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윤휴(1617~1680)는 17세기의 실천적인 經世家이다. 특히 주자성리학이 교조적 권위를 누렸던 조선 후기에 經學에서 독자적인 학문체계를 수립하였다. 이로 인해 斯文亂賊으로 지목되어 정치적·사상적 숙청을 당하였다는 면에서 일찍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유고를 모아 정리한 『백호전서(白湖全書)』 제11권 ‘소차(疏箚)’에는 ‘약물을 정지할 것을 청한 차자[請停藥箚] 무오년 2월17일’ 즉 1678년에 임금에게 올린 글이 있다.
“신은 듣건대, 질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안으로 칠정(七情)의 동요와 밖으로 육기(六氣)의 감촉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전하께서는 궁궐 안의 보료 위에 계시어 수고롭게 출입하실 일도 없으시고 비바람을 맞으실 걱정도 없으시며, 편안한 곳에서 즐겁게 지내시고 계시니 지나치게 슬퍼하시거나 분노하실 일도 없으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성상의 병환은 단지 감기 기운이 있으신 것이거나 기거(起居)의 탈이 나신 것이니 오늘날 더욱 조심하셔야 할 것은 기거 및 음식을 조절하시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탐욕이 없으시면 혈기(血氣)가 평온해지고 정신이 맑으시면 이목(耳目)이 바른 것인데 이러하고서 어찌 질병이 오래 지속되는 일이 있겠습니까. 오늘날 성상의 옥체가 오랫동안 편찮으신 것에 대해서 신은 생각건대 현재 드시고 계시는 약물이 병에 맞지 않는 것인 듯 싶습니다. 대체로 약물은 병을 다스리는 것인데 병이 심하지 않을 경우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병에 맞는 약을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유익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큰 해만 있게 되는 것입니다.……그리고 약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또한 방법이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음양(陰陽)의 기운으로 태어나 사대(四大)를 지니고 있는데, 양기(陽氣)는 만물을 생장시키는 것이고 음기(陰氣)는 만물을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의원들이 약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또한 양기를 돕는 화평한 약제를 사용하여 생기(生氣)를 돕고 비위(脾胃)를 보양(補養)하는 것을 주로 하고, 진원(眞元)의 양기를 손상시키는 매우 차고 독성이 강한 약제는 함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신은 삼가 듣건대, 성상께서 전후 드시고 계시는 패독산(敗毒散)ㆍ사물탕(四物湯)ㆍ소시호탕(小柴胡湯) 등의 약제는 의가(醫家)에서 말하는 성분이 차고 냉하고 강한 약제인 것으로서, 진원을 부지하여 생기를 돕고 비위를 다스려 음식을 들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전하께서 구역이 나시어 음식을 싫어하시고 눈을 뜨고 싶지 않으시며, 옆구리가 결리고 몸이 나른하고 속이 울적하고 한축이 나고 손끝이 차가운 증세는 아마도 모두가 비위가 상하여 그러한 것인 듯 싶습니다. 따라서 비위를 보양하고 생기를 돋우는 화평한 약제를 사용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약물을 중지하시고 곡기(穀氣)를 드시며 기거를 조심하시고 정신을 맑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때때로 비위를 시원하게 하여 식욕을 돋우는 차나 미음을 드시어 진원의 화기가 회복되고 양기가 운행하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옛사람이 이른바,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기쁨이 있다’고 한 것이고, 또한 ‘상의(上醫)ㆍ중의(中醫)를 꼭 만날 수 없다’고 한 뜻입니다.”
위의 글은 윤휴가 숙종에게 올린 글로서 숙종의 질병이 단순히 업무과도로만 생긴 것이 아니라 잘못된 약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윤휴는 숙종이 먹고 있는 패독산(敗毒散)ㆍ사물탕(四物湯)ㆍ소시호탕(小柴胡湯) 등의 약물은 寒凉한 것들로 숙종의 옥체의 脾胃의 陽氣를 손상시킬 수 있는 것이기에 비위가 손상되어서 구역질이 나고 음식맛이 없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양기(陽氣)는 만물을 생장시키는 것이고 음기(陰氣)는 만물을 소멸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周易』의 扶陽抑陰論을 의학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로서 숙종의 질환에 대한 格物致知的 해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