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가서명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한의계가 예의주시해왔던 중의사 및 한약재 부분에 대해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완수 위원장(대한한의사협회 FTA대책위원회)은 “협회에서는 한·중FTA와 관련 중의사의 개방 문제는 국민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인해 협상 항목에도 포함돼서는 안된다는 원칙 아래 정부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왔다”며 “정부에서도 이러한 한의계의 의견에 공감했기 때문에 중의사를 개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의사협회에서 중의사 개방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우선 한국의 한의사들은 6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는 통일된 학제를 가지고 있는 반면 중국은 2년제에서 7년제까지 매우 다양한 학제가 있는 것은 물론 중국내 교육기관간에도 편차가 커 교육의 질적 동등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면에서 중의사 면허 자격에 대한 신뢰성이 많이 부여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또한 한국의 한의사의 같은 등급으로 비견될 만한 ‘집업의사(執業醫師·독립적으로 임상 수행이 가능한 의사)’도 2년제 및 3년제 교육을 이수한 후 임상경력만 있으면 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인력이 한국에 진출했을 경우 우리나라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보건상의 위해를 막는다는 가장 큰 이유로 중의사의 개방을 반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한국에서도 매년 800명이 넘는 신규 한의사가 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의사를 개방한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와 더불어 지난해 제주도에 의료영리병원인 싼얼병원 설립을 추진했던 것처럼 중의사의 개방을 통해 이와 비슷한 영리화도 추진될 우려가 있는 등 정부가 이러한 다각적인 문제점을 수긍해 이번과 같은 결론을 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한·중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일부 유학원이나 사설학원 등에서는 마치 중국에 있는 중의과대학을 졸업하면 한국에서 한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거짓정보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현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한·중FTA 가서명 발표를 계기로 국민들이 한의사와 중의사는 엄연히 다르며, 각국에서 의료인으로서의 활동이 상호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위원장은 “하지만 양방의 경우에는 한국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의 중국내 단기 진료(6개월 허가 후 1년까지 연장가능)가 허용된 만큼 그러한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한·양의학 상호 개방 차원에서 개방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협회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중의사 개방 문제가 재논의되지 않도록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완수 위원장은 한·중FTA 외에도 여타 다른 국가들과의 FTA 체결시에도 한의약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를 세밀하게 검토해 나가는 등 한의학의 권익 보호 및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정부에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타 국가와의 FTA의 경우 중국의 경우와 같은 중의사나 혹은 전통의학과 관련된 의사와 해당되는 지위가 없기 때문에 한·중FTA보다는 덜 위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몇몇 국가에서는 침술사 등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국민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고, 한의회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대처해 나갈 계힉”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위원장은 “한·중FTA와는 별도로 현재 가체결돼 있는 한·뉴질랜드FTA에서는 전문직들의 일시고용입국 가운데 한의사가 50명 포함돼 있다”며 “이는 FTA에서 한의사가 전문직능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며, 이를 잘 활용한다면 한의학의 해외진출을 위한 또 다른 교두보도 마련해 나갈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하지만 다른 전문직종을 보면 이러한 일시고용입국 제도를 악용해 소위 ‘영주권 장사’를 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회에서는 가체결된 내용이 서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고 있으며, 일시고용입국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원들에게 적극 알려나가는 등 철저히 준비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