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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①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①

상쾌한 위장의 수호자 완두… 오장을 이롭게 하는 수호신

[편집자주] 이번 호부터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소개하는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연재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8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파주환경연합’ 공동의장을 맡아 활발한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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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진 원장(래소한의원)

 

친정어머니가 경기도 어느 도시에서 텃밭농사를 지으신 지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주말이면 텃밭에 물을 주러 가시거나 모종을 심으러 가시곤 하는데요. 그때마다 작은 일손이나마 보태어드립니다. 수확물이 나오면 제일 많이 먹는 사람은 저와 저희 아이들입니다. 몸에 좋은 약재를 다루고 있다 보니 식구 중 누가 아프다고 하면 저는 침과 탕약으로 이들을 돌봅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어머니 손에서 키워진 텃밭 작물이 저와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실제로 ‘한의’(韓醫)를 평소 돌보는 분은 ‘식의’(食醫)인 저희 어머니이신 거지요. 

50년 전만 해도 마당 한쪽에 푸성귀 없는 집이 없었고 30년 전만 해도 농사지으시는 부모님 댁에서 그때그때 채소를 받아 오던 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텃밭보다는 마트에서 파는 채소 코너에 더 익숙해졌습니다. 바야흐로 제 계절에 나는 채소보다는 하우스에서 재배되어 제철을 잊은 채소를 먹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계절을 모르고 먹을 수 있는 채소’라는 말이, 그만큼 농업기술이 발전했다는 말로 들리시나요? 아니면 풍요 속에서 ‘계절을 잃어버린 우리 몸’이라는 말로 느껴지시나요?

한의학 에세이 《우리 동네 한의사》 책을 낸 후 《한의신문》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쉬운 한의학으로 한의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읽을 수 있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어떤 글이 좋을까에 대해 고민하던 중,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밥이 보약이지. 그냥 그때그때 우리가 먹는 거 써보면 어떻겠니?” 

그렇습니다. 정말 쉽게 말하는 ‘제철음식’, 이것만 한 보약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느 것이 그 계절에 나오는 음식인지 잘 모릅니다. 저는 지금부터 이렇게 발전과 풍요 속에 놓인 우리의 식생활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태양 아래, 땅 위에 비바람을 맞으며 자라고 있는, 내 몸에 꼭 필요한 보약 같은 계절음식을 생산하는 텃밭, 여기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6월에는 텃밭에서 수확해서 먹을 것이 많습니다. 5월부터는 상추가 계속해서 나오고 마늘종이 올라와서 뽑아 반찬을 합니다. 열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열무김치는 벌써 여러 번 담가 먹었지요. 6월 초순에는 딸기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딸기를 이른 봄에 나는 과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더군요. 그 이야기는 내년에 해드릴게요. 이번 달은 저희 아이들이 해마다 먹기를 기다리는 덜 여문 완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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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꽃은 입을 즐겁게, 자줏빛 꽃은 눈을 즐겁게 하는 완두

해마다 3월이면 완두를 세 종류 심습니다. 두 종은 토종 완두이고, 한 종은 종묘사에서 파는 약품 처리된 개량 완두입니다. 토종 완두에는 연자줏빛 꽃이 피는 종과 흰 꽃이 피는 종도 있습니다. 

흰 꽃이 피는 종자는 콩이 크고, 자줏빛 꽃이 피는 완두는 콩의 크기가 작습니다. 나름 토종을 보존한다는 의미로 두 가지 다 심어서 먹기도 하지만, 보통은 다음 해 심을 종자로 남겨둡니다. 두 토종 가운데 자줏빛 꽃은 눈을 즐겁게 하고, 흰 꽃에 큰 콩이 열리는 종자는 입을 즐겁게 해줍니다. 개량 완두는 콩 크기가 크고 좀 더 일찍 콩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덜 여문 완두꼬투리를 소금 조금 넣고 삶아서 까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머니는 방금 삶은 완두꼬투리를 쟁반에 담아 아이들에게 주시면서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라” 하십니다. 하지만 식으면 약하게 콩 비린내가 날 수 있습니다. 다 익은 완두보다 연하여 까먹는 재미와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어느새 다 먹은 아이들은 “할머니, 오늘은 텃밭에서 이것밖에 안 나왔어요?” 합니다. 꼬투리에 살이 조금만 차면 그때그때 따와서 삶아 먹다 보니 양은 적지만, 천천히 먹으면 한 달간은 족히 간식거리가 됩니다. 

다 익은 완두를 알알이 다 까서 소금 넣고 살짝 삶아서 한번 먹을 분량씩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한 해 동안 먹을 수 있습니다. 곱게 갈아서 죽을 끊이면 연둣빛이 예쁘고 맛도 고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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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 오장을 이롭게 하므로 차에 타 먹으면 좋아

《동의보감》에 완두(豌豆)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주로 중초(中焦)를 돕고 기(氣)를 고르게 하며 영위(榮衛)를 순조롭게 한다. 한약재명으로 잠두(蠶豆)라고도 부른다. 위(胃)를 상쾌하게 하고 오장(五臟)을 이롭게 하므로 차(茶)에 타서 먹거나 볶아 먹으면 효능을 볼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중초는 몸을 세 등분해서 상중하로 나누었을 때 중간 부위에 있는 부위를 가리킵니다. 중초를 소화기능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영위는 영기(靈氣)와 위기(衛氣)라는 개념으로 우리 몸을 돌고 있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기운입니다. 

잠두는 누에 잠(蠶), 콩 두(豆)이니 ‘누에콩’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완두와 누에콩(잠두)은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엄연히 다른 식물입니다. 《동의보감》이 편찬될 당시 콩과에 대한 기록이 많이 없어서 완두와 잠두가 같은 종으로 여겨져서 이름을 같이 쓴 듯합니다. 같은 시대에 나온 다른 책 《산림경제》에는 완두만이 나와 있으며 잠두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선말에 쓰인 《임원경제지》에는 완두와 잠두는 다른 품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동의보감》의 내용 중 “위를 상쾌하게 하고 오장육부를 이롭게 한다(快胃利五臟)”는 부분에서 ‘快’ 한자를 저는 ‘상쾌하다’로 해석합니다. 6월은 해는 쨍쨍하지만 바람이 불고 덥지 않아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니 그 계절에 나는 완두는 자연의 기운을 받아 위를 상쾌하게 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마침 하지라 하지감자를 캐러 다녀왔습니다. 덥지만 언제나 수확은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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