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안녕하시냐는 인사가 본의에 가깝게 쓰이는 요즘입니다. 코로나-19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필수적인 의료이용조차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일선 회원 여러분께서 얼마나 고충이 크신지 들었습니다. 하필 제가 협회장일 때 회원들께서 이토록 고통 받으시니 협회의 회무를 맡고 있는 회장으로서 뭐라 말할 수 없이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신종 감염병은 이름이 바뀌고 형태가 달라지기는 해도 끊이지 않고 우리를 괴롭힐 것입니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사실 국가 방역체계에서 역할하지 못하면서 의사의 직책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석영 선생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종두법을 실시하신 분이면서 동시에 이 땅에서 여섯 번째로 한의사 면허를 받은 분입니다. 한의학은 그 출발부터 감염병과의 싸움을 통해 성장해 왔습니다.
이웃 중국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치료에 있어서도 중의약과 중의사의 활용이 두드러집니다. 상식적인 나라라면 우리도 당연히 국가방역체계에 한의약과 한의사를 제대로 써야 합니다.
현실은 간단치 않습니다. 대구 경북에 검체 채취를 자원하고 나선 공중보건한의사들이 거부당했고 한의진료를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한의사들은 배제되었습니다. 한방병원을 코로나-19 지정병원으로 하겠다는 제안도 거절되었으며 생활치료센터 관리에도 한의사는 빠졌습니다. 심지어 전화로 무료진료를 하겠다고, 그저 환자들에게 알려만 주고 도와만 달라고 해도 외면당했습니다.
이에 협회는 우리 스스로 나서서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부터 대구한의대 한방병원에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한의진료실이 개설됩니다. 코로나-19 확진자라면 누구나 자가격리 중이든 생활시설에 입소해 있던 병실에 입원 중이던 전화주실 수 있습니다.
한의사들이 상담하고 진단하고 한약을 처방할 것입니다. 모든 진단, 처방은 무료입니다. 치료에 드는 비용을 국가에 전가하거나 환자에게 받지 않습니다. 우리 한의사들의 단합된 힘으로 비용을 해결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미 많은 회원들께서 성금을 모아 주셨고, 무료진료에 자원하고 나서셨습니다. 뭐라 감사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한의약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중국의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가 선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도 한의약의 혜택을 받을 마땅한 권리가 있습니다. 코로나-19에 한의약을 쓰지 못하게 가로막는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감염병 예방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등의 원칙에 비추어 반헌법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한의약과 한의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책을 찾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환자들에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 개설하는 한의진료실이 그 첫발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2003년의 사스, 2009년의 신종플루, 2015년의 메르스를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국가에서 불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웃 중국에서 그토록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제도적 보장이 불분명하다느니 갈등을 유발한다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한의약과 한의사의 활용을 가로막아 왔습니다.
더 이상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만 합니다.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합니다. 국가를 대신하여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도처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단합된 힘이 아니면 도저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입니다. 회원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한의진료실을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 주시고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모아 주십시오.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치료에 나서주시고, 모금에 응해주시고, 주변에 알려주십시오.
국가방역체계 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한의약이 우리의 모든 노력에 대한 보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