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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의학-14 라떼 말고 아메리카노 마시는 꼰대 도사님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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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의학-14 라떼 말고 아메리카노 마시는 꼰대 도사님을 찾아서

신현규 박사님2.jpg

 

신현규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꼰대’,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지칭하는 은어였다. 몇 십 년 전 단어가 여전히 유행되어,  꼰대 지수를 평가하는 설문지까지 있다. 검사를 해보니 ‘자기 자신이 꼰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꼰대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라는 유형으로 내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 잘 맞추나 싶다. 

 꼰대의 핵심은 ‘옛날 경험 지향’으로, 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감성을 못 버리는 게 특징이다. 설문 문항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꼰대의 첫 대상자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도사님이었다. 道界에 입문하니 여러 文道에서 武道까지 각기 성향이 다른 도사님들이 계셨다. 만나 뵈면 도 닦은 지 몇 십 년 되었다면서, 『경전』 문구도 이해 못하고, 氣도 못 느끼고, 우주의 진리도 못 깨달았으니 모두가 틀렸단다. 이제까지 배운 것 다 버리고 오직 당신 觀만을 따르라면서, 젊었을 때 무용담과 기행 이야기를 자주하면서 스스로 웃고 흡족해 하신다. 

그런데 정작 체내 기를 빠르고 가볍게 올려 공중부양, 축지법 가르침도 받고, 미래에 한의원을 하면 잘될지 알고 싶은데, 믿음이 약한 문하생들 스스로 도계를 떠나도록 만든다. 결국 도력이 높을수록 꼰대력이 강할수록 도반들의 야반도주도 빨랐다.


과거 경험이 진리이고 중요한 잣대로만 맹신


1기로 입학한 한의과대학은 꼰대가 있을 수 없는 좋은 시절이었다. 후배들 들어오면, 고향이 어디? 어느 고등학교 출신? 재수? 삼수? 다수?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자상하게 물어보고 가르쳐주면서 특히 한의학 공부에 고민 많은 후배들에게는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內經』 100독 해보고 이해 안 되면 외워”, “六十甲子, 河圖洛書, 28宿, 五行歸類 수십 개 정도는 가볍게 암송해야 돼”, “『周易』, 『參同契』, 『龍虎祕訣』, 『難經』, 『우주 변화의 원리』 읽어봐, 물리가 터여!”, “三陰三陽을 알아야 동양철학의 정수를 이해하고 삼라만상 진리를 깨달아 진정한 한의학을 알게 돼”, “28맥? 콩 세 개를 검지, 중지, 약지에 대고 살살 누르면서 하루에 몇 백번씩 돌려, 그러면 손끝에 감각이 살아날 걸”, “기 순환! 제일 먼저 任督脈이 뚫려야 나머지가 뚫리지! 寅시에 일어나서 會陰穴에 힘을 주고 泥丸宮을 생각하면서 계속 돌려”, “한의학 공부 어렵지? 평생 하여도 다 못해! 하지만 알면 사랑하게 돼”. 이미 깨닫고 확신에 찬 선배로서, 후배들 몇 마디 들어보면 공부가 어느 정도인지 간파된다. 믿음이 안 통하는 후배들이 안쓰럽고 한의사의 삶이 걱정스럽고 한의계의 앞날이 우려되었다.  

 학계나 공부계에 참석해보면, 우선 출신 학교와 학번, 나이를 서로들 확인하고 줄을 세운다. 과거 경험이 진리이고 중요한 잣대이다 보니, 공부와 임상 경력 몇 십 년 혹은 몇 대를 거쳤는가, 본인 觀이 몇 백 년 전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말하는 게 중요하다. “자유롭게 의견을 듣도록 합시다” 는 예의상 멘트이고, 결국에는 연수가 많은 분이 한의학적 근거 자료도 없이 본인이 해봤다는 경험으로 단박에 결론을 내린다. 

스스로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호하고 비과학적이고 주관적인 경험 자료이다. 한의서나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觀이 항상 옳다는 확신과 모두가 당신 觀을 좋아하고 공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본인 觀 이외에 다른 觀에 대한 관심이나 배울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몇 십 년 전, 아니 몇 백 년 전 無變觀으로 오늘도 강의를 한다. 용기 내어 의문이나 반대 질문을 하게 되면, 한의학적 사고와 공부하는 자세가 덜 되었다고 타박 주신다. 그래서 다른 꼰대는 필요 없고 책 속에 진리가 있어 혼자 책만 팠더니 내 공부가 최고요 다른 공부는 틀렸다는 것을 깨달아 드디어 獨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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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20여년 공공기관 근무, 직장이 행복한 이유는 1기로 입사하여 영원히 꼰대를 만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분야의 한의약 연구 사업을 이십여 년 하다 보니, 연구계획서 몇 장만 읽어보면, 연구자 발표 몇 분만 들어보면 성공할지 실패할지 척하면 느낌이 온다.   회의 시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만났는데, 어느새 혼자 이야기하고 결정한다. 또 알고 있는 20년 치 지식을 한꺼번에 훈시하려고 하니 늘 시간이 모자란다. 사업 수행하는 양식과 절차가 영 시원찮아 폼생폼사 원칙으로 연구 능력이외에 의전과 품격 감각도 연습시킨다. 항상 후배들 사랑하고 이 기관의 미래 발전을 위하는 내 마음 누가 이해할까? 

젊은 시절, 남들보다 한의학을 더 잘해보겠다는 욕심으로, 도사님들 찾아다니면서 보낸 헛된 시간이 후회되지만, 육십갑자, 하도낙서, 28수, 오행귀류 암송한 것이 어디에 사용하는지? 허리 곧게 펴고 한의서를 음률에 맞추어 낭랑하게 합창하면 무아지경에 이르지만 그 구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콩은 강낭콩이 아니라 병아리 콩으로 바꿨어야 했나? 잠꾸러기가 어떻게 새벽 5시에 일어날 수 있겠는가? 

학문이라는 게 이해 안 되는데 무조건 읽고 외우면 되는 것인가? 그리고 오직 한의학하고만 연애하고 왜 다른 연애는 안했는지? 못했는지? 자기 자신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우월적 위치에서 몇 가지 경험과 증거를 일반화된 진리로 확신하여 앵무새처럼 가르치려고 했든 그 꼰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현재 직장 생활, 꼰대 설문 점수가 명확히 당사자라고 하지만, 또 억울한 것은 어떤 TV 드라마도 직장 내 부장 직급은 무조건 꼰대 역할이다. 부장 직을 오래하였으니, 꼰대 기질이 뼈 속 깊이 배겼을 것이라는 자의반 타의반 지적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여기에 한의사라는 직종의 한계 혹은 오만함에 소통을 못하는 기질이 더해져 직장 동료들과 특히 같이 일하는 과학자들 눈에는 꼰대 농도를 더하였을 것이다. 


늘 과거를 이야기하는 자는 미래가 없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되면서 자연히 꼰대 유전자도 발생되었고, 동서고금 막론하고 꼰대 없는 세상은 없을 것이다. 어제 꼰대 상대가 내일의 잠재적 꼰대가 되고, 이 집단에서 꼰대인데 저 모임에서 상대역일 것이다. 몇 십 년 묵은 꼰대 기질을 한 번에 벗어날 수는 없지만 건강한 꼰대가 되고자 해결책을 알아본다. 

 내용은 쉽고 간단한데 장기간의 고난이도 특수 정신 교육이 필요하다. ‘내 주장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인식하에 자기주장에 대해 자기 의심과 자기 비판을 해야 한다. ‘그 때는 맞았을지도 몰라도 지금은 틀릴 수 있을 것이다’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자기 부정 인식이 필요하다.   꼰대 탈출, 고행의 길이다. 그리고 ‘과거에 몰입되어 머무르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늘 과거를 이야기하는 자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하면 역시 도계 영역이다. 코로나19 끝나면 한의학 미래를 설파하는 꼰대 도사님 찾아볼 가한다.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신현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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