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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졌던 독의약 한약재의 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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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졌던 독의약 한약재의 복권

- 白花蛇의 기원, 산무애뱀의 가치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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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귤림당한의원장 

(독의약연구회장, 전 제주한의약연구원장)


한때 활용도 높고 유명했으나 현대에 잘 쓰이지 않는 약재들이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독의약 약재들이 그러한데, 백화사(白花蛇)도 그 중 하나다. 백화사는 살모사의 일종으로 오래된 풍병을 치료하는 탁월한 약재이고, 이조실록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는 수입 약재의 으뜸을 차지할 정도로 귀하게 대접받았다. 

오늘에 와서는 백화사를 취급하는 제약회사가 한 군데도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약재가 갖는 기원의 혼란 때문은 아닐까.

하나의 한약재에 기원이 여러 종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약재 백출(白朮)은 국내에 자생하는 삽주(Atractylodes japonica)의 뿌리도 쓰고, 중국에서 자생하는 백출(A. macrocephala)의 뿌리를 쓰기도 한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그 지역에 자생하는 유사한 종으로 대체하면서 대등한 효과를 보이면 같은 한약재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옛날 중국의 의학이 우리나라로 전래될 때 처음에는 약재도 함께 수입되었다. 그러다 중국의 수입약재가 귀하고 비싸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고려시대 때부터 태동한 향약(鄕藥)이다. 

조선시대에서는 향약 중 성미(性味)가 분명하지 않은 약재들을 검증하는 작업들이 많이 이루어진다. 특히 세종은 노중례(盧重禮) 등으로 하여금 직접 중국에 가서 당시 논란이 있는 향약들을 현지 약재와 비교해서 효능이 어떤지 검증하게 하였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이때에 합격한 10가지 약재 중의 하나가 백화사이다. 


白花蛇, 중풍·구안와사·비증·역절풍 등 효과 발휘


백화사는 중국에서 나는 살모사의 일종인 오보사(五步蛇, Agkistrodon acutus)를 기원으로 하는 약재로 중풍, 구안와사 등 마비질환, 비증(痺證), 역절풍(歷節風) 등 관절질환, 그리고 악성 피부질환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주로 병이 깊고 오래된 난치 질환에 적용이 되었는데 본초서에서는 이독치독(以毒治毒)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사류(蛇類)의 한약재는 신농본초경의 사태(蛇蛻)를 시작으로 시대별로 꾸준히 증가하여 명의별록에 복사(蝮蛇), 개보본초에 백화사가 등재되고 본초강목에 이르면 등재된 가지 수가 17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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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사의 향약 명은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등에 의하면 ‘산므애배얌(산무애뱀)’이다. 오보사는 주로 중국 기주(蘄州) 지방에서 서식하는 살모사 종으로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는다. 국내 자생하는 산무애뱀으로 향약화한 이후로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토산 백화사를 생산해 내게 되었다. 

문헌에 의하면 당시 토산 백화사의 주요 산출 지역은 거제도다. 몇 해 전 현대의학에서 어려운 버거씨병 등의 피부 난치질환들을 치료하는 내용의 사독(蛇毒) 관련 방송으로 한의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통영 지역에서 내려오는 이 민간 비방에는 이러한 의사학적 배경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작 한의계에서는 토산 백화사의 전승 단절 


독사여서 두려워서일까. 정작 한의계 내에는 언제부터인가 토산 백화사의 전승이 단절되고 일부 처방이 민간으로 흘러 들어가 명맥을 유지한 것 같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공식적으로 산무애뱀이 어떤 뱀인지 조차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국내에서 서식하는 뱀은 14종으로 이 중 맹독성 독사는 살모사(Gloydius brevicaudus), 쇠살모사(G. ussuriensi), 까치살모사(G. intermedius) 3가지다. 이 3가지 독사 중에 하나가 산무애뱀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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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모사나 쇠살모사가 들이나 야산에 서식하는 것과 달리 까치살모사는 깊은 산 속에 산다. 산무애뱀의 ‘산’자는 아마도 산에서 많이 난다는 의미일 듯싶다. 향약집성방에 의하면 산무애뱀을 형용하기를 ‘복사(=살모사)와 비슷하고 흰 바탕에 검은색 무늬를 띈다(白質黑紋)’고 하고 있다. 무엇보다 까치살모사는 중국의 오보사처럼 다른 살모사에 비해 용혈독과 함께 소량의 신경독을 가지고 있는 특징을 공유한다. 실험 연구 보고에 의하면 이 신경성 독성분은 다양한 약리 효과로 의약적 활용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산무애뱀은 곧 까치살모사임을 확신하게 한다.

불행히, 현재 대한약전의 백화사 기원에는 중국의 오보사만 등재되어 있다. 백화사를 약재로 쓰려면 중국에서 수입해서 써야만 하는 것이다. 산무애뱀의 활용을 등한시한 사이 조선시대 이전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독의약 한약재 활용, 난치질환 치료 영역 확장


독(毒)은 곧 약(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독에 대한 한의학적 관점이다. 한의학 옛 문헌에 의자(醫者)의 본분은 ‘독을 취해 의술을 펼치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신농본초경에서도 ‘상품(上品), 중품(中品)의 약은 명(命)과 성(性)을 기르고 하품(下品)인 독이 있는 약은 질병을 치료한다’고 하여 독을 질병을 치료하는 약의 하나로 삼았다. 

적정한 용량과 함께 부작용과 독성을 없애는 포제(炮製)를 더욱 정교히 하여 현대화한다면 독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뛰어난 약재로서 난치질환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무분별하게 식약공용 약재가 남발하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독의약 조제 능력은 한의계의 위상을 높이는데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다행히, 근래 국내 까치살모사 기반의 약침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독약침이 조제, 보급되고 임상에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한의계 내에 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생체를 해침이 없이 독만 취해 생태적이기도 하거니와 특히 정제분리 사독약침의 경우 그 과정이 현대 한의학의 발전된 ‘포제(炮製)’라는 데서 의미가 더해진다.

사류 약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더불어 백화사의 기원으로서 향약 산무애뱀을 복권시키는 것은 경험의학으로서 축적된 한의학의 소중한 자산을 계승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더 나아가 독의약 한약재의 현대 한의학적 해석을 통해 난치질환으로 치료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한의학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송상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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