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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윤지연 원장

윤지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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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빨리 안경 써요!!

개원가 일기



우리는 직업상 환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어제는 통증이 심하지 않았는지, 소화는 잘 되었는지, 기침은 줄었는지, 머리가 아프지는 않았는지, 너무나 궁금하고 물어볼 것들 투성이다. 당연히 얘기의 중심은 환자가 되고 환자들은 진료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에게 쏟아놓고 진료실을 나가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자기를 치료해주고 있는 선생님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때로는 오히려 내가 많은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한참 호기심이 많은 나이라서 그런지 나의 일거수일투족에도 관심이 많아서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관심을 갖는 아이들도 있다.

어느 날 옷과 가방을 모두 분홍색으로 맞춰 입은 일명 ‘분홍색 매니아’로 불리는 아이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진료실에 들어와서 내 가운을 보자마자 나에게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왜 분홍색 가운 안 입었어요? 선생님 빨리 분홍색 가운으로 바꿔입어요. 이거 안 예뻐요!”



내 진료가운은 2종류인데, 하나는 분홍색이고 하나는 흰색에 해와 달과 별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날 나는 해, 달, 별이 그려진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가운의 문양이 꼭 이불같다고 해서 아이들이 ‘이불가운’이라고 별칭을 붙여준 것이었다. 그 아이는 내 가운이 분홍색이 아니어서 실망했는지 진료 시작도 못하게 한 채 계속 갈아입으라고 성화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분홍색 가운이 더러워져서 빨래를 했어요. 그래서 바꿔서 입었어요. 빨리 말려서 다음번에 올 때는 분홍색 가운으로 입고 있을게요”라고 약속을 한 후에야 진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불가운이 인기가 없어서 요즘은 계속 분홍색 가운만 입고 있다.

아이들은 진료가 끝난 후에도 진료실에 자주 들어오는 편인데, 가기 전에 배꼽인사를 하러 오는 아이들도 있고,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내 옆에 붙어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이들도 있다.

그 중에 가끔 나는 당황시키는 아이들도 있는데….



“선생님, 지금 뭐해요?”

“일하지.”

“일이 뭐예요?”

“어......”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탁 막혀버린다. 이럴 땐 집에 가자고 아이를 데리러 오신 어머님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아이들은 내 안경에도 관심이 많은데, 항상 안경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안경을 쓰지 않으면 많이 어색해 하는 것 같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안경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날은 환자를 보고 나면 안경을 벗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날도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안경이 너무 무거워서 진료가 끝나자마자 벗어놓고 차팅을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치료가 끝난 아이가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뭐해요?”

내가 아이 목소리를 듣고서 “뭐하게?”라고 얘기를 하면서 고개를 들어 아이를 쳐다봤는데, 나를 보자마자 아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선생님! 안경 써요. 빨리 써요!”

큰 일이 난 것처럼 너무나 긴박하게 아이가 얘기를 하는 바람에 정신없이 안경을 쓰고 다시 아이를 쳐다봤더니, 그제서야 아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선생님 맞아요.”

“어~. 선생님 맞지~!”



안경을 쓴 선생님을 확인한 아이는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 예쁘게 배꼽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안경을 안 쓴 모습이 그렇게 이상한가?’

이날 나는 진료실에서 조용히 혼자서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면서 한참동안 거울을 쳐다봤다.

오늘도 우당탕탕 복도에서부터 진료실로 뛰어오는 아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분홍색 가운을 입은 나는 가까워진 발자국 소리를 듣고 안경부터 찾아 쓴다.

“선생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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