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과 함께 시끄러워진 소아과!
개원가 일기
3월이 되면 자연은 겨울의 차가운 옷을 벗고 따뜻한 봄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차가운 바람이 살랑거리는 봄바람으로 바뀌고, 어느새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어 봄의 생기가 자연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렇게 자연이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으로 넘어가는 큰 변화를 겪듯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게 되어 근사해진 유치원복을 입고 와서 자랑을 하고,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해서 자기만한 책가방을 들고 와서는 학교 얘기를 풀어놓느라 여념이 없다.
올 봄 우리 소아과에는 더 큰 변화가 생겼는데 그건 바로 동생이 생긴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올 봄에는 소아과에 오는 가족들 중 동생이 생긴 가족이 유난히 많아서 언니, 오빠, 누나, 형의 대열에 합류를 한 아이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동생이 생겼다는 건 행복하고 축하를 받을 일이지만 엄마아빠의 사랑을 나눠야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동생들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또 하나의 사건은 동생을 본 아이들의 반란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엄마없이 혼자서 진료의자에 앉아서 씩씩하게 진료를 받고 그 어렵고 힘들다는 콧물빼기도 잘 해내던 아이들이 갑자기 울보, 떼쟁이로 변신을 해버렸다. 어린 아기처럼 엄마 무릎에 앉아서 진료를 하고 조금만 싫으면 안 한다고 떼를 쓰고 울어버리기 일쑤여서 진료를 할 때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었는데, 3월에 동생을 본 태연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도 예쁘고 진료도 잘 받고 쓴 한약도 잘 먹어서 우리 소아과에서 태연공주로 불리며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아이었는데 엄마가 동생을 임신한 후부터 약간씩 변하기 시작하더니 3월에 동생이 태어난 이후로 180도 변신을 해버렸다.
며칠 전에 감기에 걸려서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진료받기 싫다면서 진료실과 대기실 문 사이에 서서 자지러지게 울더니 엄마한테 갈 거라고 하면서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것이었다. 엄마가 몸조리를 하시느라 할머니와 같이 왔는데 할머니는 당황하셔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아이 곁에 서 계시기만 하시고, 간호사들이 사탕이나 스티커로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 소아과는 말그대로 난장판이었다. 한참을 그냥 아이가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놔두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할머니나 선생님도 상관없이 떼를 쓰고 보채는 증상이 너무 심해서 내가 중재에 나섰다.
할머니께 양해를 구한 후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아이들을 달랠 때 하는 방법으로 기선제압을 하고 아이의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에게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태연이가 많이 아파서 기분이 안 좋구나. 그랬구나. 이해해. 그런데 지금 선생님이 태연이가 어디 아픈지 봐야 안 아프게 고쳐줄 수 있어. 선생님이 청진도 하고 귀도 보고 코도 봐야하는데 조금만 참고 하자. 선생님이 안 아프게 빨리 할게. 할 수 있지?”라고 얘기를 해주자 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진찰을 할 수 있는데 콧물 빼는 것은 오늘 못하겠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와 콧물만 안 빼기로 약속을 하고 진료를 시작했는데, 예전모습으로 돌아가 진찰을 얼마나 잘하는지 할머니는 물론 주변 사람들이 다 놀랄 정도였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씩씩하게 진료를 마친 태연이를 보내고 난 후에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이 생겨서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께 자초지정을 다 들으신 어머님께서는 선생님이니까 그렇게 해주신 거라고 잘하셨다고 감사하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엄마의 마음도 편치는 않으셨을 것이다.
동생이 생기면 아이들은 큰 시련을 맞는다. 어린 동생이 예뻐서 쓰다듬어 주다가도 엄마를 빼앗아갔다는 마음에 미워서 꼬집어버리는 그 마음을 왜 이해못할까? 그래도 이런 양가감정 속에서 형제의 우애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니 아이들이 잘 겪고 넘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인 것이다.
올 봄에는 유난히 동생을 보는 가족들이 많아 5월까지 동생들의 출산이 쭉 이어질 예정이니 소아과가 시끄러울 일은 조금 더 길어질 듯 하다. 그래도 동생과 함께 병원에 올 때 조금 더 의젓해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 기특하고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