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 최근 ‘한의학교육 인증기준 2021∼2025’(KAS2021)을 발표함에 따라 각 한의과대학에서는 이에 명시된 ‘졸업성과’ 설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학장 이재동)은 지난 3일 경희대 한의대 강의실에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성과 공청회’를 개최, 교수·재학생·졸업생·학부모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재동 학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의대 교육과정 개편은 의대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다. 실제 의대·치대는 이미 역량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됐고, 의대는 임상술기시험이 도입됐으며, 치대도 내년부터 도입이 계획돼 있는 상황”이라며 “각 한의대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졸업성과 설정은 건축으로 비유하면 기초를 다지는 가장 중요한 것인 만큼 경희대 한의대에서는 1년여의 시간동안 많은 논의를 거쳐왔다. 오늘 공청회를 통해 보다 좋은 의견들을 수렴해 최종안이 도출될 예정이며, 이 자리가 경희대 한의대 교육의 변화를 위한 큰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의주 경희대 한의대 부학장(교육실장)은 졸업성과를 설정하게 된 배경 및 추진경과, 그동안 논의를 통해 도출된 졸업성과-세부성과-시기성과(안)을 소개했다.
이 부학장에 따르면 경희대 한의대는 지난해 10월31일 비전선포식을 통해 미션으로 △따뜻한 인성과 기초-임상 연계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교육) △한의학을 바탕으로 창조융합연구와 신의료기술 창출(연구) △후마니타스 정신으로 인류사회의 건강과 화합에 공헌(사회기여)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7월14일 교육목표팀(가칭) 워크숍에서 졸업성과의 대한 초안을 마련했다. 8월31일 한의대 전체교수 워크숍에서 구성된 워킹그룹 1(WG1)에서 졸업성과를 논의했으며, 이후 한의대 교육개정기획위원회·교육위원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면서 졸업성과(안)을 마련했다.
이날 제시된 졸업성과(안)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은 역량중심 성과기반 교육을 통해 다음 역량의 성과가 확인되는 졸업생을 배출한다’라는 목표 아래 △교육: 전인적으로 질병을 치료, 예방하는 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한의사 △연구: 진리를 탐구하는 창의력을 갖춘 한의사 △사회기여: 세상과 소통하는 협업능력을 갖춘 한의사/윤리를 준수하는 전문성을 갖춘 한의사 등 4가지가 제시됐으며, 각 성과에 따른 세부성과 및 단계별로 달성해야 하는 수준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의주 부학장은 “오늘 제시된 안은 미래 한의사들이 직무를 수행하는데 적합한지, 또한 한의대의 선도대학인 경희대 한의대의 위상에 맞는지, 또한 모든 졸업생들이 갖춰야만 하는 성과인 만큼 교수나 학생들 모두에게 적합한지 등의 부분을 중점으로 검토를 부탁드린다”며 “그동안 졸업성과(안)을 도출키 위해 교수는 물론 학생들과 많은 논의를 진행해 왔던 만큼 보다 좋은 의견이 제시돼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종안이 도출돼 경희대 한의대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선승호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교수 △원영호 경희대 학부모협의회 대표 △최성열 대한한의학회 교육이사 △백소영 경희대한방병원 총의국장(졸업생 대표) △조성훈 경희대 한의대 평교수회장 △설승민 경희대 한의대 학생회장 등 학계·교수·학부모·졸업생·재학생이 참여해 졸업성과 설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설승민 학생회장은 “아무리 좋은 졸업성과가 제시됐다고 해도 그것이 왜곡돼 해석되지 않도록 모든 한의대 구성원들이 내용을 파악하고 논의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한의사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한의학과 양의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교육을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소영 총의국장은 “졸업성과에 제시된 부분만 모든 학생들이 달성해 간다면 실제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임상 현장에 나간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느낀 점은 한의사도 KCD라는 양방진단을 사용하고 있고, 환자들이 물어오는 양의학적인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등 진료 현장에서는 양의학 지식이 없으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으며, 또한 저는 병원 현장에 있지만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일차의료기관인 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병원 이외에 한의원으로의 임상실습을 확대하는 방법도 실습시간을 늘리고 학생들이 보다 일차의료에 적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원영호 대표는 “의료소비자들이 한의원-의원을 선택할 경우 한의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의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부분도 추가됐으면 한다”며 “학생들도 향후 진로에 대해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나 산업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선승호 교수는 “각 대학마다 상황이 있어 한평원이 졸업성과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주체는 될 수 없다고 생각되며, 다만 졸업성과 설정시 용어의 정의 등을 내릴 때는 구성원간 오해와 왜곡의 소지가 없도록 합의 등을 통해 명확히 해야만 향후 일정을 진행하면서 효율적일 것”이라며 “졸업성과 설정 이후 커리큘럼 조정은 불가피할 것인데, 졸업성과에 담긴 내용이 좋지만 한의학 교육이 줄었다거나 양의학 과목을 왜 강화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졸업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열 교육이사는 “예전에 비해 교육환경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아쉬운 부분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에 제시된 졸업성과는 향후 한의학 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며 “다만 설정된 졸업성과가 모두 달성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향후 구성원간 논의를 통해 차근차근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또한 보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졸업성과 설정을 위해서는 갓 졸업한 한의사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조성훈 교수는 “앞으로 설정된 졸업성과가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보다 2, 3배 많은 교원 수 확보가 전제돼야, 의학-한의학-실습 등의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교육의 내용에서도 의학교육이 대폭 강화되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의학교육에 대한 내용은 한의사 국가시험에는 없는 부분이다. 앞으로 국시 개선을 통해 이러한 교육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부분이며, 이러한 기초과정을 거쳐야만 한의사의 직무가 명확하게 확대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날 방청한 학생들도 의견 개진을 통해 의학교육의 강화로 인해 기초과목에 대한 교육이 준다면 한의학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교과과목에 대한 조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 다채로운 질의들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이의주 부학장은 “현재도 기초-임상 분야로 나눠 교과목 조정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며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 모두 한의학 교육 강화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미래에 한의학이 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희대 한의대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수렴, 이달 중 교육목표팀에서 최종안을 상정하고, 교육위원회 심의 및 한의대주임교수회의 의결을 거쳐 졸업성과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