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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한은경 원장

한은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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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치료받는 것’을 디폴트(Default)로



완치(完治)는 도대체 무엇일까? 완치에 대해서 의사와 환자의 의견차가 많이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완치’를 하기 위한 치료방법에서의 합의점 정도는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다. 만났다기보단,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는 조금 수줍은 듯이 웃고 있었다.

“그동안 왜 안 나오셨어요?” “그냥…….” 그녀는 얼버무렸다. “운동하고 있어요.” 운동하고 있다는 말은 자기 나름대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침과 약 치료를 병행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하고 나서 2주일 정도 지나자, 더 이상 내원하지 않았던 거였다.



완치를 위한 치료방법의 합의점 정도는…



그녀는 사실 내가 처음으로 약 처방을 한 환자였다. 진료실에 들어오면 항상 그녀는 할 이야기가 많았다. 몇 년간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병명은 나오지 않고 증세도 호전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내 몸은 자꾸만 아플까, 억울하고 화가 나서 성격 탓을 하고 신경정신과 약물도 복용해 봤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 몸의 증상에 대해서 상당히 섬세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매일 몇 시간을 잤는지, 대변 상태와 소변 상태는 어떤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번 치료를 계기로 자기 체력이 회복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점에서도 서로 공감이 되었기 때문에 꼭 건강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다만 그녀는 치료기간에 대해서는 아주 조급해했다. 빨리 나아서 직장에도 다시 나가고, 운동도 예전만큼 하고 싶어 했다. 치료가 되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불편해했던 증상이 좋아지게 되자 ‘다시 건강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는 그날 그렇게 헤어졌는데, 그 다음 날 새로 온 한 환자와 진찰을 하다가 “오늘 침 맞고 나면 (치료받으러) 다시 와야 합니까?”라고 묻는 걸 듣고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다.



한의원은 1차 보건의료에 기여하는 핵심 기관



환자가 한방 치료에 대해 평소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이후 치료의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데서 한번 짚어볼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환자는 침술에 대해서 무엇을 기대하고 한의원을 찾아온 것일까. 어쩌면 반복적인 치료가 치료율을 높인다는 것을 여타 의료를 이용하면서는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던 탓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환자는 침이란 뭔가 ‘전부 다 해결해 주는’ 그런 것으로, ‘한 번 맞으면 완치!’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홍보나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환자마다의 차이로 보거나 개별 한의사의 상담 역량에만 맡길 일은 아니다. 넓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한의원이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역할을 정립하는 문제와도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 미병(未病) 관리와 질병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한의원은 1차 보건의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의료기관이 아닐 수 없다. 이 때 무엇보다도 건강에 반복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 전체 치료과정에는 충분한 지속성, 강도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환자들에게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의사와 환자 모두가 만족하는 치료 효과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고, 치료술기에 대한 맹목적인 과신이나 불신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한의원에서는 지금보다 좀 더 자세하게 예후를 일러줄 필요도 있다. “계속 오셔서 치료받으십시오” 혹은 “내일도 나오세요”라는 말로 재진율이 많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 “이 질환을 치료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려요. 환자분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나오실 수 있다고 하니 (예를 들어) 앞으로 5번 정도 더 오셔서 치료를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정도로 안내받는 것이 일상화된다면 환자로서는 신뢰감이 더 생길 것이다. 환자와 한의사가 모두 만족하는 ‘완치’의 상태에 도달할 수도, 여러 가지 여건들 때문에 그렇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소한 노력하는 방향은 같았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는 것은, 완치인가 아닌가하는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환자가 한의원에서의 1차 의료에 만족할 수 있는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한방치료의 역할과 효과·예후 안내 필요



“의사들은 치료방법을 결정한다는 데에서 명백한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이다.”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Nudge)>의 저자 탈러의 말이다. 그런데 선택 설계자가 선택의 기본이 되는 최초값, 즉 디폴트(default)값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선택의 파급 효과는 꽤 달라진다고 한다. 실제로 한의원에서는 ‘한 번 치료’를 디폴트값으로 설정한 것도 아니지만, 몇 번 치료가 디폴트값인지조차 모르는 환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가깝게는 각 한의원에서 한방치료의 역할과 효과, 예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안내가 필요할 것이고, 적어도 꾸준한 몇 번의 치료가 디폴트값이라는 것이 실제로 자연스럽게 여겨지도록 캠페인 등을 통한 대중적 차원에서 환자들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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