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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최승훈 교수

최승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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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京金秋



시월의 중국, 특히 북경은 국내외로부터 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2008년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개항한 베이징 쇼우두(首都)공항은 규모가 너무 커서 오히려 여행객들에게는 불편하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까지 한참을 걷는 동안 여러 차례 눈에 띤 문구가 ‘北京金秋’였다.



일년 대부분 대기가 뿌옇기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다가 시월이 되면 북경은 잠깐 맑고 드높은 가을 하늘을 보여준다. 기온도 활동하기 적당해서 북경은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그야말로 북경의 가을은 황금처럼 무르익어 간다는 것이다.



필자는 10월 14~15일 북경중의약대학 주최로 열린 세계전통의학대학협의회(Global University Network of Traditional Medicine: GUNTM) 참석에 이어 17~18일 수도의과대학과 북경시중의약관리국이 공동주최한 제1회 북경 중서의결합 국제심포지엄(Beijing International Symposium on Integrative Medicine)에 참석했다.



서울서부터 약간의 감기 기운을 지닌 채로 13일 북경에 도착해서 첫날 저녁부터 목이 잠기고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북경의 金氣가 만만치 않다. 워낙 건조한데다 기온도 서울보다는 쌀쌀해서 嬌臟인 폐가 항상 곤욕을 치르게 되고, 일단 걸린 감기는 여간해서 잘 낫지를 않는다.



김호철 연구부학장, 이상훈 교수, 백유상 교수와 함께 제2회 GUNTM 연례회의에 참석했는데, GUNTM은 작년 5월 경희대학교가 주도하여 창립한 대학협의체로, 각국의 대학을 중심으로 전통의학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6개국 7개 대학의 국제조직이다.



기존에 전통의학 분야에는 이렇다 할 만한 국제적인 학술조직이 없기도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게 한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친목단체 성격이거나 아니면 무리하게 정치적인 행태를 보여왔다. 투명하지도 않고, 지속적이지도 않고, 소모적인 양상을 보여 온 전통의학 분야에서의 국제간 협력관계를 바람직하게 형성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매년 주제를 달리 하는데, 올해의 주제는 ‘교육’이다.



교육 분과에서는 경희한의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뉴 패러다임 한의학교육과정 개선’에 관한 내용이 소개되었고, 북경중의약대학이 기초한 7개 회원대학간 학생 교류(GUNTM University Exchange Student Training:GUEST) 약정서에 서명했다. 앞으로 매년 각 대학이 타 6개 대학 학생들을 학교당 3명씩 모두 18명을 수용하여 한달 동안 영어로 교육하는 것이다. 경희대에서는 타 6개 대학의 학생 18명을 매년 7월에 대학 전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Global Collaborative 프로그램에 참가시킬 예정이다.



연구 분과에서는 내년 대만의 중국의약대학에서 열릴 제3차 GUNTM 회의의 결정을 거쳐 침구 분야에서 Multi-centered Clinical Trial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일년 동안 대학간 on-line communication을 통해 연구 프로토콜을 만들기로 하였다. 이 연구가 제안된 이유는 최근 구미의 의학자들이 침구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면서 전통적인 穴位와 가짜(sham) 혈위와의 치료효과에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전통 침구 경혈의 가치를 폄하 왜곡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합리적인 반론 제기를 위하여 7개 대학에서 동일한 임상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제 학회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그럼으로써 그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듯한 정통 침구 분야의 견해를 근거중심의 임상연구를 통해 보여주기 위함이다.





회의가 끝난 다음 날인 16일, 북경중의약대학의 배려로 외국의 참가자들이 북경의 동북쪽 약 250km에 위치한 청더(承德)를 관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감기 때문에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흔치 않은 기회라 일단 같이 가기로 했다. 청더의 대표적인 명승지는 ‘避暑山莊’으로 1703년 강희제가 시작하여 1792년 건륭제가 완공하였는데, 청의 황제들이 매년 4월부터 9월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통치했다고 한다. 산장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의 길이가 10km로, 그 안에 위치한 호수의 한쪽에서 뜨거운 물이 나와 熱河라고 하는데, 우리들에게 익숙한 연암 박지원 선생이 지은 ‘熱河日記’의 무대이기도 하다.



만주족의 취향이 있어서인지, 자금성보다는 작은 규모의 궁전 분위기가 그리 설지 않았고, 궁전의 여기 저기 빼곡히 들어선 소나무에서 뿜어내는 은은한 향은 우리들이 그들과 유전적으로 그리 멀지 않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게 했다. 열하가 있는 청더에서의 하루 동안 눈과 입은 즐거웠지만, 쌀쌀한 날씨 때문에 몸은 한층 더 괴로운 상태에 빠졌다.



청더에서 돌아온 다음 날 필자는 북경의 수도의과대학과 북경시중의약관리국이 공동 개최한 제1회 북경 중서의결합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했다. 수도의과대학부속 북경우의의원의 중의과에서는 하루에 약 4~500명의 외래환자를 본다고 한다. 심포지엄에서는 초청된 6개국 학자들이 ‘融會貫通, 開拓發展’이라는 주제 하에 이틀에 걸쳐 발표하였다.



첫날 개회식에 이어 81년 창립되어 6만7000여 회원을 거느린 중국중서의결합학회를 대표해서 첸커지(陳可冀) 선생은 ‘中國中西醫結合的五十五年’을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은 1)病證결합을 통한 치료효과의 증강:蒲輔周의 유행성 B형 뇌염에 대한 暑溫/暑濕 치료 등, 2)현대과학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말라리아 특효약인 靑蒿素(artemisinin)의 개발, 3) 근거중심적인 방법에 따라 活血消食약물인 紅麴에서 심혈관질환의 예방에 유효한 血脂康 개발, 4) 경피적 심혈관 중재술 (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PCI) 이후 심혈관이 재협착되는 경우 活血化瘀藥으로 치료, 5) 암 치료에 있어서 扶正固本과 화학요법의 결합, 6) 외과 환자에 대한 수술 통증 감소 및 수술 효과의 제고, 7) 침구의 진통 및 해독작용, 8) 病證결합의 중서의결합요법 보편화 등으로 요약되며, 전반적으로 中西醫結合이 중국 중의약의 현대화·과학화·보편화·산업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보고했다.



둘째 날, 필자는 ‘한국에서의 통합의학 발전’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한국의 동서협진 역사와 현황, 현재 pilot study를 하고 있는 ‘신의학연구원’ 설립 방안이었고, 발표 중간에 경희의료원 동서협진센터의 홍보 동영상 비디오도 소개했다. 한 환자에 대해 한 명의 중서의결합의사가 진료하는 중국이나 대만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홍콩 정부의 관리와 의사들은 오히려 한 환자에 두 명의 의사가 진료하는 우리의 협진방식에 더 큰 관심을 표명했다.



며칠 새에 두 차례 국제회의에 참가하면서 접한 최근 국제 전통의학 분야에서의 주요 화두는 동서의학(Integrative Medicine:統合의학, 結合의학, 整合의학), 표준화, 근거중심의학, 未病, 천연물신약, PBL 등등으로 우리들이 국내에서 고민하고 있는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국제 협력을 더욱더 강화해야 할 이유를 가지게 된다. 필자의 몸은 황금이 아닌 오행상의 金氣로 괴로웠지만, 이렇게 ‘北京金秋’는 만물을 수렴하는 가을 기운과 함께 무르익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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