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9 (수)

  • 맑음속초16.9℃
  • 안개12.2℃
  • 맑음철원10.0℃
  • 맑음동두천10.5℃
  • 구름많음파주9.1℃
  • 맑음대관령11.5℃
  • 안개백령도10.8℃
  • 맑음북강릉16.4℃
  • 맑음강릉19.0℃
  • 구름많음동해16.6℃
  • 맑음서울13.2℃
  • 박무인천13.4℃
  • 구름조금원주13.2℃
  • 박무울릉도12.7℃
  • 박무수원11.2℃
  • 구름많음영월13.3℃
  • 구름많음충주11.8℃
  • 구름조금서산11.3℃
  • 구름많음울진13.3℃
  • 박무청주15.4℃
  • 박무대전15.3℃
  • 구름많음추풍령14.1℃
  • 안개안동13.3℃
  • 구름많음상주15.8℃
  • 박무포항16.6℃
  • 흐림군산13.9℃
  • 구름많음대구16.5℃
  • 박무전주14.7℃
  • 박무울산15.0℃
  • 박무창원16.2℃
  • 박무광주14.6℃
  • 박무부산16.0℃
  • 흐림통영16.5℃
  • 박무목포14.5℃
  • 박무여수15.9℃
  • 구름많음흑산도14.9℃
  • 흐림완도15.2℃
  • 구름많음고창13.1℃
  • 흐림순천13.9℃
  • 박무홍성(예)11.6℃
  • 흐림제주17.4℃
  • 흐림고산15.6℃
  • 흐림성산16.1℃
  • 구름많음서귀포17.2℃
  • 흐림진주15.2℃
  • 맑음강화10.9℃
  • 맑음양평11.5℃
  • 구름많음이천11.5℃
  • 구름조금인제13.1℃
  • 맑음홍천13.5℃
  • 구름많음태백11.7℃
  • 구름조금정선군13.0℃
  • 구름조금제천12.1℃
  • 구름많음보은12.0℃
  • 구름조금천안11.4℃
  • 구름많음보령12.5℃
  • 구름조금부여13.5℃
  • 구름많음금산13.2℃
  • 구름조금14.1℃
  • 흐림부안13.1℃
  • 구름많음임실12.5℃
  • 구름많음정읍12.8℃
  • 구름많음남원13.0℃
  • 구름많음장수11.6℃
  • 구름많음고창군12.6℃
  • 구름많음영광군12.6℃
  • 흐림김해시16.0℃
  • 구름조금순창군13.2℃
  • 흐림북창원16.8℃
  • 흐림양산시16.8℃
  • 흐림보성군14.6℃
  • 흐림강진군14.1℃
  • 구름많음장흥13.7℃
  • 구름많음해남12.4℃
  • 흐림고흥13.1℃
  • 흐림의령군17.2℃
  • 흐림함양군13.5℃
  • 흐림광양시15.4℃
  • 구름많음진도군11.7℃
  • 구름많음봉화11.1℃
  • 구름많음영주13.4℃
  • 구름많음문경14.1℃
  • 흐림청송군12.2℃
  • 구름많음영덕17.8℃
  • 구름많음의성12.9℃
  • 구름많음구미13.7℃
  • 흐림영천13.0℃
  • 흐림경주시14.0℃
  • 흐림거창11.5℃
  • 구름많음합천15.9℃
  • 흐림밀양16.5℃
  • 흐림산청14.2℃
  • 흐림거제16.4℃
  • 흐림남해15.2℃
신미숙 여의도책방-16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미숙 여의도책방-16

어쩌면 도덕적으로 완벽한 그들

20200423155940_417fdc8843f24540daa01251d43e840e_b3j9.jpg


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4·7 재보선 전쟁이 막을 내렸다. 승자는 승리를 만끽 중이고, 패자는 패인을 분석하느라 내분 중이다. 그 어느 쪽도 이기지 않았다는 논평도 많았고, 이번 선거는 내년 봄으로 다가온 대선의 전초전임을 부정하기 어려운 시기적 특성 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 양당에 살벌한 긴장감이 감돈다. 

민주당의 패인에는 여러 가지가 논쟁적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2030 남자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었고 그 이유가 페미니즘에 휘둘리는 당정청의 변함없는 기류가 한 몫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뒤엎고 싶었는지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여권의 모 의원은 현행 징병제를 폐지하고 남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실시해 예비군으로 양성하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여자도 군대가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지며 다시 한 번 젠더 갈등에 큰 불씨를 당겼다. 

좌파, 진보, 페미, 평등, 공공, 평화, 인권, 생태 이런 단어들의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프랑스의 68혁명을 포함하여 홍세화 선생, 목수정 작가, 김누리 교수의 책, 글, 강의영상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 올라와 한동안 시선을 붙잡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물론 이런 키워드가 관심 분야 밖인 분들은 바로 그 창을 닫아버렸겠지만…).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2008)의 저자인 목수정 작가는 경향신문에 오랫동안 『목수정의 파리통신』이라는 칼럼을 게재했었다. 한국과 상당히 다른 프랑스적 가치와 부러우리만큼 특별해 보였던 그들만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기에 늘 반가운 마음으로 그녀의 글을 기다렸다. 


코로나 백신 둘러싼 견해 놓고 ‘치열한 논쟁’

IE001631129_STD.jpg

 

최근 코로나 백신 관련 음모론 기사를 읽다가 목수정 작가가 『UPI뉴스』라는 온라인 매체에 기존과 동일한 제목인 『목수정의 파리통신』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중 가장 최근 글의 제목이 “코로나 백신은 나치 인체실험, 이스라엘 정부 국제법정에 피소”였다. 당혹감과 약간의 놀라움이 앞섰으나 잠시 마음을 추스리고 그 전에 올라온 글들을 하나둘 읽어보니 그녀는 코로나 상황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의견을 피력하면 음모론자로 낙인찍는 것은 지적 테러이며 깨인 자신의 영혼이 있어야만 삶의 주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한겨레신문에 『숨&결』이라는 칼럼을 쓰시는 김우재 선생님은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는 목수정 작가에 대하여 과학적인 상식적 세계관에서 멀어진 좌파는 극우보다 위험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었다(2021.03.02.). 지금도 온라인에서는 반박 - 재반박글이 번갈아 게시되며 코로나 방역과 백신의 과학적 가치와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론 사이의 논쟁이 진행 중이다.           

“혈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안전성이 위험보다 더 크다.” 이는 혈전(thrombose)을 만든다는 의혹이 일던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European Medicines Agency)의 공식 논평이다(2021. 03. 18.). “백신의 이점은 계속해서 위험을 능가하고 있으며, 혈전 색전증 사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도 백신을 계속 투여할 수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효능이나 부작용에 대한 의학 논문에는 의례적인 상투적인 그래서 뻔히 예상되는 반복되는 문장들이 있다. 두 약품의 부작용 발생에 있어서 통계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연령을 보정할 경우 두 약물의 효과는 거의 동일하다거나 어느 특정 질환의 예방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등의 문장들이 그것이다. 백신을 맞은 직후 통계적으로는 극소수에 속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이 와중에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기에 EMA의 논평은 상당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백신을 접종하는 이점이 접종하지 않는 위험을 능가한다”는 발언이 특히나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장들은 과학적 방법에 기반한 서술이므로 밋밋해 보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다.  


일부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잉진료…언론서 질타  

KakaoTalk_20210322_094850989.jpg

 

지난 3월19일자 한겨레신문(박현 기자)에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한방-양방 엇비슷』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자동차보험 사고 접수는 꾸준히 줄고 있으나 경상환자를 과잉진료하는 한방 진료비는 지난 5년간 3배나 폭증(1조1084억/전체 자보진료비의 47.4%)하였다고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이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고 의사 출신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한방 병의원의 표준지침 미비, 통제 기제 미흡을 강하게 지적했다. 

한방재활의학 전공의 때부터 임상교수를 하던 시절까지 수많은 자보 환자들을 전담마크해 왔다. 경상 환자도 많았지만 나이롱 환자 취급을 받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심신이 피폐해진 장기 환자들도 제법 있었다. 통증 부위를 바꿔 말하며 유독 상담을 힘들게 만들었던 환자들은 꾀병인지 정신질환인지 구별이 어려웠는데 결국 섬유근통증후군(fibromyalgia)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심각한 케이스들도 적잖았다. 초기에 타박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생각보다 오래 간다는 주변 사람들의 “체험담”을 근거로 응급 수술이 필요없는 이런 경우는 한의쪽을 가야 한다는 지인들의 강한 권유로 이 병원까지 오게 되었다는 환자들의 고만고만한 시나리오. 

일반 정형외과에서의 기본 치료와 안정가료에도 불구하고 1∼2주 넘게 통증이 지속되는 다발성 타박의 경우 한의치료를 조기에 병행하는 것이 주는 “이익”이 아무 치료 없이 그냥 기다렸다가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능가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그 어떤 치료도 불필요해 보이는 진정한 경상 환자까지 진짜 환자로 둔갑시켜 넷플릭스를 보시며 안마의자에서 쉬시라고 입원까지 권유하는 행태이다. 정형외과에서는 환자 취급도 못받는 이들을 일부 한방병의원에서 극진하게 모셔가는 현상은 한의계의 극히 일부이기를 바란다. 물론, 과잉 진료로 보험금을 노리는 게 어디 한의계 뿐이겠는가?! 도덕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의료계의 실비보험 환자들에 대한 탐욕은 20년째 폭발적인 성장세다. 

요실금의 경우 한 해 평균 6천여건이었던 수술이 실손보험 판매 시작 6년을 경과하자 7.5배의 증가세를 보였고 불필요하게 추가된 수술로 인하여 지출된 건보 재정은 465억여원에 달했다(2006.국민건강보험공단). 『병원은 공장, 환자는 제품. 도수 치료로 병원들은 돈방석』(2016.06.28.조선비즈),『실손보험 있나요?… 백내장 수술 권유하는 안과… 부작용 속출』(2021.03.06.JTBC 뉴스룸) 등등 실손보험을 가입한 환자들에게 과잉진료를 권유하여 병원 수입을 늘리려는 의료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꾸짖는 사회면의 기사들은 넘쳐나지만 의협이든 한의협이든 이는 몇몇 구성원들의 개별적 일탈임을 변명하며 살짝 뒤로 한 발 아니 두 발을 빼는 모양새는 비슷해 보인다.  


‘파리의 생활 좌파들’의 여자한의사의 이야기 ‘눈길’

 

ek582433941.jpg

 

다시 목수정 작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녀의 『파리의 생활 좌파들』(2015)이라는 책을 추천받은 것은 환자로 내 진료실에 가끔 들르시던 국회도서관 직원으로부터였다. 이 책 안에 파리의 여자한의사 이야기가 한 페이지 실려있다는 귀띔과 함께 책을 살짝 두고 가셨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 21세기 좌파들의 삐딱하고 자유로운 상상, 더 왼쪽으로 그리고 더 아래로 인간을 향한 질문의 노마디즘을 멈추지 말라는 책표지의 구호들은 급진적이기는 하나 뭔가 쨍한 두근거림을 주었기에 여자한의사 이야기가 어디에 숨어있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심정으로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읽어내려갔다. 


그녀가 찾아낸 것은 의학이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행위는 없다고 믿었다. 아빠와 오빠(악화를 거듭했던 지병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는 자살을 했고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으로 암에 걸린 오빠도 머지않아 세상을 떠났다)를 통해 서양의학이 얼마나 무지한 논리로 사람의 몸을 구획에 가두어 치료하는지, 치료라는 명목으로 아픈 사람을 얼마나 더 큰 고통으로 밀어 넣는지를 보았던 탓에 루이즈는 한의학을 배우기로 했다. 

파리에 있는 한의학 학교에 등록하여 자신이 앞으로 배울 600가지 약초의 이름을 마주하는 순간 그녀는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몇 년간 그녀가 가야할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그 순간 직시했기 때문이다. 루이 뤼미에르(세계 영화학도의 꿈이라 불리는 영화 분야의 그랑제콜, 루이즈는 서른에 루이 뤼미에르에 합격한다)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생 시절 이후 잡지 않았던 수학을 다시 잡았던 그때처럼 그녀는 의사가 되기 위해 완전히 낯선 세계에 불쑥 들어섰다. 일단 한의학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나서는 한의학이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것이 펼쳐 보이는 세계관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다섯 살 때 처음으로 꾸었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단 사실을 기억해 낸다. 

한의학에서 인간의 정신과 환경과 육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몸 안에서 음과 양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은 해가 뜨고 달이 지며, 별이 움직이고 구름이 떠가며,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그 원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고 사람의 맥을 짚으며 그 사람을 진단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쉰이었다. 8년 뒤에야 비로소 한의사 자격을 얻었지만 56세 때부터 주변의 지인들을 치료할 수 있었다. 

5년째 그녀는 한의사로 그리고 여전히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살고 있다. 2010년에는 몬트리올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니키 드 생팔과 장 팅겔리>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52년생인 루이즈 포르(Louise Faure)는 올해 69세로 영화감독 겸 11년차 한의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셧다운을 반복 중인 프랑스 한복판에서 어떤 활동으로 이 험난한 코로나 시절을 이겨내고 계실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2020년 4월에 한의신문에 기고했던 내 글의 제목을 다시 들춰보니 “포스트 코로나와 아날로그 한의학의 미래”였다. 1년이 지났는데도 포스트 코로나는 개뿔, 여전히 코로나가 우리 삶의 메인 이슈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찔함을 느낀다. 


의료인, 환자에 도움된다는 믿음 있다면 지속적인 치료는 ‘당연’ 

롤링 스톤스의 메인 보컬인 믹재거(77)가 4년만에 싱글 솔로곡 “Easy Sleazy”를 발표했다. “Shooting the vaccine Bill Gates is in my bloodstream”이라는 가사의 일부를 보더라도 코로나 음모론을 풍자하는 노랫말임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롹스피릿은 잘 모르지만 몽글몽글한 음악보다 뭔가 찢고 때려부수는 쎈 음악이 필요한 잔인한 4월이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지금 내가 행하는 이 치료가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이로움을 보탤 수 있고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면 한의사로서 나의 의료행위는 마땅히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외며 오늘 하루도 “버티는 삶”을 살아내려 한다.

신미숙 교수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