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마 프로젝트의 未來
전통의학 시장에서 한국은 이미 출발이 상당히 늦어버렸다. 연구자원 투입규모도 경쟁국보다 빈약하다. 이러한 우리의 전략 종목으로 시작한 것이 사상의학에 뿌리를 둔 전통체질의학을 과학화하고 현대화하여 세계에 내놓자는 이제마 프로젝트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사상의학이란 단어는 일반인에게 낯설었다. 그보다 10년 전에는 소양인·태음인마저도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점가에서 관련 서적이 넘쳐나고 한의원마다 ‘사상체질 ’ 진료 간판이 내걸려 있다. 2006년 연구에 의하면 임상가에서 전통체질의학을 활용하는 비율은 23.8%에 이르며 이는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상체질을 정확하게 진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체질진단을 객관화하기 위해 안면 특성과 음성을 분석하고 체형을 계측하며 성격설문지를 만드는 등의 노력이 10여년째 이루어지고 있고, 사상의학회지에 매년 수십편의 논문이 실리고 있지만 아직 결정적 해결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사람은 선천적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는게 아니라 환경에 의해 복합적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임상에서 크게 호응을 얻고 있는 사상의학 발전의 보틀넥이 여기에 있다.
체질진단 과학화하는 연구서 출발
실은 이 문제가 어디 사상의학만의 문제이랴. 한의학 전체가 진단과 치료평가의 객관적 도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확인 불가능한 주관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주장이 난무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제마 프로젝트는 체질진단을 과학화하는 연구에서 출발한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먼저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의사의 주관적 진단내용을 객관적 측정기기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의사들은 환자로부터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과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어 그 사람의 체질건강 수준을 판단하고 치료를 한다. 이미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맥진, 안면진단, 체형진단, 음성진단, 설문진단 등을 기기화하고 그 결과를 종합 평가하여 체질을 판별할 뿐 아니라 체질건강 수준까지 진단하자는 것이다.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란 결국 체질별 불균형의 방향과 정도를 진단하여 그것을 건강상태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객관적 특정 도구가 없다. 그래서 치료 효과를 환자의 주관적 진술에 의존하거나 서양의학적 진단기기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한의학적 특성을 잃게 되는 위험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여 한방 진단과 치료 평가를 객관화하자는 것이다.
현대 생물학도 효율적으로 활용
두 번째는 현대 생물학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현대 생물학은 유전자 시대를 맞아 유전체학, 단백체학, 대사체학 등 각종 -omics로 전개되어 가다가 최근 시스템 생물학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분자 생물학의 발전에 의해 생물 정보들이 엄청나게 쏟아지자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이에 생물학도 쪼개어진 요소 자체보다 요소들 사이의 관계 파악이 더 중요시되는 국면에 이른 것이다. 현대 물리학이 물질의 본질을 찾아 분자에서 원자로, 원자에서 퀀텀, 소립자로 쪼개 들어가던 끝에 ‘존재는 조건에 따라 명멸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처럼. 시스템 생물학은 시스템 의학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한의학은 인체를 시스템적으로 파악하는 거시적 시스템 의학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시스템 생물학, 시스템 의학의 할아버지라 할 수 있다. 다만 외형적 관찰에 의해 성립된 한의학은 미시적 수준의 객관적 자료가 없을 뿐이다. 미시적 자료는 있으나 거시적 방향을 잡지 못한 시스템 생물학과 거시적 방향은 있으나 미시적 데이터가 없는 한의학은 멋진 궁합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체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니 유전자의 차이로 확인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체질 특성이 복잡한 표현형(Phenotype)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만큼 여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도 많고 복잡한 수식의 조합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대용량 유전자 분석칩과 시스템적 분석기법의 발달을 적절히 활용하면 시간의 조만은 있을지언정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만일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장차 세계인의 체질진단 시장을 열어줄 것이다(주; Phenotype: 키, 몸무게, 얼굴 형태, 성격 및 질병 특성 등 유전자가 나타내는 형질).
이 두 가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나면 체질한약을 특화시킨 여러 가지 한방신약들을 개발하여 중국이 선점한 이 분야의 시장에도 우리의 특화된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토피나 비염 등 질병에 특화된 체질처방은 전문의료기관에서 처방할 수 있도록 하고, 약국에서는 체질별 감기약을 몇 종씩 구비하여 ‘태음인 감기약 A형 주세요’ 하고 사먹을 수 있도록 일반의약품으로도 개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체질한약과 체질침구 등 한방치료기법을 정형화하여 체질의료 서비스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만들어 세계인이 특화된 진료를 받으러 오게 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어떤 특화된 기술로 세계인이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서양의학만으로 가능할까. 우리민족의 기원과 함께 해온 한의학, 과학화된 한의학, 중국과 차별화된 한의학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과학적 체질진단기술에서 체질 한약에 이르기까지 종합적 건강관리 시스템 전체를 세계에 수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체질의료의 미래는 ‘예방-경고-치료’의 전주기적 사이클로 구성된다. 그림은 이러한 의료기술영역이 실생활에 구현되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준다. 태어나자마자 혈액검사로 체질특성을 확인한 후, 어려서부터 체질교육을 통해 자신의 체질적 약점을 보강하는 방법을 배운다.
체질한약 침구 등 치료법 정형화
각 가정의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시스템과 휴대폰을 통해 각자의 체질건강수준을 모니터링 하다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 사인이 발생되어 자신의 주치의가 이를 인식하고 환자를 불러 치료한다. 이러한 각 단계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산업이 파생되고 한국 사회에서 한의학이 담당하는 영역은 크게 확장될 것이다. 대부분의 학문이 수입품인 시대에 유일하게 우리 것인 학문은 한의학과 전통예술 뿐이다.
그런데 사상의학은 의학에 사회학적·심리학적 요소가 융합된 형태여서 한국만의 독특한 인문사회학의 발전의 토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치학, 심리학, 교육학 등의 관련 서적이 이미 맹아기를 거쳐 성숙해가고 있다.
이처럼 사상의학은 체질 음식, 체질 교육 등 의식주 산업과 인문사회학에 한국 고유의 특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한국전통예술과 어우러지면 CT에서도 전략산업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가 가진 보물, 아직 정련되지 않은 이 보물을 제대로 다듬을 인재와 보다 강력한 국가적 지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