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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물 제제도 식약처 울타리 속에 : 인보사 사건을 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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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물 제제도 식약처 울타리 속에 : 인보사 사건을 돌아보면서

본란에서는 한약제제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여부에 대한 조기호 경희한의대 내과학 교수의 견해를 싣는다. [편집자주]

조기호.jpg


조기호 경희한의대 내과학 교수


지난 2월 19일 허위자료를 제출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 허가를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오롱생명과학 소속 임원들이 ‘인보사 성분조작’ 혐의에 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보사는 1998년 개발에 착수하여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 국산 신약 29호로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으나, 미국 FDA 검증 과정에서 다른 성분이 발견되면서 식약처가 2019년 5월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같은 달 30일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면서 19년 개발사가 종말을 내렸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을 75%,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을 25% 비율로 섞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주사액이다. 

 

인보사는 미국에서 임상시험 2상까지 진행됐으나 3상을 진행하던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보사의 성분 중에 있어야 하는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형질전환 신장 세포로 뒤바뀐 사실이 발견되어 국내에서 발칵 뒤집힌 ‘약품 승인, 허가를 둘러싼 사건’으로 비화되었다. 

허가 승인에서 취소까지 22개월 남짓 동안, 297개 의료기관에 1303명의 환자 정보가 등록됐다. 하지만 인보사 총투여 건수는 3707건에 달하고 환자 수가 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제 1심 재판이 끝난 상태라 뭐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나는 이 사건에서 의사의 책임과 환자의 손해는 누가, 어떻게 지는가 하는 점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특히 의사의 책임 한계는 어떻게 되는가, 이것이 나의 초미 관심사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의사가 환자에게 권유하고 처방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엄정한 법 테두리 내에서 일어난 일로서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없다는 중론으로 흘러가고 있다.


◇법 울타리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의사의 행위가 법망을 벗어나서는 보호받기 어렵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다면 1차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암묵적 신호이다. 그렇다면 우리 한의사는 얼마나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즉 식약처의 보호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약물은 법의 관리 속에서 이루어져야만 발을 쭉 펴고 잘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약이라 하는 것은 효과와 효능보다 안전성이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하는 세상이다. 한약 처방의 효능은 두루뭉술하여 적확성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안전성만은 우위를 가지는데, 이마저 환자에게 어필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나아가는 세상이다. 비결과 비법이 판치는 환경은 생존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컬러 프린트로 약물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더 알고 싶으면 즉각 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엄중함을 새삼 재삼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 한약물 제제는 가능하면 식약처의 승인이라는 보호막 속에 넣어두어야 한다. 한의사 처방의 대다수를 점하는 첩약 비율을 엑기스 제제와 조정하여야 한다. 

 

제약회사에서 식약처의 승인을 받기가 매우 까다롭다. 승인 절차와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품질은 비례한다. 치료제로서의 양질은 국민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 좋은 품질의 수백 품목 식약처 승인 한약 제제는 침 치료와 한약 치료를 병행하는 한의 치료의 수준을 높이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이웃 나라의 예이지만, 코로나19 와중에 일본에서는 2020년 한방제제 매출이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불황을 탄다든지, 취약한 환경 탓이라는 원인론은 그만하고, 양약에 비하여 안전성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약 제제의 식약처 승인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한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우리가 모자라는 것은 안전성이 확보된 한약물이다. 

한국 의료의 한쪽에서는 의료 인공지능이 정확하게 진단해주고, 최선의 치료법을 찾을 때 도움을 주는 동료로 등장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우리의 삶을 보장해 줄 다가올 시대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협회의 새 진용이 갖춰진 이때 더 멀리, 더 높이 바라보는 시선을 주문한다.

조기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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