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례들, 많은 사실자료 참고 불구하고 공정성 온전히 인정하기 힘든 측면 내포’ 지적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이용에 관한 규제가 과연 공정하게 진행된 것인가?’ 의문 제기
한국규제학회, 한의사의 의료기기 문제 어떻게 보고 있나?
[편집자 주] [한의신문=강환웅 기자]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보건의료계의 화두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규제학회·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3년 12월에 발간한 ‘규제연구’ 제22권 제2호에 게재된 논문인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이용규제에 관한 비판적 고찰: 법원판례를 중심으로’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본란에서는 이 논문에 게재된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이용규제와 법원 판결 △제도의 수립과정에 기초한 재검토 △학문원리 등에 대한 법원 입장의 재검토 등 주요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번 논문에서는 영상의료기기를 X-ray, 초음파, CT, MRI 등과 같이 인체에 대해 영상정보를 제공하는 기기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논문에서는 “한의사와 의사는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고, 그렇다면 질병이 발생한 인체에 관한 정보는 질병의 진단과 처방의 출발점”이라면서 “(이러한 맥락에서)영상정보 자체는 자료에 불과한 것이며 영상정보를 판독하고, 이 정보를 이용해 병을 진단하고 진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기계 자체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밝혔다. 즉, 이들 기계들이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자료’일 뿐이며 의학적인 이론과 경험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 영상의료기기가 제공하는 영상정보는 ‘자료’에 불과한 것
또한 동일한 자료를 놓고도 얼마든지 서로 다른 진단과 처방이 내려질 수 있는 것이 의학적 진단이며 영상진단기기들은 이러한 진단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는 기기일 뿐이고 이 자료에 생명을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한의사와 의사의 통찰력과 의학지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논문에서는 또 “이 같은 관점에서 영상장치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는 기계적으로 생산된 정보 그 자체가 아닌 환자의 신체에 관하여 한의사나 의사가 갖고 있는 전체적인 의학적인 지식이나 치료능력에 의해 결정된다”며 “한의과대학이나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을 교육하고 시험과정에서 영상정보들을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논문에서는 의료기기의 이용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의료소비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기 때문에 소비자를 위해서도 결코 유익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이러한 기기의 사용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가하게 되면 환자의 병증에 대한 정보 자체가 제한되고 결국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의료정보의 이용 여부는 의료인과 환자의 판단에 맡겨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정부의 의료기기 이용 규제…소비자에게도 유익하지 않은 것
이와 함께 논문에서는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현행법상 한의사는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이 없으므로 직접 X-ray 촬영장치나 초음파 진단기를 설치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정보 자체는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오고 있으며 의사협회는 △전통한의학의 이론과 철학 △한의대 교육여건 △현행 관련 법령 △의료사고의 위험성 등의 이유를 들어 지속적으로 반대해 오고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논문에서는 “복지부가 영상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한의사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이용에 관한 규제는 분명 우리가 상식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규제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실제 법원 판결을 제시하며 ‘이 규제가 과연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이용에 대한 제약은 크게 △관련 법규 △법원 판결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등 세 가지에 의한 것인데,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이용에 대해서는 의료법 등 관련 법령들이 명확한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관련 법령과 여러 가지 제도적인 여건을 감안해 선고되는 법원 판결이 사실상 규제의 핵심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이 같은 법 규정의 애매모호함에 대한 사례로 지난 2010년 초음파 진단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김종대 헌법재판관의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김 재판관은 “청구인을 처벌하는 근거규정인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등) 제1항, 제87조 (벌칙)제1항 제2호를 아무리 살펴봐도 이와 같은 법률규정만으로는 한의사면허로 할 수 있는 한방의료행위에 어떤 의료용 진단기기의 사용은 허용되고 어떤 기기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할 수 없는 의료행위인지를 명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즉, 위 법률조항들 및 이에 대한 위 해석만으로는 한의사가 청진기, 체온계, 혈압계를 사용하여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면허받은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여 처벌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법원 판결에 의문 제기
이어 논문에서는 영상의료기기에 대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의 변화되는 상황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 1986년에는 “한의원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료할 수 있는 범위 및 한계에 대해 의료법상 명시규정은 없다”는 점(1986, 의제 01254-23088호)과 “어느 쪽에서 제작되었는가가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교육을 받았으면 사용 가능하다(의제 01254-25754호)”는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한의사는 방사선기사를 고용하거나 영상진단기를 사용할 수 없고, 다만 의뢰해 통보받은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으며 1999년에는 진단기구의 사용방법을 교육받아 알고 있는 경우, 연구 목적 및 학술적인 목적을 위해 충분한 근거가 인정될 경우 가능하며 이외에는 사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등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점점 더 한의사들의 초음파, X-ray 이용을 강하게 제약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논문에서는 법원 판결에 의한 제약의 사례로 △CT(서울고등법원 2005누1758) △엑스선 검사(서울행정법원 판례, 2008구합11945) △초음파진단기(2010헌마109) 등의 3개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법원은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이용에 대해 관련 법령에서부터 학문원리와 이에 기초한 진찰의 방법, 교육제도와 안전관리제도, 관련 당사자들이 제출한 방대한 사실조회자료 등을 참고해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법원의 결정들은 많은 사실자료들을 참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정성을 온전히 인정하기 힘든 측면이 내포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