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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기념 강릉-인천 322km 마라톤 도전 후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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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기념 강릉-인천 322km 마라톤 도전 후기 上

“나이 많은 아버지란 말을 쑥 들어가게 하고 싶었다”

김삼태 원장님 (3).jpg

 

서울 서초구 몸잘보는한의원 김삼태 원장


관절근육이 풀린 게 아니라 더 굳어져버린 것

 

145km 도로 옆 아스팔트에 누웠다. 고개 두 개를 빠르게 걸어오느라 더워지고 힘이 좀 빠졌다. 

잠깐 쉬면 내려갈 기운이 나겠지. 섬강 자전거길이라는 말에 착각했다. 한강자전거 도로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었다. 실제로 강 따라 자전거길이 있었고 7분 페이스로 달려도 무리 없이 잘 나갔다. 

좋은 날은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언덕으로 올라가라는 친절한 안내표시가 나타났다. 설마 얼마 되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 거였다. 맘먹고 빠르게 올라가니 내리막이 나와 안도하는 순간 고개가 또 나타났다. 더 가파르고 길었다. 느낌이 그랬다. 모든 행동은 마음으로 50% 먹고 들어간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면 몸도 알아서 대비를 한다. 간헌역(원주시 소재) 150km 보급처까지 편하고 널널할 것이라 생각했다. 

친구들도 다 그랬다. 125km에서 이제 넉넉하게 들어갈 거라 했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믿었고 최소한 200km 지나 한강까지는 잘 들어갈 듯 했다. 돌아보면 횡단진행요원은 아무도 편한 길이라고 하지 않았다. 사전 답사팀은 섬강 자전거길이 만만치 않다 했고 현장 진행요원들도 남은 길이 쉽지는 않다고 했다. 

 

힘들 땐 유리한 말만 강하게 남는다. 편한 길이라는 친구들의 말에 더 끌리고 실제 길을 아는 진행요원들의 말은 그냥 흘러갔다. 구미마을에서 돼지문화원까지 거리는 2km가 채 안됐지만 느껴지는 건 태기산이나 대관령 오르막 보다 길고 가팔랐다. 

몸은 더워도 기온이 내려간 밤에 아스팔트에 누우면 안 된다고 들었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배낭 속의 보온 은박지를 꺼내야지만 무뎌진 판단력으로 그냥 눕고 말았다. 5분이나 지났을까? 하품을 하는데 한쪽 턱과 입이 뻣뻣해졌다. 겁이 덜컥 났다. 일어나 움직여보니 아픈 데는 없는데 몸이 훨씬 더 무거워졌다. 관절근육이 풀린 게 아니라 더 굳어져버린 것이다. 갈아입지 못한 반바지 아래 무릎은 찬 기운에 시큰거렸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진행요원인 친구에게 전화했다. 앞으로 4km 정도 남았어. 15분 내로 못 가겠어. 그럼  어쩌지? 뭘… 어쩔 수 없어. 규정대로 실격이야.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얇아지고 속도 쉽게 상한다. 만약 그 때 “제한시간 넘겨도 좋으니 일단은 여기까지 힘내서 와봐. 와서 따뜻한 미역국이라도 먹어야지…”라는 말을 들었다면 용기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우선은 추워진 몸을 덥히는 게 먼저였다. 150km 보급처에서 기다리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따뜻한 찻물도 부탁한다 말하고 다시 걸어 내려갔다. 친구는 10여 분 뒤 도착했지만 제한시간은 지나버렸다. 

원주 찬바람에 얼어붙은 의욕은 따뜻한 찻물이 들어가면서 살아난 게 아니라 아예 사라져버렸다. 회갑기념 횡단 마라톤 여행은 146km 까지였다. 


자식들 기 살려주려 51세에 마라톤 시작

 

61년 소 띠인 나는 51세인 2011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달리기는 무릎에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라톤을 시작했다. 철인3종 완주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51세에 철인3종 완주자가 되려한 건 자식들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어머, 도현이 할아버지 오셨네요.”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 행정실 직원의 말이었다. 늦게 결혼하여 47세에 첫째, 49세에 둘째가 생겼다. 51세의 중년이 5살짜리 아버지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 당연히 행정실 직원도 할 말을 했을 뿐이다. 

자식들에게 할아버지처럼 나이 많고 늙은 아버지랑 사는 사람이란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골에서 얼굴 주름 펴는 성형하고 머리 염색하며 지내고 싶지도 않았다. 천안의 광덕산을 뛰어올라 다닐 정도로 체력엔 자신이 있었으나 어린 자식들에겐 자랑거리가 아닐터였다. 

 

철인3종 완주자가 되면 자식도 남도 다르게 볼 듯 했다. 간지 나지 않냐 말이다. 헬멧 쓰고 슈트입고 엄지척하는 모습과 철인이라는 말은 나이 많은 아버지란 말을 쑥 들어가게 할 듯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마라톤을 해야 했다.  

뭐든 하기 전에는 미지의 세계이고 걱정의 세상이다. 10km도 제대로 달릴 수 있을 지 걱정이었다. 풀코스 완주와 180km 자전거, 그리고 바다수영까지 다 하려면 아무래도 10년 이상 걸린다고 생각했다. 내 수영실력이라고 해야 풍세냇가를 개헤엄으로 20여 미터 가는 것이 전부였다. 

 

시작이 반이라던가? 하다 보니 3개월에 풀코스 완주하고 2년만에 철인3종 완주자가 되었다. 기고만장하고 욕심이 생기면서 마라톤클럽 사람들이 간다는 유성울트라마라톤도 맨발로 도전하고 완주했다. 코숨맨발로 서브3에 도전하여 3시간 1분까지 달리면서, 울트라 200km나 300km 마라톤도 맨발로 가능할 것 같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처지가 된 것이다. 

거기까지였다. 서브3 훈련하는 방식으로 울트라 훈련하고 참가하니 몇 번은 억지로 완주했지만 200km를 못 넘었다. 낙동강 2090에서 오리알이 되더니 섬진강 100마일에서도 24시간 동안 120도 못가고 버벅 거리기만 했다. 자식을 위해서 시작한 마라톤이 어느 날부터 중년의 나를 위한 최고의 생활이 되어갔다. 마라톤에 미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 아직 살아있다, 세상에 큰 소리치고 싶어

 

322km 완주, 당연히 목표이고 꿈이다. 61년 소띠 회갑기념으로 반드시 완주하고 싶었고, 자랑하고 싶었다. 병상에 계신 엄마와 저승에 계신 아버지 그리고 가족과 친구와 지인에게 나를 드러내고 싶었다. 세상에 큰소리치고 싶었다. 

회갑 맞이 3박4일 철야기도 마라톤 여행이라 했다. 훈련도, 대회도 거의 혼자 달리다보니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릴 때 할머니가 맑은 샘물 사발에 떠놓고 아침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하셨다. 이제 내가 그 할머니보다 더 나이가 많다. 할머니는 장독대와 부엌에서 기도하신 것이고 나는 달리면서 기도한다. 

 

경포대 출발지점 앞에는 주자들과 진행요원들이 준비를 하느라 어수선하고 바빴다. 3시간 전에는 왔어야하나 30분 전에 도착했으니 허둥지둥 가방 맡기고 옷 갈아입고 1차로 출발했다. 2km쯤 지났다. “아! 약통. 물통, 동해바다…돌아 갔다올까? 안돼. 별 수 없어, 그냥 가자…”

약통은 물통이었다. 통마다 이름을 써 뒀다. 도현 태현 우현 화선 삼태, 아들 셋과 부부 이름이다. 동해바다 물을 정성껏 담아 배낭에 넣고 서해로 뛰어가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한통씩 주면 아빠가 떠서 322km 달려온 동해바다 물과 자신들의 손으로 서해바다 물을 떠서 담으면서 소원과 기도를 하고 싶었다. 

 

빈 통을 메고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나를 닮았지만 나보다 훨씬 잘 난 둘째는 멋지고 목소리도 맑고 잘 웃고, 머리도 좋다. 뭐든 잘 배우고 잘 한다. 그런데 나 보다 더 숫기가 없어서 학교를 가지 못한다. 몇 년 째 겨우겨우 진급만 할 뿐 학교친구가 한명도 없다. 

집에서는 제일 많이 우리를 웃겨주고, 돈도 제일 많이 모으고, 청소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형이나 동생과도 참 잘 놀며 지낸다. 하지만 학교는 싫다하고, 무서워하며 가지 않는다. 친구가 없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한 명의 자식을 위한 기도를 하기로 했다. 우리 도현이가 사람들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지내기를 기도드렸다. 

 

대관령을 넘었고, 태기산 고개를 넘었다. 힘들지 않았다. 56세에 낳은 막내 우현이는 황재를 넘으면서 기도했다. 기도는 소리 내어 말하면서 한다. 혼자 달리는 게 기도하기도 좋다. “환하게 웃으며 지내기를 기도드립니다.” 몇 번이나 울컥한다. 눈물이 난다. 지금 태현이의 마음 속에 불안하고 힘든 게 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어린 게 얼마나 친구들과 놀고 싶을까?

“차령의 정기 받은 태학산 아래…” 태현이는 자주 풍세초등학교 교가를 부른다. 가끔 간 학교에서 배운 노래이다. 듣는 나는 속이 아린다. 학교를 그리워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소속감을 조금이라도 느끼려고 하는 거다. 기도하면서 울면 되겠어?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과 생활하기를 기도드리려면 내가 환하게 웃으며 기도해야지, 스스로 다독이며 웃으며 기도한다. 

“우리 도현이, 태현이, 우현이가 앞으로 이런 고개를 만나 힘들더라도 담담히 의연히 올라갈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오르막이 좋다. 힘든 게 좋다. 언젠가 이보다 더한 어려움을 만날 아이들에게 예방주사를 맞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관령과 황재와 태기산을 넘어 100km 보급처까지 갔다.

 

김삼태 원장님 (1).jpg

김삼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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