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잡스와 자기애성 인격장애
얼마 전 한시대를 풍미했던 IT계의 거물 한명이 세상을 떠났다. 바로 애플의 창업자요,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불려지는 스티브 잡스이다.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던가? 통신회사들마다 이권다툼으로 지지부진하던 한국의 통신 및 IT 업계는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소위 ‘스마트폰 혁명’이라고까지 하는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정부의 정책마저도 변하고 있다. 그는 한 국가의 정책마저도 뒤흔드는 것이다.
그의 업적은 비단 컴퓨터에서만 머물러있지 않다. 잡스는 그가 만든 회사 애플에서 쫓겨나자, 픽사를 설립하여 ‘토이스토리’라고 하는 최초의 상용화된 3D애니메이션을 만든다. 토이스토리부터,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친 영화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제 3D TV에 이르기까지, 그가 촉발한 3D 영상 혁명 역시 이 세상의 변혁을 진행시키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 주변에는 광적인 팬덤이 있는가 하면, 만만치 않은 안티들이 존재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일정정도의 업적을 쌓은 어떤 위인들도 다 겪는 현상이리라. 하지만 잡스의 경우는 약간 다른 듯하다. 왜냐하면 잡스의 인성 자체가 보통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고 잡스에게 제안을 한다. 잡스의 언어 습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언어 습관과는 거리가 멀다. 잡스는 호불호를 분명히 선을 그어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쓰레기구만”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일주일정도 지나면 그 직원에게 나타나서 자기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들어보라고 하면서 일주일전에 그 직원이 냈던 아이디어를 죽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그는 젊은 시절 한 아가씨와 수년간 동거를 했고, 그 동거 끝에 딸을 두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 딸이 결코 자기 딸이 아니라고 부인하다가 결국 친자확인소송에서 98% 일치라는 결론을 듣고서야 자신의 딸임을 인정하게 된다.
타인의 업적을 훔치고 자신의 결점을 극단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기애성 인격장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들인 것이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살펴보자. 중요한 특징은 ①자신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어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②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과도하게 과장한다. ③타인과의 공감능력이 부족하다. 타인의 느낌이나 요구를 인식하거나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④대인관계에서 착취적이다. 목적을 위해서 타인을 이용하는 경향이 많다.
잡스는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웬만해서는 거의 동조되거나 이입되는 일이 없다. 애플의 초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모바일미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그는 팀원을 모아놓고, 모인 자리에서 팀장을 해고해 버린다. 이런 기행은 잡스가 상대방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수많은 일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잡스가 애플 창업 초기에 함께 애플의 창업을 도운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주식의 지분을 정하고, 기업을 공개할 때, 잡스는 그 초기에 애플의 창업을 도운 친구들 중에서 당시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될만한 친구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일부에게는 아예 한 주의 주식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 또한 사람을 철저히 이용하는 자기애적 특성의 하나로 보여질 수 있다.
이러한 유난스러운 잡스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한마디가 있는데, 그것을 이름하여 ‘잡스의 현실왜곡장’이라고 한다. 이것은 잡스가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가능하도록 믿게 만드는 것과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믿고 따르게 만드는 그의 마법과도 같은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잡스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신이 바라보고자 하는 것만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하는 시장조사가 첫 번째다. 하지만 잡스가 만든 제품 중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만든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 제품의 기획과 생산의 기준은 오직 잡스 자신이 어떤 것을 원하느냐에 있다. 이런 것을 두고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잡스의 현실왜곡장’이라고 한다.
잡스는 죽기 직전에 s사의 모 단말기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말기의 ‘둥근 모서리’가 자사의 제품을 모방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그냥 지나치는 애플 컴퓨터와 아이폰 등의 ‘둥근 모서리’는 애플컴퓨터에서 출시하는 제품디자인의 주요 특징이다. 회사 초기에 애플컴퓨터의 제작 당시 대부분의 가전 제품 모서리는 직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잡스는 컴퓨터의 모서리가 직각이 아니라 둥근 모서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품 출시를 연기해야 하고 생산단가는 훨씬 더 올라가야 했다. 하지만 잡스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디자인을 요구했고, 그렇게 되었다. 잡스가 그런 디자인을 원한 것은 시장이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제품 출시가 연기되고,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용자들은 그 디자인에 열광했고, 애플은 그런 디자인을 통해서 성장했다. 그런데 자신의 특별함을 나타내는 ‘둥근 모서리’ 디자인을 모방했으니, 잡스가 내버려두겠는가?
지금까지 기술한대로 그를 병리적 관점에서 보면 그는 영락없는 인격장애 환자일뿐이다. 만약 잡스가 인격장애적 특성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그는 단순한 사회부적응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업적과 유산은 현재도 곳곳에서 많은 변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든 것은 그가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이루어냈다는 점이다. 잡스의 자기 혁신의 출발점은 아주 극단적으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착했다는데 있다. 이런 극단성은 잡스의 자기애적 인격성을 기원으로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잡스로 인해서 정신현상의 정상과 비정상이란 과연 무엇이며, 위대함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갔던 스티브 잡스를 통해서 인간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위대한 정신은 어떻게 탄생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영감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