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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이은경 정책국장

이은경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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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과 한의계의 미래 비전



2012년 19대 총선이 끝났다. 민심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여러 분석이 엇갈리지만 18대 총선에서 한나라 153·민주 81·선진 18·친박 14·민노 5·창조 3·무소속 25석으로 여권으로 분류될 수 있는 표가 188석이 넘고 이후 상당수 무소속이 재입당을 한 결과에 비하면 현 정부에 대한 냉엄한 판단이 표출되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무상급식 논쟁과 서울시장 선거로 이어졌던 야권의 선전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압승과 정통 여당 지지 지역인 부산과 대구에서의 의미있는 표 확보는 향후 정국 운영에서 야권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대선과 그 이후 정책 결정에도 지속될 것이다.



19대 총선 막바지에 정권 교체와 각종 네거티브 공세가 집중되면서 선거 초반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정책 논의는 실종되었다. 하지만 12월 대선과 차기 정부에서 수행해야 할 정책 방향은 가시화 되고 있다. 각 당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방향은 경제의 합리적 조정, 즉 경제민주화와 분배 개선, 즉 복지이다. 현 정권에서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경제 성장의 한계와 분배구조의 개선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은 모든 당에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의료 부분의 개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료 부분의 정책은 거의 수렴되고 있으며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의료개혁안은 더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 6월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시 공공의료 확충계획은 6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야권에서 주장해왔던 내용을 거의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말 예정되어 있는 대선을 지나면 2013년의 의료개혁은 더욱 급박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의계는 이러한 시대 변화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한의계의 선거대책은 한의사 후보의 당선, 각 당의 공약에 한의계 요구안을 포함시키는 수준이었다. 의료기기 사용과 보험 확대,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단속강화와 한약재 안전성 담보 등이 그 핵심내용이다. 하지만 한의계 요구안이 포함해야 할 시대 가치에 대해서는 논의가 불충분했다.



한의계가 정치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한약분쟁 이후였다. 한약분쟁은 한의계의 정치적 역량을 매우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다른 의료집단에서 자극을 받아 정치적 행보를 적극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사회학적 분석이 활발했을 정도였다.



그 당시 한의계의 요구안은 첩약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받는 것과 더불어 독립한의학법, 국립한의과대학, 공중보건한의사제도, 국립한의학연구소, 독립한의학 정책부서 설치였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한의계의 핵심 요구안은 다 관철되었다. 그런데, 한의학은 발전했는가?



한의계는 시대적 상황과 동떨어져 한의계만의 독자성을 인정해 주기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의료는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며 정부정책과 의료시스템은 일정한 흐름을 띄게 된다. 한국의료는 87년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90년대 보장성확대, 2000년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을 거치면서 제도화되어 왔다.



하지만 지나친 치료 중심 서비스와 대형병원의 확대, 민간 중심 의료기관간 경쟁 심화 등은 한국의료의 모순으로 자리잡아 왔으며 이를 개혁하기 위한 시도가 야권의 무상의료로 표현되고 있다. 의료개혁이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 것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의료는 지식과 기술의 축적기→국가 건강보험의 확대+경제 성장으로 인한 의료 성장기→의료비 폭등에 대비한 의료 조정기(일차 의료 강화 및 의료에 대한 규제 강화)의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한국사회가 급격한 의료성장기를 거친 후 빠르게 의료조정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는 전체 GDP의 8~9% 미만으로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선진국가 대부분 의료조정기에 진입해 있으며 주치의제도, 총액계약제, 예방/건강증진 강조, 입원/치료서비스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의료에 대한 공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90년대 이후 한국의 의료는 건강보험 성숙을 통한 의료성장기로 설명된다. 건강보험 보장성의 확대와 안정적 경제 성장으로 의료인들은 높은 경제적 보상을 누렸으며 의료비는 급격히 증가했다.



한의계도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제도 영역은 아니었다. 한약분쟁으로 높아진 전문적 위상은 약탕기의 보급과 경제 성장에 힘입은 보약시장 확대를 통해 첩약시장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침·뜸 등 기초 시술의 보험 확대는 문턱을 낮춰주고 한의원의 기본 수익을 보장하는 효과를 추가했다. 한의계 90년대의 호황은 첩약시장의 확대에 기대고 있었다. 심지어 한약분쟁에서 집행진은 한약제제를 약사들에게 넘겨주면서까지 첩약시장을 지키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지금은 어떤가? 의료비는 노인인구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한국사회는 아직 본격적 고령사회는 아니나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16% 이상이 노인이 될 것이며 현재의 의료관행이 지속된다면 GDP의 11%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할 것으로 추계된다. 즉, 의료비가 국가 경제와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이 야권에서 주장하는 무상의료이다.

무상의료란 단순하게 Free Service, 의료를 공짜로 제공해 주겠다는 정책이 아니다.



의료비에 대한 개인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의료에 대한 국가 규제를 강화해서 의료비 낭비요인을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개인이 내나, 공단이 내나 국가 전체의 의료비는 같기 때문에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하도록 개인부담을 확 낮춰 국가부담을 늘리는 대신 공단과 심평원, 복지부의 직접 공급과 합리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민주통합당 무상의료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한의계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의료에 대한 공적 규제는 근거(Evidence)에 기초한다. 건강에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된 서비스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그 외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금지로 가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보완대체의료에 대한 입장도 이러하다.



확실하게 효과가 검증된 서비스는 공적으로 보장하되, 그렇지 않은 대체의료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부분 증명된 사실은 아파서 병원에 드러눕기 전 단계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일차 의료가 의료비 절감과 전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행위별수가제는 치료 중심, 과다진료의 폐해가 크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공급에 대한 규제의 핵심은 대형병원에 대한 규제(수도권 병상총량제 등), 총액계약제의 도입 등 지불제도 개선, 주치의제도 도입을 통한 일차 의료 강화, 공공병원 확충을 통한 민간병원 축소 등이다. 이런 과제들은 정부도 동의하는 내용이며 의료개혁의 내용은 여-야를 막론하고 비슷하게 수렴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개혁방안에 한의계는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차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의료기관기능 재정립 방안과 4월 시행되는 선택의원제에 한의계는 빠져 있다. 치과주치의는 모든 정책에 포함되어 있으나 한방주치의와 한방공공의료는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한의계가 이런 시대적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데 있다. 여전히 한의계의 가장 큰 이슈는 첩약이며 당연하게 한약재 안전성과 그를 증명할 수 있는 진단기기가 핵심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 한의사들은 일차 의료를 전담하고 보험으로 기본 수익이 보장되는 치료하는 의사상을 꿈꾼다.



이러한 젊은 한의사들의 열망이 현실이 되려면 첩약은 다양한 치료수단 중 하나가 되어야 하며 첩약보다 한약제제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 천연물신약은 향후 한약유래의약품의 기본 형태가 될 전망이다. 한-양방 상호 사용과 보험과 의약분업 등을 통해 합리적 의약질서안으로 포함시켜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약재 안전성은 한의사가 책임질 부분이 아닌 제약회사와 제제를 허가한 식약청, 제제를 보험 적용한 공단과 심평원의 책임이 될 것이다. 또한 한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각종 기술과 한의약품은 전부 보험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양방의 업무범위는 서로 중첩되는 부분을 인정, 상호 확대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의계가 전략적으로 움직이면 기회의 창을 열 수 있다. 의사들의 반대로 추진이 어려운 주치의제도나 총액계약제 등을 한의계가 먼저 수용하면서 지분을 획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러한 내용을 기초로 한 한의 의료 개혁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식의 혁명적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약분쟁을 통해 한의계는 정치적 압박과 로비의 효과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끝없는 의료갈등, 정부와 싸우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의료계의 모습에 국민들은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열악한 한의약 인프라로는 뒤쫓아 가기도 힘들다. 역으로 의료개혁 방향과 일치하는 정책대안을 도출하고 합리적 대화상대자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건강을 위해 한의약이 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하고 논리적 설득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의료전문집단들이 정치적 파워로 주장을 관철할 때, 국민건강을 위한 대의에 헌신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역할을 한다면 한의계에 새로운 기회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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