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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8일 (토)

“한 조각씩 붙이는 자개에 의미있는 시간 녹였죠”

“한 조각씩 붙이는 자개에 의미있는 시간 녹였죠”

송미덕 경희한의원장, 옻칠 단체전에 ‘체스 플레이트’ 등 출품
매끄럽고 화려한 자개 광택에 눈길…포도문양 소반 제작으로 옻칠 작업 시작
“즐겁게 일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

[편집자 주] 서울시 중구 소재 디자인갤러리 지하 1층 ‘모이소’의 안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소반, 테이블, 의자 등 생활용품이 낯선 모습으로 관객을 반긴다. 살림살이가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자개를 입은 뒤 6~7차례의 옻칠을 거쳐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한한의사협회 학술부회장을 맡고 있는 송미덕 경희한의원장이 회무와 한의원 경영을 병행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은 옻칠작업의 성과가 이 자리에 전시됐다. 그에게 옻칠을 시작한 계기와 옻칠만의 매력, 그동안의 작품 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가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화투 문양을 얹은 12개 플레이트, 난각으로 장식한 화분, 도예작가에게 의뢰한 달항아리에 옻칠과 자개를 얹은 작품, 체스 플레이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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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색적인 취미가 있는 한의사로서 하는 인터뷰이니 한의사 송미덕으로 소개하겠다. 경희한의원장, ‘한의사 를 위한 임상아카데미 살롱’ 대표, 대한한의사협회 학술 부회장, ISOM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송미덕이다. 


Q. 옻칠 단체전 ‘서로재이야기’에 직접 제작한 옻칠 작품이 전시됐다. 

지난해 7월경 옻칠 작가이신 나성숙 선생님이 수강생 을 대상으로 단체 전시회를 하자고 제안했던 게 계기였 다. 작품을 다 완성하지 못했을 때라 어떤 작품을 출품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취미활동을 하다보면 이런 결산의 자리가 있는데, 일종의 성취욕이 있는 편이라 짬나는 시 간마다 작업하곤 했다. 그렇게 1년의 결과물이 자리에 올라오게 됐다. 작업하는 동안 생각했던 것들, 수차례 수 정하고 맘에 들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한 시간들이 떠오 른다. 그리고 완성된 후 작품을 쓰다듬을 때 느끼는 그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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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단체전에 전시한 작품을 소개해 달라. 

화투 문양의 플레이트(사진1)는 연말 즈음에 재밌는 소재로 만들고 싶어 구상한 작품이다. 화투 윤곽에 자개 를 맞춰 자르고 색깔도 맞춰서 얹었다. 쟁반용도인데 용도대로 쓸 수도 있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서 이런 소반에 디저트를 올려 먹는다고 하면 자연스레 얘깃거리도 될 것이다. 전시장 초입에 화투 소반의 새 사진이 소개된 걸 보면 타인이 보기에도 괜찮은 작품인 것 같다. 

 

체스 플레이트(사진2)는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격자무늬 상 자에 체스 기물을 넣어 완성한 작품이다. 비가 그만 왔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도자기와, 도색 전 자기에 붙인 테이핑 선대로 색을 구분한 도자기(사진3)도 있다. 화병(사진4)은 갈색, 흰색, 청색의 난각을 기물에 올려 수차례 옻칠 작업을 거듭한 작품이다. 


Q. 옻칠을 취미로 접하게 된 계기는? 

원래 사진, 서예, 전각, 가드닝 같은 취미가 있었는데 수년전부터 잡지에서 본 옻칠 소반을 하나 만들어 소장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알고 있던 공방이 있었 는데 여기서 만들면 되겠다 싶어 2019년 10월에 찾아가 게 됐다. 원하는 포도문양의 소반(아래 사진)을 만들고 나니 또 다음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어졌다. 단체전에 전시한 몇 점의 작품은 그렇게 1년 동안 만든 작품이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기도 했는데, 김환기 화백의 점 하나하 나에 깃든 생각과 인물들처럼 저도 한 조각조각 작업에 의미 있는 시간들을 녹일 수 있었다. 모든 취미활동은 결 국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워라밸 (2).jpg

Q. 옻칠만의 매력 포인트는? 

원래는 자개의 차갑고 매끄럽고 화려한 광택이 눈길 을 끌었다. 할머니들의 장롱에 붙어있는 학이나 새들이 아닌, 미묘한 그라데이션과 색깔들이 그 자체로도 보석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옻이 올라 가려운데도, 그 깊은 브 라운 색이 여러겹 칠해질 때 나타나는 또 다른 묵직함에 약을 먹어가면서도 작업을 이어가게 되는 매력이 있었 다. 또 하나, 이런 취미창작 활동의 즐거움이라면, 구상 하고 디자인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바탕에 어 떤 디자인을 어떻게 표현할까 구상하는 과정은 모든 작 업과정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인 것 같다. 생각으로는 다 될 것 같으니까. 


Q.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단체전에 출품한 작품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같이 배운 분들과는 좀 다른 시도를 많이 했다. 그 중에서도 모든 분들이 왜 그런 작품을 만드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었던 ‘체스 플레이트’에 가장 애착을 느낀다. 이 역시 오랫동안 만들어서 소장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모두 5벌을 완성했 는데 출품은 2벌만 했다. 흑백의 격자무늬가 영감을 불 러일으키고, 무늬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전환되기도 한 다. 질서정연한 가운데 수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양 이기도 하다. 

 

 

체스에서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달리는 각각의 기물 들은 전쟁터에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장렬하게 전사한다. 이 골격을 ‘성’으로 디자인했는데 각 성의 천정에는 곤룡 포의 용, 목련의 숲, 동양의 보물들로 각각 장식했다. 성 을 탈환하는 전투 후에는 그 성에서 누릴 것들이 있어야 한다. 격자는 희뿌옇거나 검푸른 두꺼운 자개를 써서 고 급스럽게 마감했다. 체스 기물들도 옻칠과 사포질을 수 차례 반복해서 손에 쥐는 느낌이 다르다. 원하는 질감을 구현하게 돼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Q. 회무와 한의원 경영 등 일과가 빠듯할 것 같다. 

사실 하는 일들이 좀 많다. 진료가 우선이고 협회 임원 으로서도 일이 많다. 마침 코로나로 저녁약속이 많이 줄었 고, 이렇게 한번 빠지면 새벽 2시까지도 작업을 하곤 한다. 진료가 없는 날에는 공방을 나가서 기법을 배웠고, 창작을 하는 기간 동안에는 아예 집에 칠장을 만들어서 모든 작업 을 집에서 전부 했다. 길에서 잃어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하 는 비법이 제가 많은 일을 처리하는 요령이다. 


Q. 자유롭게 남기고 싶은 말은? 

전문직 종사자로서 전문성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 하다. 그리고 스스로를 환기시킬 자신만의 솔루션, 즐겁 게 할 수 있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 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더욱 스스로를 돌아 보는 시간과 여유를 갖고 싶다. 여러분들도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자랑삼아 페이스북에 올린 전시회 소 식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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