지 않은 길이기에 섣불리 도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현실적으로 들었다. 하지만 향후 정치입문을 할 때 필요한 소양을 갖추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기회였다.
그런 면에서 한의사라는 직업자체가 오랫동안 지역민들을 가까이서 만나고, 내 이름 석자를 좋게 남기기에 최적이란 사실에는 공감했다. 정치에 뜻이 없더라도 한의사가 가져야할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덕목을 되새길 수 있었다. 한의사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치하는 한의사가 되어 작은 디딤돌 하나 보탤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대가 요구하는 부의
노성식(필명)
한의학이 비주류 의학으로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력 부재’다. 그 원인은 경제적 토대인 ‘거대 자본’이 없기 때문이며, 이것은 ‘특허를 통한 배타적 권리’와 ‘자본주의적 대량생산 양식’이 한의학 특성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척박한 토대를 딛고 일어설 한의사의 정계진출은 더욱 더 절실하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 마련한 <정치 아카데미> 강의는 그동안 매스컴으로만 접해왔던 정치의 속살을 보는 것 같았다. 정치일선에 있었던 선배들의 절절하고 소중한 경험담, 정치와 선거의 본질적인 측면, 선거 때만 되면 엎드려 절하는 정치인들의 내막, 고도화한 여론조사의 현황은 물론 여론조사의 교묘한 왜곡, 선거에서 전략 전술의 중요성, 스마트폰 발전으로 인한 1인 미디어의 편리함 등 막연히 알고 있었던 정치, 선거, 홍보, 여론 등등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정치는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그리고 선거는 백여 년의 시간동안 나름의 전문적인 체계를 구축해왔다. 아마추어적인 열정만 가지고 정계진출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의 본질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홍보·여론·선거 등 전략, 전술적인 면에서도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강의를 보고나서 정치의 벽이 더 커지는 것을 느꼈지만, 한의학에 대한 망언들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쳐 고생하는 환자나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이 꺼져가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까움과 더불어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그 벽을 부수기에 충분하다.
‘수신(修身)’과 ‘제가(齊家)’를 이룬 한의사들이 더 많은 생명들을 살리기 위해 ‘치국(治國)’에 나서기를 고대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부의(富醫)’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의사 정계진출 지원을 위한 구조적 틀을 협회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