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병원 환자 집중 현상 개선
‘건강특별진흥세’ 부과로 보험재정 확보
비급여 해결돼야 저수가·저부담 문제 풀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 下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국민이 어렵게 낸 보험료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장성을 60%에서 80%로 올리겠다는 것은 소비자의 부담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의료서비스 이용량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또 보장성 확대 내용 대부분이 종합병원급 이상에 대한 것도 문제다.
지난 지출구조를 보면 20년 전에는 전체 의료비의 70%를 동네의원이 차지하고 있었으나 현재 동네의원은 20~30%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병원이 60~70%로 늘어났다.
그만큼 짧은 기간에 공급구조가 비효율적으로 변모해 온 것인데도 보장성 확대 내용 대부분이 큰 병원의 가격을 떨어트리는 방향에 맞춰져 있어 대형병원 집중현상은 훨씬 심각해 질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것.
간병서비스 급여화도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
입원환자에 대한 관리는 병원이 책임져야 하고 입원료에 이러한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병원이 입원환자에게 적정한 입원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고용하지 않고 사실상 병원이 떠안아야 할 서비스를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떠넘긴 것이 간병비라는 것.
그래서 급여화하더라도 어느 순간 간병인 이외에 또다른 인력으로 그 부담을 떠넘길 지도 모른다고 우려 했다.
그동안 이러한 일이 반복돼 왔기 때문에 이것이 정당한 것인지 기존의 입원료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같이 고민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진현 교수는 비급여 없는 병원을 먼저 추진해 볼 것을 제안했다. 보장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안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경험해 왔듯이 비급여에 대한 관리 없이는 재정 지출은 지출대로 하면서 보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 실패할 것이란 판단이다.
따라서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비급여 없는 병원을 모범 케이스로 만들어 성공하면 이를 원하는 민간병원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가격과 모든 것을 공단과 계약해서 진행하면 된다는 구상이다.
노인의료비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입원하면 모든 것을 공급자가 결정하기 때문에 공급자에 의한 노인의료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비용효과적인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주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위원은 보장성 강화가 근거나 원칙이 없고 항목별로 급하게 이뤄진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보장성 강화방안을 만들 때 전문가 의견과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든 것이고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 확대해 왔기 때문에 효과에 대한 평가나 중간에 시행착오가 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보장성은 한번 확대하면 되돌리기 힘든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저소득층의 본인부담금을 입원은 10%, 외래는 15%로 낮춰줌에 있어 입원 부분은 찬성하지만 외래는 수요 증가라는 측면을 보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
굳이 외래 본인부담금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면 모든 외래에 적용하기보다 본인이 자주 가는 병·의원에 대해서만 경감해주는 방안을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간병서비스 급여화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급여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최근 요양병원이 증가하고 장기요양의료비가 증가해 요양병원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서 간병서비스까지 급여화할 경우 진료비가 더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택진료비와 병실차액은 공급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달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성 문제를 더 고민해 봐야 한다.
노인의료비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데에는 반대하며 외래진료비를 정률제로 바꾸되 주치의로 지정한 병원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그 외 병원에 갈 경우에는 정률제로 적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대한병원협회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고민 없이 보장성 강화만을 논의하는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나 위원장은 보장성 강화에 앞서 수가 현실화를 통해 의료계가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것을 요구했다.
보험재정 확보 없이 보장성만 강화해서는 의료의 발전이 멈추거나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충분한 재정 확보 없이 복지 포퓰리즘이나 단순한 보장성 수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은 의료계 재투자 감소로 이어져 10년 후에는 영국과 같이 위내시경을 한번 받는데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선진국이면서도 수십년 동안 국민건강검진 한번 받지 못하는 의료 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고소득자들에게 높은 보험료 부과도 중요하지만 신기술과 병실차액, 선택진료와 같은 구별된 서비스를 통해 고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건보재정으로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민간보험 등에서 제공하도록 건강보험과 민간보험간 관계를 재정립할 것을 강조했다.
대한개원의사협의회 이혁 보험이사는 이번 발표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단지 트릭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OECD 국가 평균 보험료가 8~9%선이고 선진국은 14%를 가지고 보장률 80%를 달성했는데 현재 5.8%의 보험료를 가지고 2017년에 6.1%까지 올려 보장률 80%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을 설득해 보험료를 더 내도록 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자꾸 다른 트릭으로만 접근하려고 하는데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결국 건강보험체계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혁 이사는 세금의 1%를 건강특별진흥세로 부과하는 등 재정 확보에 과감하게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먼저 재정을 확보하고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치의제도와 관련해 이혁 이사는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현재 저수가 상태에서 빈도만 가지고 유지하고 있는 경영수지 부분에 주치의제도가 들어오게 되면 빈도를 박탈당해 경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경자 부위원장은 공급자측에서 저수가 부분을 강조한데 대해 먼저 재정상태를 투명하게 확인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저수가·저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급여 부분이 해결돼야 하는데 비급여 부분이 전혀 확인되거나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실제 의료기관의 재정상태가 투명하게 관리된다면 당연히 수가의 적정성 부분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분이 확인되면 수가를 먼저 인상할 수 있다고 보지만 수가 먼저 올려놓는다고 해서 비급여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인의료비에 대해서는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되 관리를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방향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노인 문제에 대한 부정적 느낌을 심어주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이 주장한 본인부담금을 다양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건강보험제도가 복잡하면 복잡할 수록 보장률을 올리기 어려운 만큼 본인부담금 상한제로 정확하게 하는 것이 보장률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선희 국장은 노인과 임산부 먼저 주치의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평소 자주 이용하던 병원이 이전하거나 망하게 되면 다른 병원에 가서 자신의 상태를 또다시 하나하나 얘기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부작용도 있는 만큼 공급자단체에서 주치의제도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노인과 임산부에 대한 주치의제를 먼저 실시해 보고 문제점을 파악한 후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