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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9일 (금)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③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③

옥수수 삶을 때 어머니 향기가 나요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8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파주환경연합’ 공동의장을 맡아 활발한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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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저자 


 

◇식욕 돋우고 소화력도 높여주는 옥촉서…요도염 방광염 치료제 ‘옥미수’


“우리 점심만 있고 왜 할머니 거는 없어요?”

“응. 아까 옥수수 먹었어.” “저희 거는요?”

“다음에 수확해오면 삶아줄게. 오늘은 몇 개 안 나왔어.” 옥수수가 나오기 시작하면 저희 어머니의 한 끼 식사는 옥수수가 됩니다. 세계 3대 식량 작물 에 벼, 밀과 더불어 옥수수가 들어가니 식사대용으로 부족한 작물은 아닙니다. 어머니는 워낙 옥수수를 좋아하셔서 한꺼번에 수확하지 않으시고 조금만 영글어도 매일 서너 개씩 따오십니다. 

텃밭농사를 짓기 전에는 택배로 옥수수를 받아, 찌고 식힌 후 세 개씩 뭉치를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드셨습니다. 당연히 먹고 싶을 때마다 바로 삶아 먹는 옥수수가 제일 맛있습니다. 하지만 익히지 않은 옥수수는 시간이 지나면 당 성분이 점차 녹말로 변하면서 딱딱해지고 당도가 떨어집니다. 그러니 수확 후 최대한 빨리 삶아 바로 먹거나 냉동 후 먹는 것이 단맛을 느끼며 먹는 방법입니다. 

 

텃밭농사에서 옥수수는 둘레 밭 주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심는 위치를 잘 잡아야 합니다. 키가 워낙 빨리 자라니 그늘이 많이 생기고 그 그늘 때문에 다른 이의 작물들이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기니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같이 하는 공동체 텃밭에서는 옥수수만 심는 땅을 정해서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누어 먹는 ‘옥수수공동체’를 하기도 합니다. 한곳에 모아서 하니 다른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옥수수만 키울 수 있습니다.  

양파는 보통 하지쯤에 수확하는데 그 전인 5월부터는 작은 양파를 하나씩 뽑아 반찬을 합니다. 그러면 양파가 가득한 곳에 빈자리가 하나씩 생깁니다. 그러면 그곳에 옥수수 모종을 심어 둡니다. 작은 밭을 알뜰히 이용하는 방법이지요. 그렇게 늦게 심은 옥수수는 당연히 수확시기가 늦어집니다. 하지만 옥수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찬바람이 불 때까지 신선한 옥수수를 먹을 수 있어 좋겠지요. 하지에 양파를 모두 수확하면 그때부터 배추심기 전까지 이 밭은 키 큰 옥수수들이 차지하게 됩니다.


◇옥수수 수염도 약재로 쓰여


그렇게 흔한 옥수수가 보약이 될까 궁금하시지요? ‘옥촉서’(玉蜀黍)라는 한약재로 쓰여 소화기능을 돕고 식욕을 증진시켜줍니다. 입맛이 없고 더위에 지쳐 소화력도 떨어질 때쯤 나오는 작물이니 충분히 입맛을 돋우는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한의원 약장에 자리를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옥수수를 먹을 때 필요 없는 부분이라며 버리는 옥수수 수염이 약재로 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옥수수의 ‘화주’(花柱, 암꽃술의 씨방과 암술머리 사이에 있는 가늘고 긴 부분)입니다. 한약재 명으로 ‘옥미수’(玉米鬚)라고 부르는데 ‘수’(鬚)자가 수염이란 뜻이니 편하게 옥수수 수염으로 불리는 거지요. 

 

옥미수는 이뇨작용을 도와줍니다. 그래서 요도염이나 방광염 치료제로 쓰입니다. 또한 혈압을 내려줘 고혈압 치료에도 쓰입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 약성이 강한 것들에 복령, 저령, 택사가 있어 그것들을 주로 약재로 사용하고 옥미수는 탕약에 자주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맛이 담백하고 달아서 아이들 약에는 사용합니다. 옥수수 수염만을 말려서 집에서 차로 마셔도 좋습니다. 


◇버릴 것 하나 없이 모두 약재가 되는 옥수수


「본초강목」에는 뿌리인 옥촉서근과 잎인 옥촉서엽도 약재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옥수수를 삶을 때 잎과 수염을 모두 버리지 마시고 같이 넣으면 여러 효과를 볼 수 있지요. 그러고 보면 옥수수 전체가 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GMO(유전자 변형)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NON-GMO 표기가 된 옥수수를 사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은 유전자변형식물 안전성에 대해 누구도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옥수수만큼은 수입이 아닌 국내 농가에서 기른 것으로 먹는 것이 안전하겠지요. 

 

옥수수가 나올 때쯤 황도도 익습니다. 황도를 먹을 때마다 저희 어머니는 외할머니가 황도를 참 좋아하셨다며 돌아가시고 나니 황도를 보면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하십니다. 텃밭농사를 짓기 전 저는 길을 가다 삶은 옥수수가 보이면 저희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은 옥수수 삶는 고소한 향이 어머니의 미소만큼 집 안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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