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6년 『杏林』 8월호에 나오는 洪元植 敎授의 卷頭言 ‘남을 위해 쓰는 글’
1976년 『杏林』 8월호에는 洪元植 敎授(1939〜2004)의 ‘남을 위해 쓰는 글’이라는 卷頭言이 실려 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의 홍원식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 출신으로서 한의학계의 원전학과 의사학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된다. 洪元植 교수가 초대 국립 한국한의학연구소(1997년부터 한국한의학연구원으로 승격)의 소장으로 취임한 것은 그의 학자로서의 생애에서 가장 영예로운 일이었다.
그는 ‘남을 위해 쓰는 글’이라는 제목의 권두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근 동양학을 하는 사람들이 명리를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하거나 무기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진리를 탐구하거나 사회의 현실문제 해결이나 후진 양성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는 글을 읽고 필자도 공감한 바 있다. 더욱이 醫는 인술이다. 현재도 그렇고 과거는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히 인술일 수밖에 없다. 이 엄연한 사실을 두고도 醫者는 항상 고민하여 왔다.
天道는 있는 것인가 하고, 착하고 정직하기만 하여 醫業도 업인 이상 될 것인가하는 고민이다.
이같은 어려운 문제를 학문적 또는 철학적으로 문제삼기에 앞서 소박하게 이해하고 실천함을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醫者가 경험하고 터득한 사실들을 솔직하고 상세하게 기록하여 격의없는 토론과 비판을 벌인다면 이러한 광장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해방이 된지 30년, 한의학의 발전도 국내외로 괄목할 성장을 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또한 형식에 사로잡혀 진실이 결여된 많은 논문들, 성급한 결론으로 범한 오류를 많이 보아왔다. 醫不著書라고 까지 부르짖는 지나친 경지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글이란 남을 위하여라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杏林社가 어느새 3호를 내놓게 되었다. 古事가 말하듯 杏林엔 재물의 욕심을 버린 마음이고 명예를 갈구하는 뜻이 없다. 모름지기 영리를 초월한 경지까지 달할 수는 없다해도 목표는 그 곳에 두어야겠고 또한 힘써 애써보는 자세는 선행되어야 할줄 믿는다.
필자로서는 남을 위하는 마음에서 쓰는 글, 독자로서는 구도적 자세에서 읽는 태도, 그리고 杏林의 본뜻에서 제작하는 社의 뜻, 이렇게 三位一體를 위하여 노력할 때 杏林誌는 더욱 빛날 것이고, 한국의 한의학은 높은 경지에 이를 것이고, 세계에 선도적인 입장에 있을 것이고, 주도적 입장을 견지할 것이 아닐까 한다.”
『杏林』은 1976년 6월에 창간호가 나온 점에서 8월호는 3호가 되는 셈이다. 『행림』은 杏林書院에서 李甲燮이 20대 중반의 나이에 야심차게 기획하여 출간된 한의학 전문 학술잡지이다. 홍원식 교수는 이에 ‘남을 위해 쓰는 글’이라는 제목의 권두언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달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글에서 홍 교수는 “남을 위하는 마음에서 쓰는 글, 독자로서는 구도적 자세에서 읽는 태도, 그리고 杏林의 본뜻에서 제작하는 社의 뜻”의 세가지를 三位一體라고 표현하면서 강조하고 있다. 한의과대학 교수로서 글을 참되게 써서 다른 사람이 읽고 도움을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읽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구도적 자세에서 이를 수용하고 출판사의 본래의 취지까지 고려해주는 것이 三位一體가 되는 이 잡지의 목표라는 것을 卷頭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1976년 당시 한의학이 부흥되어 올라가는 시점에서 명실상부한 참다운 연구만이 한의학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이 된다는 것을 제시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 1976년 홍원식 교수의 글이 게재된 행림지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