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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권영규 교수

권영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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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한의전의 멋있는 교수가 될 졸업생을 위하여



멋진 은퇴를 준비하고 계실 은사 A선생님!



교양과목이 고교수준보다 낮으니 한의예과 없이 한의학을 2년 정도 교육해도 되지 않겠냐는 맹랑한 질문에도 웃음으로 답해주시던 선생님! 경산 2호관 3층 실험실 연탄난로의 따스함이 새삼스레 생각납니다.



생리학 교육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시작된 인연으로 선생님처럼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에 몸을 담은 지 벌써 25년째입니다. 교육·연구·봉사라는 표준화된 교수의 평가항목에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과 같은 훌륭한 인품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은퇴하신 서울의대 기초의학 교수들께서 지방 의대에 출강하면서 교육을 지원하시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은퇴 이후 기초의 후배교수들을 격려하며 연륜이 가득한 강의하시는 선생님을 뵙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최근 교육이 이론교육보다는 실기·실습 위주교육, 인간교육보다는 전문기술교육, 기초이론보다는 임상의 환자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의학계열을 진학하는 학생들조차 의사로서의 소명의식보다 자본과 경영을 염두에 둔 직업 선택이 되는 세태를 보면서 선생님이 더 뵙고 싶습니다.



원전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님을 강조하셨던 K선생님!



수학을 전공하시고 다시 한의학을 전공하셨는데 어릴 때 서당교육을 받으셨던 선생님께서는 한학기동안 『황제내경 소문』의 몇 편만 진도를 나가시면서도 한자나 한문의 원리를 강조하셨고, 많은 역대 의학고전에서 徐靈胎의 저작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의학고전의 완독도 중요하지만 내용 파악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시험에만 매달리는 강의방식을 보면 선생님의 강의가 되새겨집니다.



보직을 하는 동안 부당한 총장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괴로움을 저희들과의 술자리에서만 푸념하셨던 유교적 완고함이 생각납니다. 작고하신 후 한동안 사모님과 연락하면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였던 아드님 소식도 소홀한 제 탓에 근황도 모른 채 세월이 흘러 송구함 가득합니다.



겸손에는 지나침의 한도가 없음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K선생!



대학시절 ‘새벽’ 창간호의 글을 통해 알게 된 K선생! 대구경북 한방산업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시골마을까지 함께 출장을 다니며 밤새워 한의학과 결혼 얘기를 나누었던 인연이 지금 양산으로 이어져 너무나 반가웠답니다.



강의에 대한 열성과 논리적 이론 전달 그리고 한의학적이면서도 과학적 접근이 가능한 연구에 몰입하는 모습이 학생들의 사표가 되기에 늘 자랑스럽답니다. 그리고 한의학전공자들이 강의따로 연구따로 혹은 강의따로 임상따로인 경우가 다반사인데 연구에 기반한 강의를 실천하는 모델이라는 생각에 선후배 교수들의 모범이 된다고 혼자 생각해봅니다. 더구나 겸손함에도 더 겸손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면서도 칼럼의 자기주장에서는 강한 논리를 펴는 당신이 부럽답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당신같은 제자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교수들의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K학장!



벌써 학장직을 맡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네. 사립대학의 학장은 총장이나 이사장 마음에 임기가 정해지겠지만, K학장께서는 임기에 연연하지 말고, ‘학문의 장’으로서 소신을 펼쳐 위기에 빠진 한의계의 미래 인재를 키우는 초석을 다지리라 기대한다네. 취임일성이 한의학의 중심을 바로잡아 한의계의 빈사상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겠다는 인터뷰기사를 보면서 역시 학문적 소신을 느꼈다네.



대학의 기초학 조교나 병원의 수련의가 넘쳐나는 동기는 교실의 주임교수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학문하는 자세를 보여주는가에 많은 영향받았음을 기억하는가? 교육과 임상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이지 않은가? 자연과학자가 할 수 없는 한의학 교육과 연구를 담당할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지 못하면 학문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음을 되새기길! 지금처럼 MRC, BK, SRC 등의 각종 연구비나 장학금 혜택이 없을 때도 열정을 가진 이들이 대학을 지켰듯이, 미래 한의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제대로 키우길 간절히 염원한다네.



추신) K학장! 이렇게 이니셜로 편지를 써도 전화주시는 분들이 있다네. 다른 분이 아니라 자네와 함께 경찰서구치소로 면회가서 뵈었던 한약분쟁의 주역이셨던 학부모님들께서는 아직도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네. ^^



교육개혁은 평가로부터 시작됨을 설교하는 S선생!



한의학교육에 대한 실망이 동기가 되어 나처럼 기초의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모교를 떠나 함께 근무하게 된 S선생! 조교시절부터 중의학 교육과정 관련 자료를 역사적 변천사까지 수집하여 당시 한의계 처음으로 교육과정 개편을 함께 추진하였던 기억이 새롭다네.



이제는 ‘교육’분야에서는 한의계뿐만 아니라 (치)의학계에도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중국·일본을 비롯하여 미국의 의학교육에 대하여도 전문성을 갖추었고, 한의계 최초로 임상술기지침서를 개발하고, 한의전 자체 설문조사에서 개원 이후 ‘교육’만큼은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였다는 평가결과를 보면서 자랑스럽기 그지없다네.



늘 나만 보면 한의학의 교육개혁이 이루어지려면, 통합강의, PBL, OSCIE, CPX 각종 전문용어와 관련된 문제보다 ‘시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함을 설파하고 있지?^^ 강의를 나누어서 한다고 시험을 따로 친다면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진 제대로 된 통합강의가 될 수 없고, 기초와 임상이 각각 따로 구분되는 문제해결형 강의는 임상현장의 환자로부터 출발하는 강의가 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한의사국가시험’이 임상현장의 환자를 치료하는 최소요구의 기술적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교육과정이나 교재의 개혁으로 이어질 수 없음을 나 또한 알고 있다네. 다만, 한의학은 더 이상 한 두 사람의 개인적 경험이나 학설을 전수하는 사사로운 방식이 아니고 여러 교수들의 공동작업으로 교육하는 방식이 되었으니 지치지 말고 계몽하길 바란다네. 그리고 양방의 경험을 따라가지 말고 대등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이라도 앞서가 보세. 왜냐하면 ‘醫案’이 요즈음 말하는 ‘사례 중심의 임상강의’였던 셈이고, ‘辨證’이 ‘환자증상 중심의 문제해결형’ 사례였던 셈이라 생각하면 우리가 앞서 갈 수도 있으리라 착각도 해본다네.



일대일 실습을 통해 무릎도 꿇고 강의하는 L선생!



학창시절 번역모임을 통해 만났고, 이제는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동료교수가 된 성실한 L선생! 요즈음은 체중이 조금 불었는지? 요즈음은 귀가를 조금 일찍 하는지? 늘 안부가 궁금하면서도 이일 저일로 전화 한 번 못하고, 그 흔한 카톡 한 번 청하지 못하여 미안하다네.



침구학과 경혈학의 구분도 없이 제대로 된 실습도 하지 못한 채, 자기 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침을 놓거나, 정력에 좋다고 무조건 단전에 뜸뜬 자국을 자랑하던 학창시절 친구들이 떠오르네. 침구학조차도 학생들에게 교재를 읽히고 자신의 임상경험만 얘기하며 시험은 쓸데없이 이상한 문제를 출제하여 재시, 삼시, 사시로 고생시키던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학생들이 불쌍하였다는 생각이 든다네. 그러하였기에 학생들과 일대일로 직접 혈위를 잡아주고 침자극에 득기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실습하느라 실습실 바닥에 함께 앉아 있던 자네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네. 한의학교육이 ‘강의’에 머물지 않고 ‘학습’이 되도록 실천하는 자네와 같은 교수들이 많아짐을 보며 한의학의 미래를 밝게 그려본다네. 침 실습으로 체중 너무 축내지 말고 건강도 유지하길 바라네. ^^



한의학 연구의 허브역할, Win Win Win을 주창하신 C선생님!



교수평가 항목의 ‘봉사’영역에 여념이 없으신 선생님! 전 세계와 동북아시아 전통의학의 정책 현장을 경험하시고, 이제 막 한의계 연구의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요즈음 어떠신지요? 한약분쟁 당시 유급한 학생들의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설립이 시작되었다는 전설만 전해져 오는 역사 속에서 한의학 연구는 과연 어떠한 연구인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한의사 세대간, 한의대 대학간, 개원의 지역간, 전통의학 국가간 한의학의 미래 비전은 각양각색이고, 비전에 따른 발전전략 또한 다양하여 연구 분야에서 포용하기 어려울 지경이라 생각이 듭니다. 명절을 앞두고 사상체질인의 고유 얼굴형이 각종 매스컴에 발표되어 한의학 홍보에 긍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비판과 격려가 교차되는 것을 보면 한의학에 대한 기대가 다양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의학 연구인력과 연구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진지 불과 20년이 되지 않았음을 생각할 때, 연구자 네트워크 구성, 학·연간 교류프로그램 지원, 전 한의계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프로젝트 추진, 한의학의 세계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전 제시 등 이제껏 그 어느 교수도 하지 못하였던 큰 그림을 제시해 주시리라 믿어봅니다.



교육과 연구도 중요하지만, 교수로서 봉사는 사회에 대한 기여이며 동시에 자기 학문 분야의 홍보이자 투자가 됨을 생각할 때, 이왕에 시작한 봉사가 한의약 혁명을 꿈꾸는 시기와 맞물려 역사적인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선생님! 파이팅^^



지금까지 각계각층에 편지를 쓰면서 미안함, 고마움, 부족함만 느꼈지만, 그대로 주변의 좋은 동료교수들에 의지하여 다시 힘을 냅니다. 그리고 이번에 졸업하게 되는 국립한의전의 1기생들 중에 편지글을 받으시는 훌륭한 분들의 능력을 고루 갖춘 멋있는 교수가 탄생하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연애편지처럼 덧붙여 봅니다. 여러분!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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