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을 앞두고 엿을 먹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미 소리는 왜 골드 미스를 덮치는가? 김연아는 어지럽지 않을까? 뜸은 만병 통치 치료법인가?
이 같은 물음에 대해 한의학은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이에 대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한 답을 제시한 책이 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본지에 ‘타임머신’이라는 칼럼을 통해 각종 한의학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이상곤 원장(갑산한의원)의 ‘알기 쉽게 다가오는 한의학의 지혜-낮은 한의학’(사이언스북스 펴냄)이 그것이다.
저자를 만났던 날, 대법원 제2부는 김남수씨가 대표로 있는 뜸사랑 단체의 인터넷을 통한 침구 교육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려 논란을 빚고 있던 때였다. 이상곤 원장은 김남수씨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는 글을 모 인터넷 신문의 ‘낮은 한의학’ 코너에서 낱낱이 파헤쳤다가, 뜸사랑 단체의 고소로 현재까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상곤 원장은 “한의학의 전체적인 이론의 이해없이 뜸으로만 병을 고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 방식”이라며 “어설픈 뜸 지식을 갖고 자신의 질병만을 치료하려는 것이 아닌 결국 경제적 이득을 취하거나 환자 치료로 갈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국민의 건강에 큰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인터넷상의 침구 교육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 보였다.
이 원장은 또 “우리는 과거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가령 조선시대에서는 기가 튼실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면역력의 증강이 곧 병을 멀리할 수 있다고 인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의 언어로 현재의 패러다임에 맞게 대중과 소통하는게 중요하다. 그럴 때 국민의 한의학 이해도는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패러다임에 맞게 대중과 소통하는게 중요
한의학이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으며,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의학을 신뢰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 바로 ‘낮은 한의학’의 저술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황청심환, 공진단, 경옥고 등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많은 약물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데 이어 소현세자 독살설의 미스터리, 정조 암살설의 한의학적 진실, 조선 왕들의 온천 일주와 같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시공을 초월한 한의학의 모습을 그려낸다.
한마디로 역사적 사실과 일화를 발굴해 한의학적 사유의 인문학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의료 전문서로 치우치지 않으며, 전문적인 문제를 오히려 단순한 논리로 풀어내 한의학에 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이 같은 저술 방법과 관련, 최근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불광출판사)을 출간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선재 스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의 추천사는 이 책 전반을 꿰뚫수 있는 요약본과 다름 아니다.
“한의학의 핵심 논리를 수많은 역사적·일상적 임상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접점을 모색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는 매우 보기 드문 책이다.(선재 스님)”
전문적인 문제를 단순한 논리로 술술 풀어내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인간 허준, 조선 침의 자존심 허임, 다산의 인두법 등 ‘사람의 의학, 한의학’을 다루고 있고, 2부는 ‘왕의 의학, 건강의 왕도’를 주제로 밤의 제왕 성종, 연산군이 백마에 집착한 이유, 경종 승하 사건의 진실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3부 ‘한의학의 논리’에서는 경락의 참 의미, 신종플루의 치료약, 쓸개의 힘, 비빔밥과 스시, 처녀 감별법 등을 이야기하고 있고, 4부 ‘현대의학이 카드라면, 한의학은 적금’에서는 가슴에 핀 민들레, 소금은 금이다, 황사와 맞장뜨기, 황장엽이 더 걸었더라면 등을 기술했으며, 5부 ‘약과 침의 하모니’에서는 신선의 영약 경옥고, 황제만이 먹던 공진단, 홍삼에도 부작용이 있다, 자하거의 비밀, 민영익과 개고기, 복날 삼계탕에 열광하는 이유 등을 흥미롭게 써 내려갔다.
특히 4부의 ‘현대의학이 카드라면, 한의학은 적금’과 관련, 이 원장은 한·양방 학문간의 상호 이해와 존중을 강조했다. “가령 감기가 걸렸을 때 양방에서는 해열제나 항히스타민제제를 이용해 코나 눈 점막의 부종이나 분비물을 줄임으로써 감기 치료에 나서는 반면 한의학에서는 인체가 원하는 알맞은 온도를 유지시켜 주고, 점액분비와 관련한 적정한 한약 투약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에 나선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것이 좋다, 우수하다고 말하기 보단 그 필요에 따라 카드와 적금 모두가 적절히 활용될 필요가 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소통,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위한 지름길로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낮은 한의학’이다. 한의학이 서양과학의 성과를 이은 현대의학보다 더 낫다거나 우월하다고 고집부리지 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제안한다.
또한 한의학의 오랜 지혜를 수많은 임상 경험과 연구를 통해 달여 내고 있어 한의학을 과학의 눈으로, 현대의 눈으로, 합리적으로 읽어 내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동·서양의학, 그리고 환자와의 소통을 말하다
‘코 음기로 다스려라’, ‘코박사의 코이야기’, ‘신한방임상이비인후과’, ‘코속에 건강이 보인다’, ‘낮은 한의학’ 등 많은 서적을 펴낸바 있는 대구한의대 학보사 편집장 출신인 이상곤 원장.
그는 ‘낮은 한의학’을 출간하자마자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한의학을 주제로 한 역사 소설 저술이다. 이미 상당량의 원고를 작성, 이르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출간될 예정이다.
“허준 드라마가 TV에서 절찬리에 방영될 때가 한의학의 활황기였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앞으로 펴낼 소설은 한의학 소재의 드라마로 연계돼 새로운 한의학의 붐과 한의학 한류를 불러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