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침법의 도입을 제안한다”
위생필수 감염소지 사전 예방
TV 드라마 대장금이나 대왕세종 등을 보면 어의가 침을 시술하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필자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침 시술시의 위생성이 떨어져서 감염 우려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드라마가 외국으로도 많이 보급되었는데, 외국인들의 눈에 한국의 침 시술법이 비위생적이라고 회자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침을 맞은 후 염증이 생겨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대략 7살 무렵에 턱의 아래 부분인 상염천(上廉泉) 부근에 침을 맞았었는데, 곪아서 나중에는 침도 삼킬 수 없고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다.
침술을 조금 익힌 동네 할아버지가 침을 놓은 것인데, 침은 머리에 슥슥 문질러 닦아서 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떠돌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일이기도 하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80년대에 어떤 한의대 후배 녀석이 침은 머리에 슥 문질러 닦아야 한다는 소릴 하기에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도 필자의 턱 아래에는 흉터가 선명하며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수업시간에 종종 보여주곤 한다.
문제는 지금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의사에게서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임상가에서도 그러하리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침 시술상의 가장 큰 문제는 침체(針體)에 손이 닿은 후 그 부분이 환자의 살 속으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제삽법(提揷法)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수십번 주물럭거린(?) 침을 환자의 살 속에 꽂을 수도 있다. 환자가 바뀔 때마다 손을 씻기는 어려울 것이다.
감염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100% 장담할 수 있겠는가? 대개는 큰 문제가 없고 아직 한번도 감염 사고를 겪지 않은 한의사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문제가 되어 언론에 보도된다면 한의계는 또 한번 된서리를 맞게 될 것이다. 필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 점이다.
그러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미국 한의사 시험에서 시행하는 정침법(Cleen Needle Technique, CNT, 淨針法)을 우리나라 한의사시험에 도입하는 것이라고 보며, 필자는 이 제도를 하루 빨리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요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이라 하였다. 동양의 침술이 서양에 전해져서 서양 사람을 질병의 고통에서 구할 수 있다면 기쁜 일이다.
또한 서양 사람의 눈에 침술의 불합리한 부분이 보이고 이를 보완하여 개선한 점이 있다면 이를 역으로 동양에서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고 본다. 문화는 이렇게 상호 교류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국의 한의사 시험은 예비 시험과 본 시험으로 나눠지고, 예비 시험은 응급소생술(인공호흡)과 정침법이며 이를 통과해야만 본 시험을 볼 수 있다.
인공호흡은 전문 강사의 이론 강의와 실습 지도를 받은 다음에 시험을 봐서 통과하는 것이고, 정침법도 이론과 실기로 나눠지는데 이론 강의를 듣고 20문항 정도의 시험을 통과하면 실기 시험을 보는 순으로 되어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둘 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인공호흡과 정침법을 한의사가 되기 위한 필수 선행과정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인공호흡의 중요성은 잘 모르겠으나 정침법은 우리나라 한의사제도에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정침법에서 이론시험은 간염·에이즈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감염 부분과 침 시술 도구에 대한 소독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5회 개정된 80쪽 내외 분량의 교재가 있음, 2006년 기준), 실기 시험은 왕진가방 구성과 자침 시연 2회를 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론 시험의 경우, 교재를 사전에 학습하고서 시험 당일 오전에 강의를 1시간 남짓 들은 후 시험을 보게 된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의 3종 언어로 되어 있는데, 신청시에 선택할 수 있다. 시험 후 바로 채점이 시작되어 결과가 발표되고, 합격자는 실기 시험을 보게 된다.
실기 시험에서는 우선 침술용 왕진 가방 구성을 점검받는다. 침, 위생보, 소독솜, 폐기물 통, 왕진가방(침이 뚫고 나오진 않을 견고한 가방이면 무방함) 등 침 시술에 필요한 도구를 빠짐없이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시연에서는 손 씻기와 침 시술을 보여줘야 한다. 손 씻은 후 닦을 1회용 종이수건 비치를 중시하고 있으며(시험장에 비치되어 있음), 자침시연에서는 보통 자신의 다리에 침자한다. 소독솜으로 자침예정 부위를 중심으로 속에서 밖으로 달팽이 모양으로 돌려가며 닦은 후 알코올이 마른 다음에 침을 자입하고 발침 후에는 폐기용기에 버리는 과정을 2회 반복하면 된다. 손을 씻은 후 옷이나 다른 물건을 만지거나 자침시에 침체에 손이 닿으면 불합격된다. 감염 소지를 없애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우리나라 한의사들도 좁은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외국으로 많이 진출하여 한국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면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지구촌 한의사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