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취약한 공공의료체계가 드러났다. 실제 5%에 불과한 공공병원에서 감염병 환자의 80%를 치료했지만, 지역 내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공공병상과 인력 부족으로 대기하거나 타지역으로 이송하는 사태가 속출해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크다.
정부는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62%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올리기 위해 건강보험재정 지출을 매년 12% 증액하고 있으나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장치 부재와 대형병원 쏠림현상 심화로 건강보험 보장률은 연 0.5% 상승에 그쳐 사실상 답보상태에 있어, 국민들은 민간 실손보험 가입부담과 함께 건보료 인상 부담까지 떠안게 되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2일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74개 국립·사립 대학병원 건강보험 보장률 분석 결과’를 발표, 국립대와 사립대 병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분석해 공공과 민간병원의 환자 의료비 부담 차이를 살펴보는 한편 이를 통해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번 조사대상은 국립대 14개(18.9%), 사립대 60개(81.9%) 등 총 74개 대학병원이다. 또 ‘건강보험 보장률’은 총 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진료비 비중으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각 대학병원이 보건복지부에 신고한 의료기관 회계자료의 ‘의료수입’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한 ‘건강보험지급액’ 자료를 분석했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4년간 자료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74개 대학병원의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은 평균 64.7%로 나타났다. 국립대(공공) 병원의 평균 보장률은 68.2%로 사립대(민간) 병원의 63.7%보다 약 5% 높았다.
보장률 하위 10개 병원의 평균 보장률은 55.7%이며, 상위 병원의 평균 보장률은 70.1%로 조사돼 상-하위 그룹간 약 14.4%p 차이가 났다. 보장률 하위 10개 병원 모두 사립대병원이었고, 보장률 상위 병원은 2개를 제외한 8개가 국립대병원으로 조사돼 공공병원의 공보험 보장률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장률을 환자부담률로 환산하면 보장률 하위 병원들은 보장률 상위그룹보다 평균 약 1.5배 의료비 부담이 컸다.
74개 병원 중 보장률이 가장 낮은 차의과대학교강남차병원(47.5%)은 환자가 절반 이상의 의료비를 직접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장률이 가장 높은 화순전남대학교병원(79.2%)와 비교해 환자 의료비 부담이 대략 2.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학병원의 건강보험 보장률 분석결과를 종합하면 사립대학 병원보다 국립대학 병원의 환자 의료비 부담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장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부 사립대병원의 경우 교육과 의료라는 공익적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정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국립의과대학과 병원이 없는 전라남도와 경상북도, 울산시는 공공의료 부재에 따른 불평등 상황이 발생하는 만큼 개선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이번 조사 결과는 지역간 공공의료 부족에 따른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을 우선 확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실련은 “의료계의 극단적 이기적 행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의료 역할과 확충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5%에 불과한 공공병원 확충에 보건의료정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하며, 정부에 권역별 공공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신증설을 통한 공공의료 시설과 인력 확충과 더불어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를 위한 의료기관 비급여 신고의무화 등 관리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