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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이충열 교수

이충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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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용어’의 표준화

한의학 표준화 6



한의학 지식정보·건강정보는 한의학 용어를 매개로 유통된다. 그러므로 한의학 용어 표준화는 생산된 한의학 정보가 전문가 집단 내에서, 그리고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서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수행하는 용어와 관련된 모든 표준화 작업들을 말한다.



첫째는, 표준 용어를 정하는 작업이다. 하나의 용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거나, 하나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개의 용어를 사용한다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한의학 용어의 개념을 통일하고 표준 용어를 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는, 용어를 기술하는 형식을 통일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한의학 건강정보가 원활하게 유통되기 위해서는 용어의 통일뿐만 아니라 한의사들이 진료차트에 정보를 기술하는 형식을 표준화해서 통일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는, 용어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구조화해서 한의학 지식을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현재 한의학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온톨로지 기반 한의학 지능형 정보체계 구축’ 사업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된다.



용어 표준화로 높은 수준의 지식체계 도달



한의학은 역사가 매우 길다. 한의학 내에는 다양한 의학 유파와 이들이 만든 텍스트, 그리고 여러 종류의 치료자 그룹들이 존재했었고 대부분의 기간 동안 도제 방식으로 한의학 지식을 전수해왔다. 그러므로 지금 한의계에는 다양한 소스에서 나온 매우 다양한 용어들이 유통되고 있다. 여기에 근·현대 시기 서양의학, 중의학, 한방의학, 보완대체의학과의 교류를 통해 한의학에 유입된 용어들이 있고, 한의학 이론과 기술의 혁신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용어들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이같은 다양한 용어들은 하나의 지식 체계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서로 겉돌면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해방 후 대학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한의학을 세부 전문 분과들로 나누고, 한의학이라는 학문 전체 체계의 정합성과 내적 통일성을 높이는 현대화·체계화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아직도 질적으로는 한의학이 우리가 기대하는 높은 수준의 지식체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한의학 용어 표준화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한의학 용어 국내표준(KS) 제정을 목표로 작업



예를 들어 한의학 용어 표준화는 한의사 직무분석, 표준질병사인분류, 표준의료행위, 교육과정과 학습목표 등 한의학의 다른 표준화 작업들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정상적인 과정을 밟는다면 용어 표준화는 이런 표준화 작업들을 통해 한의학 지식체계가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로 구축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에 못 미친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용어 표준화 작업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오히려 용어 표준화 사업을 통해 한의학 지식체계의 안정적 구축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혀 있다.



이번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과제로 진행되는 용어 표준화 사업은 앞에서 말한 첫 번째 방향의 작업으로서 한의학 용어에 대한 국내표준(KS)을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한의학 용어의 개념을 통일하거나, 이명과 동의어 같은 유사어들 중에서 우선어(preferred term)를 선정하여 표준 용어를 정하는 일이다. 올해는 진료차트 등 의무 기록에 사용하는 병증, 진단 용어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용어와 관련된 국제·국내 표준 문서들, 예를 들어, WHO 서태평양지구에서 만든 IST, 대한한의학회의 표준 한의학 용어집, 한의학 표준질병분류(KCD-OM) 등에서 병증·진단 용어들을 추출하여 정리하고, 이를 관련 학회들이나 단체들의 검토를 거쳐 수정·보완하여 표준 용어로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또 다른 사업으로는 위의 세 번째 방향과 관련된 표준화 작업이다. 경희대학교 박경모 교수 팀이 진행하고 있는 이 작업은 최종적으로 ISO(국제표준 기구) T/C 215(건강 정보, Health Informatics)에 ‘동아시아 전통의학에서의 임상소견 범주구조(categorical structures of clinical findings)’에 대한 기술 표준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것은 지금 WHO의 ICD-11에 포함시키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ICTM(전통의학 질병분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Traditional Medicine)의 콘텐츠 모델에 대한 기술 표준이기도 하다.



용어 표준화는 한의의료정보서비스 개발에 활용



최근 한의계에는 한의학 용어와 관련된 수요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일을 수행할 전문가들이나 실무자들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한의학계, 특히 각 분과학회들이 용어 표준화에 관심을 갖고 해당 분야의 용어 전문가들을 양성해 내는 것이 절실하다.



용어 표준화가 단순히 표준 용어를 정하는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의학 지식체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각 분과학회에도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행된 표준화 작업은 한의원, 한방병원의 EMR, EHR은 물론 한의진단시스템, 한의약물처방시스템 등 가까운 미래의 한의 의료정보서비스 산업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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