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상임대표 조연행)은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하기 위해 대형병원 소속 의사에게 불법적인 소견서를 연간 8만건이 넘게 발급받고, 수수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원을 넘는 비용을 지급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소연은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보험협회를 통해 지난 7월 처음으로 공개한 보험회사별 의료자문 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험사들은 연간 8만건의 소견서를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뢰했고, 이들에게 의료자문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원 정도를 지급하는 한편 의료자문 건수가 가장 많은 병원은 한양대학교병원으로 모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자문을 통해 연간 7500여 건이 넘는 소견서를 발급하며 15억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제대 상계백병원과 건국대학교병원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의료자문을 가장 많이 의뢰한 보험사는 연간 1만7830건으로 손보업계의 30.9%를 차지한 삼성화재였으며, 이어 KB손보 7634건, 현대해상이 7024건 등으로 나타나는 한편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이 연간 8466건으로 업계 37.8%를 차지해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금소연은 “보험사의 의료자문료는 대부분 보험회사가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 의사에게 직접 지급돼 병원 수입으로 책정되지 않고 내역도 모르는 부수입이 되고 있으며, 보험사와 자문의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자문소견을 작성해 줄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즉 보험회사들은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할 명분으로 환자 동의 없이 민감한 정보인 진료기록을 보험사 자문의에게 불법 제공하고, 의뢰를 받은 자문 의사들은 의료법을 위반하여 환자를 보지도 않고 진료기록만으로 소견서를 발행하는 등 ‘보험사의 의도대로’ 작성된 소견서는 환자를 대면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 등을 부인하는 자료로 쓰였다”고 밝혔다.
또한 금소연은 보험사들의 ‘자문의 제도’는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하며, “보험회사가 제3자인 자문의에게 소견서를 받으려면 환자에게 ‘어느 병원, 어느 의사에게 당신의 진료기록부를 제공하려는데 동의하느냐’며 구체적으로 제3자를 특정해서 동의서를 별도로 다시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보험사들은 보험금 청구시 일괄적으로 두루뭉술한 개인정보동의서를 받은 것을 근거로 민감정보인 환자의 진료정보를 몰래 자문의에게 제공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소연은 “보험사 의료자문은 대형병원 이외에도 전체 자문 건수의 상당한 건수를 20여 개의 민간의료자문업체에도 의뢰하고 있으며, 이들은 주로 간호사 출신으로 보험사에 의료담당자로 근무했다가 민간의료자문업체를 차려 대학병원과는 별도로 보험사의 의료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료법 17조에 따르면 진단서 등의 발행은 의사가 아니면 발행할 수 없음에도 간호사가 의료자문업체를 차려 ‘의료자문’ 영업을 하는 것은 의료법을 위배하는 것이며, 보험협회의 공시자료에는 이 통계를 전부 누락시켰다”고 꼬집였다.
이밖에 보험사 자문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적게 주거나 주지 않기 위해 특정 병원 특정과에 집중적으로 ‘소견서’ 발급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금융감독원은 자문의 제도가 보험금 지급 거절 목적에 악용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불법적인 의료자문의 제도를 개선한다고 발표했지만 수년이 지나도 개선되는 점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소연은 “금소연은 병원 및 전공과목별 자문 건수 현황을 찾기 쉽게 작성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공개보험회사가 자문의 제도를 개선 없이 불법행위를 지속할 경우에는 보험회사는 물론 대형병원 자문의사 전체를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며 “보험사가 자문료를 주며 보험사 의도대로 소견서를 발행해 보험금을 깎는 불법적인 의료자문의 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해 보험회사의 보험금 부지급 횡포를 근절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