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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주진원 원장(해미소 사랑한의원)

주진원 원장(해미소 사랑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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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게 된지도 이래저래 16년이 되어 간다. 환자를 보다보면 쉽지 않은 경우들을 만나게 된다. 일반 한의원들의 특성상 양방처럼 확실하게 분과되어서 환자들이 내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양방의 여러 진료과에 걸쳐서 문제를 가지고 오는 경우들이 많다. 이런 경우 치료를 하다가 아주 곤란한 문제를 겪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난해한 인격을 가진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라는 환자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치료과정 중에 곧잘 오해를 일으키고 이런 오해들로 크고 작은 소동이 진료 중에 일어나서 의사-환자 관계를 악화시키고, 환자 본인에게도 손해가 갈뿐 아니라 치료 당사자인 한의사들에게도 여러 가지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을 잘 이해하고 치료하는 것은 진료실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고 동네 한의원의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이런 환자들을 겪었으며,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환자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히스테리성 인격장애자들에 대한 정의는 이렇다. -흥분을 잘하고 감정적인 사람들로서, 다양하고 연극적이며 외향적이고 자기 주장적, 자기 과시적이며 허영심이 많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를 끌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하지만 실제로는 의존적이고 무능하며 지속적으로 깊은 인간관계를 갖지 못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임상 양상은 다음과 같다. 1)이들은 주의를 끌기 위해 행동이 심하다. 사고와 느낌이 과장된다. 감정 자체가 피상적이어서 매력적이고 사귀기 쉽지만 대인관계에서 깊고 가까운 관계를 오래 지속하지는 못한다. 2)이들은 가벼운 자극에도 지나치게 반응하고 변덕스럽다. 연극적이어서 불만스러운 일이 있으면 울음, 비난, 자살소동을 일으키고 나아가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일으켜 조종하려 하기도 한다. 대인관계에서도 자기 요구만을 들어주기 원한다. 3)성인으로서 성적으로 매력이 있어 보이고 애교 있는 옷차림이거나 겉모양으로는 유혹적이고 자극적이며 성적 분위기를 다분히 풍기지만 실제로는 회피적이며 불감증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어떻게 한의원에 내원하고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살펴보자. 이 환자들은 겉으로는 동네 사람답지 않게 말쑥한 차림을 하고 한의원을 ‘방문’한다. 그래서 진료를 담당하는 치료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주목하도록 한다. 때로는 좋은 매너로 치료자를 기분 좋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매너는 하나의 ‘성숙된 인격’이 아니라 이 환자들의 ‘자기과시’적인 인성 특성이다. 그래서 치료자는 이들을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초기에는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 약간의 관계가 형성되면 이어서 이래저래 시시콜콜한 요구들이 많다. 침 치료도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 등등 치료의 요구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 병의 특징이기도 하며, 한의원을 내원하는 동기가 되는 것은 신체화 양상이다. 이들이 가진 문제의 본질은 실은 정서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이들이 우울증, 중독, 자살기도 등의 심각한 문제로 진행하기 전까지는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인지가 안 되어서 정서적인 문제로 병원을 내원하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는 자기 자신에게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만 신체화 증상으로 인해서, 이들은 내과나, 정형외과, 신경과 등등을 내원한다. 하지만 특별한 진단을 얻지 못하고 치료에도 만족하지 못하여 한의원에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가진 인성의 특징 중에 ‘피암시성’이라는 것이 있다. 암시자의 언사나 행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그것이 타인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마치 자기 자신이 생각해낸 것 같이 믿고 거의 자동적·일방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거나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내면은 실은 자아가 약하고 의존적이기 때문에 권위자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따라서 전문의의 한마디는, 어떤 상황에서는 이들에게 거의 성경의 한구절과도 같은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치료를 하다보면 치료 과정 중 사소한 트러블이 동반되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치료중에 이런 사소한 트러블이 발생하면 해당 치료자에게 문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주위 사람들이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내원하여 본인이 치료 중에 받은 ‘고통-사소한 트러블이 대개는 과장된다’을 호소하게 된다. 사실 확인을 하기가 쉽지 않은 대한민국의 의료전달체계의 특성상 이 환자를 담당한 의료인이 이전 치료에 대한 확인 없이 단순히 개인 소견으로서 일말의 부정적인 언급과 암시를 이런 환자들에게 주게 되면, 이 환자들은 쉽게 암시에 걸려들어, 한의사의 치료가 잘못되었다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들의 태도는 곧 돌변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 놓는다. 아마도 경험이 많은 분들은 굳이 이런 병명을 붙여서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런 환자들을 떠올리시고 이해하실 것이다. 물론 이런 환자들은 전이-과거 어린 시절 중요했던 사람(부모, 형제 등)에 대한 감정이나 갈등, 소망 등이 치료자에게 옮겨져 표현되는 현상이다(예: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범인과 정신과 의사의 관계)- 현상이 곧잘 일어나는 환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긍정적인 경우 때로는 한의원의 홍보대사가 되기도 한다.



이 환자들은 실은 자아가 매우 약하고 의존적인 사람들이다. 성장 발달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정신의 방어기재로서 ‘억압’과 ‘해리’를 사용한다고 한다. 방어기재로서의 ‘억압’과 ‘해리’는 동전의 양면처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억압이 있기 때문에 해리라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프로이드 학설에서는 어린 시절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성적 억압이 원인이라고도 하나, 칼 융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신체적 문제들을 호소하며 한의원에 내원하는 이런 환자들에 대한 치료의 본질은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인격적 성숙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그렇게 쉬운가. 뿐만 아니라 치료의 대상과 범위 한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단순히 ‘개인적인’것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 약간의 지식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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