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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2일 (목)

“난치병에는 명의가 이름을 날리지만 한의사는 환자 곁에 존재해야”

“난치병에는 명의가 이름을 날리지만 한의사는 환자 곁에 존재해야”

작은 학교 살리기 위해 3년 반째 방문진료하는 이강욱 한의사
학생 수 15명 경남 고성 영현초, 올해 신입생도 없어
체질 관리·한약 처방·진로 상담…“오히려 위로받고 와”
“한의 왕진 수가 마련 다행…제도 더욱 확대되길”

이강욱1.jpg

 

경상남도 고성군 영현면에 위치한 영현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총 15명으로 고성 관내에서 가장 학생이 적고, 올해에는 신입생마저 없다. 

 

이에 학교 측은 소규모 학교 살리기의 일환으로 특성화 교육에 힘쓰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하거나 전교생이 함께하는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한의사가 찾아가는 방문진료다.

 

영현초에서 실시하는 ‘건강증진을 위한 찾아오는 한방진료 프로그램’은 진주 경희녹수한의원의 후원을 통해 진행된다. 

 

한 학기에 한 번 이강욱 한의사가 학교를 찾아가 2시간 정도 학생들과 건강 상담 및 진맥을 한 뒤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을 지도하고 한약을 처방해 주고 있다. 

 

이강욱 한의사는 “3년 반째 진료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지는 않고 농촌지역 폐교 직전의 작은 학교 살리기 일환으로 학교 측과 협의해 시작하게 됐다”며 “한의원에서 학교까지 27km거리지만 차량으로 20분 정도면 이동이 가능하고 학생들과 만나면 오히려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의사의 왕진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다. “난치병에 명의가 이름을 남기지만 한의사가 한 동네의 주치의로 기억되는 것도 보람이 있는 일”이라는 것. 그는 “한의사는 환자와 가까이 할수록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의학은 일차 진료에서 활용 가능성이 큰 의학”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자율 수업 시간에 방문해 얘기하면서 상담하고, 진로 고민도 들어주고 학부모들의 문의 사항, 교직원들 건강 상담하는 게 전부라 인터뷰에 응하기 부끄러울 정도지만 “농어촌 지역 작은 학교들에 대한 실상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어 인터뷰에 응한다”는 이강욱 한의사로부터 왕진을 시작한 계기와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한의원이 진주인데 고성 영현초까지 방문진료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작은 학교에 관심이 많아 참교육학부모회 진주지회를 만들었고, 자녀들도 지금은 폐교된 진주 단목초등학교에 보내는 등 폐교직전의 학교 살리기 운동을 조금씩은 추진해 왔다. 그러던 중 한의원으로 영현초등학교 교감선생이 내원하게 돼 학교 상황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게 됐다. 규모가 작은 학교지만 철마다 학생들에게 보약이라도 먹이면 좀 더 건강한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 


◇학생들에게 어떤 진료를 하는지? 한약은 쓰다고 싫어하지 않나.

 

농촌지역의 학생들이라 대체로 건강한 편이다. 체질 상담과 식이요법, 운동법 등을 위주로 상담해주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한약을 개별로 처방해 준다. 한약 좋아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잘 챙겨서 먹이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 다만 대체로 아이들이 편식과 과식으로 비만인 경우가 많아 급식선생님과 상의해 식단과 간식을 밀가루나 지방을 많이 배제하는 쪽으로 조언을 하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다문화가정의 자녀인 듯한데 정서장애와 집중력 저하가 뚜렷한 1학년 학생이었다. 몇 년간 한약을 꾸준히 처방했는데 다행히 많이 안정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학생 어머니가 말은 잘 통하지는 않지만 진료할 때 옆에서 지켜보면서 눈빛으로 고마워하는게 느껴졌다. 


◇100% 무료 봉사인지?

 

진료비는 받지 않지만 학교 측에서 약재비 정도를 부담해 주고 있다. 학교 교직원들의 반응이 더 좋아 학생들 진료가 끝나면 종종 선생님들과 상담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특히 학생들의 기질과 식이요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 최대한 성실하게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이강욱2.jpg


◇1994년부터 진주에서 지역사회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걸로 알고 있다. 그 밖의 활동들을 알려 달라. 

 

1994년 진주 지역 한의사들과 ‘연정회’라는 의료봉사단체를 만들어 당시 지역 무의촌이나 면 지역을 방문해 연 6회 이상 봉사를 하기도 했고 무의탁정신장애인 수용시설인 진주복지원에서 분기별로 왕진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정회 이름으로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KOMSTA, 이하 콤스타) 봉사에 2회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콤스타 부단장을 맡기도 했다. 


◇올해부터 한의사 왕진수가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진료를 하고 있어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늦었지만 방문진료가 건강보험 제도로 편입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확대돼 많은 한의사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물론 현실적인 진료 수가도 보장돼야 한다. 기억하기를 1990년대에 한의사협회에서 산정한 왕진비가 기본 5~6만원 이상이었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몇 배로 더 많이 책정돼야 할 것이다. 


◇남기고 싶은 말.

 

진료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환자 진료가 즐겁고, 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천직으로 알고 임하고 있다. 진료실을 조금만 벗어나 주위를 돌아보면, 한의사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작은 봉사활동 하나하나가 모이면 한의학의 미래도 그만큼 밝아지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의료봉사단 콤스타에 대한 응원과 지원,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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