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대 의협보궐 50.27%투표율… 6133표로 당선
부정 선거운동은 직선제의 고질적 병폐
의협 직선제는 민주회무 차원서 공감대 형성
선거권 있는 회원의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이하 직선제)를 논하다보면, 그 중 첫 번째로 부딪히는 문제가 “간선제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냐”는 의문이다. 이어 직선제는 비용 소모가 클 뿐만 아니라 한의계의 분열 조장, 의협 등 여타 유관 단체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저조한 투표율 등으로 기대효과에 미치지 못한다는 등의 지적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실제 지난 6월에 있었던 제35대 의협회장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50.27%(20,101명)에 그쳤으며, 주수호 당선자도 6,133표를 얻어 2위인 김성덕 후보를 168표 차로 가까스로 누르는 등 직선제의 의미가 퇴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자 주 회장은 당선소감으로 “투표를 한 회원보다 그렇지 않은 회원이 많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단결 회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투표율이 계속 하락한 것은 아니다. 53.93%의 투표율을 기록한 지난 34대 선거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43.79%의 33대와 비교한다면 투표율은 분명 상승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우편투표방식 허점 많아
물론 9만 의사들의 의견을 대변할 회장이 고작 6천여 표의 힘을 얻어 당선된 사실은 누가 생각해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의협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국민투표에도 고질적으로 작용하는 직선제의 병폐다.
오히려 35대 보궐선거는 부정 의혹이 더 문제였다. 선거초반 ‘현직 유지 프리미엄’에 대한 시비가 붙었을 뿐만 아니라 선거 마감을 앞두고 이틀간 투표용지가 5천여장이 몰려 일부 후보들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라며 거센 항의를 하기도 했다. 유권자 본인의 투표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우편 투표의 위험 요소를 드러냈던 셈이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시 약사회 반장들이 투표율 제고를 이유로 일괄 회수했다가 되돌려주는 사건이 발생, 투표율 조작 의혹 등 우편투표의 또 다른 허점이 노출된 바 있었다. 이에 우편투표를 보완할 인터넷 혹은 전자투표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객관적인 보안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부정선거 의혹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의협 34대 선거에서는 각종 강연 행위 등을 통한 사전선거 등 선거법 위반 사례가 수차례 적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규정이 미비해 권고나 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위반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적용할 근거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비쳐지기도 했다.
의협 직선제 정착…후보 공약도 세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선제를 통한 의협 회장선거는 정착되고 있다. 간선제의 가장 큰 장점이 경제적인 효율성이라지만, 직선제는 민주적인 회무 참여라는 차원에서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법 개정안, 성분명 처방 시법사업, 정률제 도입 등 현안과 관련 각 후보들의 공약제시 능력이 세련되게 변한 것도 보다 많은 회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직선제의 특성상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직선제가 일정 부분 민주정치를 직접 배울 수 있는 트레이닝 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직선제를 눈앞에 있는 경제적 효율성만을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일선 회원들의 회무 참여를 목소리 높여 부르짖어도 직선제만큼 회무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은 없다. 아울러 직선제를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은 수정해야 할 사항이지 시도조차 못하는 불가항력적인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