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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01일 (화)

이광현 한의사

이광현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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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용기를 얻어”



중동, 유럽, 네팔, 인도, 태국 등…11개월간의 세계 여행

반은 모험심으로, 나머지 반은 무모함으로 덤볐던 여정

지구촌 한의학 旅行 20



저 멀리 아래로 부산이 보인다. 올록볼록하게 솟아오른 산들 사이로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찬 ‘한국적인 모습’에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답답함이 남기는 끝 맛이 의외로 신선해 살짝 고개를 갸우뚱한다. 동시에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본 도시들,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자의 향기를 품고 있는 그들을 바라볼 때와 같은 시선으로 내 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는 무의식적인 노력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한다.



바퀴가 활주로에 닿으며 몸이 앞으로 쏠린다. 내국인 전용 입국심사 창구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한국에 돌아온 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여행이 끝났음을 느낀다.



11개월간의 세계여행. 중동, 유럽, 네팔, 인도, 그리고 태국을 거쳐왔던 나의 발걸음. 꽤나 거창해서 도전하기 쉽지 않은,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마저도 느껴지는 이 여행에서 필자는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용기를 얻었다. 시도해 보지 않고 겉에서 보기만 할 때 그 일은 태산과 같이 거대하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도무지 사방이 깜깜하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모든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아무리 깜깜하더라도 달빛이 있어 길을 비추기 마련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사막의 밤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달빛으로 인해 대낮처럼 밝았다.



반은 모험심으로 나머지 반은 무모함과 준비 부족으로 인해 낯선 도시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떨어진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너무나도 막막했지만 천사 같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었고 선물처럼 뜻밖의 행운들이 나타나 나를 반겨주었다. 오직 내게 필요한 것은 부정적 생각에 휩싸인 색안경을 벗고 그 상황을 직시하며 자신을 가지는 것뿐이었다.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걱정에 매몰되어 그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두려워하기만 하면 그 상황은 이렇게 더욱 더 자신을 짓누르고, 길은 더욱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힘을 갖지 못해 주저앉으면 주변에 아무도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생해 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와주려는 사람이 물론 있겠지만 신기하게도 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현 상황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쉽사리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것에 안주해 버리는 이유는 아마도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물었을 때 현지인들이 나를 속이고 돈을 뜯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거나 무뚝뚝한 얼굴로 무시할 것이라는 생각이 때로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 때 처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동력은 내가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는다는 절박감이었다.







하지만 주동적으로 해결하러 나섰을 때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자 그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쁜 일과 실패에 대해서도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거창하게도 인생의 어떤 요소에 대한 이해가 조금 바뀌기 시작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나는 어떤 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실패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내 마음대로 일들을 진행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일상의 엄격한 기준에 의한다면 그것은 모두 ‘실패’ 나 ‘실수’로 규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준은 눈앞의 목표 충족을 놓고 이야기했을 때 적용되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어떤 궁극적인 목표가 있을 것이다. 작은 성공들이 연결되어 큰 성공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성공에 집착할 수밖에 없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실패는 물론 단기적인 목표에 대한 성취에는 어긋나지만 오히려 궁극적인 성공의 지름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내가 탄 버스가 고장 나서 다른 버스로 갈아탄 덕분에 더 좋은 풍경을 구경한다던가 좋은 인연을 만난다던가 하는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심지어 원래의 스케줄보다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다. 당장의 실패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뭔가 부자연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눈앞의 성공만 이어 나가다가 인생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사람은 훨씬 대담해 질 수 있다. 주동적으로 선택하여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단기적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즐기는 그 자체가 일의 성패에 관계없이 인생을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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