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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권영규 교수

권영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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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있는 한의사’를 소개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초 원래 약속된 마지막 칼럼의 편지를 투고한 뒤, 다시 칼럼을 부탁하는 ‘카톡’ 연락을 받고 부담이 되었답니다. 칼럼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하게 나누어진다는 반응을 들은 바 있어서, 연애편지 쓰듯 밤을 지새우던 힘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스스로 되돌아보는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안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전국에 훌륭한 회원들이 많은데 새롭게 주어진 소중한 지면인 만큼, 편지글 형식의 칼럼보다 일상의 생각으로부터 한의계 발전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에피소드1

원기, 노화 방지의 대가?



얼마 전 국내 대형병원의 양의사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원기, 노화 방지 대가가 있나요?’. 문자로 답하기를 ‘대가라 하심이 연구인지, 임상인지 궁금합니다! ^^’. ‘둘 다’. ‘앗! 둘 다?’ 라고 문자를 가볍게 주고받았다. 갑작스레 부담이 생겨 며칠을 고민한 뒤 메일을 드렸다.

“말씀하신 ‘원기, 노화 방지 대가’와 관련하여 고심하는 바가 엄청나 이제야 연락드립니다.



‘원기’는 한의학의 오장육부에서 ‘신(콩팥)’과 연관되어 생명의 근원에 해당하는 기운으로 정력, 활력, 정기, 정 등과 동의어로 사용됩니다. 건강·장수 등과 관련된 용어입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이 한약을 복용하는 경우 흔히, 보약이라고 하는 경우와 뜻이 같기도 합니다.



‘노화 방지’는 현대의학에서 노화와 관련된 요인 즉, 유전자·활성산소·텔로미어 등과 관련하여 나온 용어이므로 한의학 용어로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연구목적이면 논문제목에 이를 키워드로 찾아도 될 듯).



‘대가’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학계의 권위자이어야 하나, 한의계가 강호제현들이 난무하는 춘추전국시대와 같아 학계를 비롯하여 임상계, 혹은 숨어있는 분들도 많다고 자칭 타칭 대가라 하니, 저로서는 대가를 어떠한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난감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특히, 연구와 임상 ‘둘 다’라 하셔서 더욱 그러하답니다. ^^



따라서, 환자를 위해 추천하는 일이라면, 일반적으로 보약 처방을 잘 한다고 알려진 한의사, 연륜이 많은 한의사, 좋은 한약을 원재료로 선택하는 한의사, 평소 환자의 상태를 늘 상담하였던 한의사라는 조건으로 가까운 한의원을 추천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공에 따라 (연구목적이던, 진료목적이던) 추천하는 일이라면, 원기는 내과에서 신계내과(6내과)와 가장 근접합니다. 굳이 범위를 넓히면, 금원시대 의학자에 따르면 원기는 식욕과 가장 밀접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으니 비계내과(3내과)도 무난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개인차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사상체질의학과도 권할 만합니다(다만, 체질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이면 제외).

이러한 기준도 부족하여 누군가를 꼭 찍어 달라하시면, 끄응인데....

다시 연락주셔야 할 듯... 힘드네요^^”



왜 이리도 복잡한 심경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니, ‘동료평가(peer review)’문제였다. 흔히 ‘전문가에 의한 평가’ 혹은 ‘동업자의 평가’라고 말하는 신뢰근거와 관련된 고민이었다. 가까운 분들 혹은 나를 믿고 누군가를 추천해 달라고 할 때, 무엇을 근거로 신뢰하면서 추천을 할 수 있을까?



한의원 신문광고(주요 일간지의 전면광고)? TV 혹은 신문의 인터뷰 기사? 한의원 홈페이지 안내(프렌차이즈 혹은 네트워크 **전문)? 칼럼 혹은 저서 집필? 발표된 논문? 박사학위? 전문의? 2~3대의 가업? 학부시절의 성실성? 수련병원의 규모? 수련병원의 지도교수? 동기들의 평가? 지역한의사의 평가? 국제학술대회 논문 발표? SCI급 저널의 논문 게재? **학회 혹은 연구회 대표? 임상강의 경력? 보험청구 건수? 자문위원회 등 사회활동?



여러분은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계십니까? 물론 자신이 다 치료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을 추천하는 기준이 필요 없겠지만, 설마 모든 병을 혼자 다 치료할 수는 없겠지요?



얼마 전 페이스북의 한의사가 올린 ‘내 방식의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전통의학의 한계라서…”라는 표현은 틀린 표현이기 때문에, “저보다 실력있는 한의사를 만나면 치유될 것입니다”라고 표현한다’는 글을 보았다. 개인적인 겸손함과 한의계 전체를 생각하는 배려가 엿보이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만약 환자분이 ‘실력있는 한의사’를 소개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에피소드2

책보다 논문으로



병원 중심의 서양의학은 기술의 원천이 병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원의 임상의사(교수)들은 학회에서 최신기술을 공개발표하고 동료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는다. 동료전문가는 지역이나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이다. 개원의들도 어느 병원, 어느 교수에게 수련을 받았는지에 따라 동료의사들이 그 수준을 짐작하기도 한다. 개원의들이 책을 저술하기도 하지만, 최근에 발표되는 논문의 정보가치를 더 높이 산다. 논문도 세계적인 저널의 피인용도에 근거하여 수준을 평가한다.



의학의 학문적·기술적 전문성에 대한 이러한 평가방법에 공감을 하는 것이다. 물론 경영기법이나 마케팅 차원의 활동이 이러한 전문성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동료전문가들은 그 영향을 구분하기 때문에 혼란이나 갈등이 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 한의계의 원천기술은 의학고전이나 개원의로부터 기원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 성격이 강한 의학의 학문적 속성상 임상경험은 신뢰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아무리 전문의자격을 취득하였더라도 전공과 관련된 환자를 개원의만큼 경험하지 못하면 전문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한의계에서도 최근 10여년에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높은 수많은 논문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임상경험과 직결되지 못하니 동료평가가 이루어지 않고 피인용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읽혀지지 않는 논문을 쓰고 쓰여진 논문을 읽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심지어 SCI급 저널에 발표된 논문도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공감할 수 없는 ‘분자 차원’과 ‘몸 차원’이라는 간극이 존재한다.



어찌할 것인가? 다시 노력해야 한다. 개원의가 필요로 하는 논문이 발표되고, 발표된 논문으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각종 연구회와 학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지만 제대로 된 논문이 발표되지 않고, 기술교류 및 동료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들 스스로 누군가를 신뢰하고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안타깝게도 아직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임상연구회나 학회를 통해 비싼 강의로 후배들에게 경험팔기를 하는 것 같다. 대학교수들은 개원의나 정책입안자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는 논문 만들기를 하고, 연구원은 정부의 연구비 수탁에 영향을 미치는 평가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개원의는 임상경험을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경험을 공개하고, 대학은 학생교육에 직결되는 연구에 주력하며, 연구원은 차세대 기반을 다지는 미래 연구에 투자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최근 한의학회의 분과학회지 발간기준을 년 1회에서 2회로 늘이면서 연합학회지도 인정한다는 단서를 달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원의들이 위주가 되는 학회에서 학회지 발간이 어려운 현실과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고심을 이해하지만, 학회인증의 기준과 관련된 학회지는 발간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엄격한 형식에 따라 동료평가를 거친 논문이 게재되도록 하는게 핵심이 되어야 한다.



기술 분야에서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긴 시간이 필요하고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두꺼운 책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졸업 이후에 임상경험을 교류하는 비용과 시간이 비효율적이고 사적 관계에 의존한다면 신뢰는 점점 약해질 것이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책보다 논문으로, 경험의 나열보다 핵심이론을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



임상경험과 핵심기술이 공개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이루어지고, 동료전문가들의 엄격한 평가를 거친 논문이 발표되어 주변의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한의사들이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그래서 환자의 주소와 가장 가까운 한의원을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봄기운을 함께 느껴보시죠. 취미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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