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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6일 (화)

신미숙 여의도 책방-44

신미숙 여의도 책방-44

내리막 같은 오르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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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월말고사처럼 다가오는 칼럼의 마감일을 앞둔 주말에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부담감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가도 ‘머리 식힐겸 자전거나 타고 오자’를 반복하게 된다. 이토록 나의 일상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최애 취미 자전거에 ‘달리기’를 추가시킬 수 있었던 의미있는 9월이었다. 내게 달리기를 독려해준 이는 친하게 지내는 모 의원실의 비서관 후배다. 모시는 영감님이 싫어서 일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 중인데 스트레스를 풀려고 시작한 달리기가 본인의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꽤 탄탄해진 그녀의 뒷태. 달리다보니 걷는 것보다 운동 효율도 높고 땀도 많이 나고 가끔 비오는 날에도 뛰었더니 스스로 근사해진 느낌까지 들었으며 최 근에는 당근에서 “밤에 뛰는 모임”에도 가입했고 모르는 사람끼리 한두시간 무작정 뛰다가 뒤풀이나 통성명 없이 그냥 헤어지는 스타일이 너무 좋았다는 말에 나도 갑작스레 호기심이 발동했다. 


달리기에 재미 붙이게 된 의미있었던 ‘9월’

 

9월의책.jpg


“그렇게 재미있으면, 우리 언제 만나서 한 번 뛰십시다” “오늘 뛰시지요. 원장님!!” “오늘?” “제게 러닝화가 여유분이 있습니다.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235” “딱이네요. 오늘 바람도 좋고 완벽합니다” “그러세, 그럼!!” 그렇게 여의도에서 시작된 달리기가 서강대교를 지나 마포역 방면 뒷길을 통과해 다시 마포대교로 올라와 처음 출발지로 무사히 복귀하며 우리의 첫번째 달리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처음 뛰는 거라 헉헉댔지만 나보다 15년이나 젊은 그녀의 체력에 많이 못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와, 이거 재밌다” “종종 뛰시지요. 정말 좋습니다” 


딸냄과 사이즈가 같아서 아이가 신다가 질려서 안 신고 신발장 구석에 내버려둔 것들만 찾아 신어도 충분했기에 내가 신을 운동화를 살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그래, 이 기회에 러닝화 하나 이쁜 놈으로 사보자’고 마음 먹고 사게 된 운동화. 겨우 두어번 동네에서 연습삼아 달려본 게 다였는데 왼쪽 운동화 안쪽으로 헐거운 느낌이 들어 신발을 벗다가 들여다보니 풀칠이 덜 된 종잇장 마냥 신발 본체와 운동화 바닥이 절반 이상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OMG!! 구입했었던 매장에 가져가서 보여주니 이런 상태로 판매가 되었을 리 없고 산 직후가 아닌 몇 주를 경유해서 가져오신 거라, 본사로 보내서 불량품으로 출고가 되었는지 아니면 고객님 과실로 인한 것인지 가려봐야 환불이나 교환조치가 된다고 한다. 말투는 더없이 친절했으나 신경을 살살 긁어오는 응대용 미소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는 상황을 참아내기는 어려워 바로 수선집부터 찾아 보았다. 


구두수선방에서 느껴진 ‘장인정신’


집으로 돌아오는 대로변에서 구두수선방으로 보이는 작은 가판대 같은 가게들을 많이 보았기에 ‘그 중 한두군데 가보면 되겠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차례차례 들러보았는데, 운동화 풀칠이 무에 그리 어렵다고 다들 손사래다. “이건 풀칠해도 바로 떨어진다” “풀이 이 신발에 맞을지도 모르고 해도 또 떨어지기 쉽고, 적당한 풀이 없다” “수리하시는 분이 휴가가셨다” 이유도 제각각이다. 포기해야 하나 싶어진 바로 그때, ‘어? 저기에도 수리점이 있었네?!’ 늘 다니던 사우나 초입의 구석에 조그맣게 숍인숍 형태로 어르신 한 분이 등쪽이 보이게 돌아앉아 연신 망치질을 하고 계신다. “어르신. 아니, 선생님. 이 운동화 혹시, 수선이 가능할까요?” “아, 요건 풀칠로 안 돼요. 요건 바느질이 들어가야 해. 이 근처에서는 나밖에 못 해. 한쪽만 하면 안 되고 다른 한 쪽도 가져 오쇼. 반드시 반대쪽도 풀칠이 떨어지게 되어 있어. 한 켤레 수리비 2만원, 할라믄 서둘러요. 곧 가게문 닫을라니까.” “아 네네.. 다른 한 쪽도 바로 가져올께요. 무조건 감사하지요.” 수선이 완성된 운동화를 보니 “와!!” 그야말로 한땀한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경지. 이건 뭐 어디를 내달려도 하루 이만보를 걸어제껴도 다시 뜯어지기 어려워보이는 아주 딴딴한 느낌.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른 데서 다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지나가다 못 뵈었으면 너무 아쉬울 뻔 했네요. 감사해요.” “이제 이런 거 하는 곳이 별로 없어요. 누가 고쳐 신나? 새거 사면 그만이지. 이 기술 가진 사 람도 이제 얼마 없소.” 툭툭 먼지를 털고 가게문을 닫고 귀가하시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며 사라지는 구두수선방과 이 분야의 기술자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수요가 줄어드니 공급은 당연히 그 추이를 따르는 법. 사라져가는 추세에도 “이건 나밖에 못 해”라시던 당신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은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사라진다구둣방.jpg

 

생각해보면 익숙한 질환이나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상담하는 경우, 호전시킨 증례를 구체적으로 들려주며 유독 맑눈광의 표정과 힘 있는 말투로 그들을 대하게 된다. 나만의 전문 영역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보다 내용을 갖추어 그럴싸한 광고를 시도하는 행위는 거의 모든 개원가의 필수적인 업무이기도 하다. ‘작게라도 뭐든 이루고 떠날 수도 있겠지만 미완의 삽질만 지속한 채로 늙어가기만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니 그냥 뛰는 와중에도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길거리 구두수선방 어르신에게도 배운다. “이건 나밖에 못 해”처럼 “요통 하나만 봅니다. 30년 경력의 명의의 손길, 오직 000한의원입니다”라는 유치한 광고문구를 상상했다가 그냥 혼자 웃어본다. 러닝 사이사이의 깨달음이다.


일반 국민이 의료기관에 느끼는 불편함은? 


최근 집안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다. 2남 2녀의 잘 키운 자제분들 덕분에 외롭지 않은 노후를 보내셨고 돌아가시는 과정도 편안하셨다고 들었다. 반년 전부터 점진적인 체중 감량을 겪으셨고 암을 포함한 주요 질환에 대한 별다른 진단사항이 없으셨기에 막연하게나마 지난 1∼2년 사이에 두 번의 코로나를 겪으신 이후 식욕부진과 전신쇠약으로 인해 운동량이 줄고 그로 인해 변비와 잦은 감기의 지속이 어르신의 컨디션을 지속적으로 나쁘게 만들었던 것 같다고 사촌언니가 상황을 전해준다. 직접적인 사인을 여쭤보니 흡인성 폐렴이다. 컨디션이 안 좋은 와중에도 가까운 곳으로 식사 나들이와 산책은 종종 가능해서 네 자제분들이 당번을 정해 열심히 모시고 다녔으나 하체가 불안해 보행을 힘들어하시면서도 휠체어나 지팡이를 끝까지 거부하시는 바람에 모두가 짧게나마 힘들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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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식으로만 드시기에는 입이 너무 심심하실 것 같아서 씹기 편한 메뉴로 특별식을 한두번이라도 드릴라치면 어김없이 연하곤란으로 인한 발작적 기침이 심해졌고 아마도 그게 원인이 되어 결국 폐렴에까지 이른 것 같다고 하였다. “한양방협진이고 입원실이 갖춰져 있는 한방병원에서는 어떤 질환을 보는거야? 다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만 받는거야?” 언니의 질문에는 뭔가 저의가 숨겨져 있는 듯했다. “비수술적 통증치료로도 많이 오시고요. 수술 후 재활도 많죠. 교통사고 후유증은 입원환자들 유치에 가장 중요한 항목이니 그걸 위주로 광고하는 거죠. 정말 요양, 휴식을 목적으로 1주 내외로 입원하는 환자들도 있어요”라고 내 나름대로의 자세한 답변을 드렸다. 


병실에 여유가 있어서 당장 입원이 가능했고 집에서 가까운 위치였으며 관장이나 석션같은 처치도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능할 것 같아서, 오랫동안 외래치료 다니느라 친숙해진 한의사 선생님이 근무 중인 한방병원으로 아버님을 모시게 되었는데 오비이락 격으로 아버님이 입원을 하자마자 고열과 객담 증상이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하루만에 콧줄과 소변줄이 필요한 상태에 도달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 병원에는 액팅을 할 수 있는 한의사들이 없었다고 한다. “수련의들이 있는 한방병원인데 왜 그런 처치들이 안 된다고 하던가요?” “이러한 노인 환자 케이스가 거의 없어서 단 한 번도 실제 환자에게 콧줄도 소변줄도 시행해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야밤에 수간호사와 야간당직의인 내과 선생님 한 분이 도와줘서 겨우 했는데 이번에는 항생제가 없다는 거야. 밤새 상태가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옮겼고 응급 상황 넘겨서 집근처 요양병원으로 다시 모셨지 뭐. 며칠 편히 주무신다 해서 한 숨 돌리고 있었는데 밤새 안녕이라고 입원하시고 1주일 지나야 가족 면회 가능하대서 예약잡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주무시다가 가셨쟎어. 정말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다”라며 지난 몇 주 간의 격랑같은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방병원으로 바로 입원할 수 있었던 건 좋았는데 환자 케이스가 없어서 중요한 액팅을 실습조차 못해 보면 수련의 한의사들은 병원에서 뭘 배우느냐고 언니가 따져 묻는다.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다가도 양한방 협진과 입원실 완비만 광고하는 한방병원의 태생적 한계에 대해 핏대를 세워가며 비판을 한다. 물론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어보이는 어르신을 상대하는 대학병원의 무지막지한 검사, 검사 또 이어지는 검사오더는 환자가 숨쉬는 거의 모든 순간에까지 비용을 청구하고야 말겠다는 병원의 강력한 의지일 뿐, 그게 환자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요양병원으로 이동해보니 이번에는 임종 임박 환자들과 경미한 환자들을 구별짓지 않고 한 병실에 두고 계속 임종 환자들을 목격하게 하는 것으로 경미한 환자들과 면회 온 가족들에게까지 정신적 피해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고 한탄했다. 


왜 병원은, 한방병원은 그리고 요양병원까지도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언니는 계속해서 내게 물었고 많은 것을 함께 이야기하길 원했다. 아무리 머지 않아 죽어갈 노인 환자라 해도 이런 불합리를 참아내야 하는 것인지 호소하고 있었다. 뭔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억울함과 불편함을 아버지가 입원해서 임종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느껴야 했다고 했다. 짧게 고생하시다 가신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언니 주변의 십년 넘게 고생중인 부모님을 가진 몇몇 지인들과 본인을 비교해보니 이렇게 짧게 투병하고 돌아가신 아버님은 큰 선물 주신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가 임종 앞둔 환자들에게서 받은 느낌은?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의료윤리센터 소장이자 의사인 리디아 더그데일(Lydia Dugdale)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형편없게 죽는 사람들을 생생히 목격하면서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며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라는 책을 썼다. 집안 어르신의 죽음의 과정과 사촌 언니의 병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청취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른 책이다. 물론 이 책의 대부분의 환자 케이스들은 암환자이며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을 의사로서 관찰하며 느낀 바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집안 어르신은 암환자가 아니었기에 그 끝이 심각한 통증을 동반한 괴로움의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는 그 과정은 길든 짧은 환자 본인에게나 가족들에게 무척 힘든 시간이기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 암 병동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겨울처럼 꽃을 피우지 못하는 생명으로 가득하다. 

- 우리는 질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의 정맥에 항암제를 흘려 넣으며 죽음을 향해 함께 나아갈 뿐이다. 

- 병원은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는 죽음의 현장”으로 자리잡았다. 

- 죽음은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예의 바른 대화 주제에서 제외됐다. 이제 의사는 죽음을 입에 담지 못하고, 가족들은 죽음을 목격하지 못한다. 

-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이 방 한 칸에 다 들어간다는 사실에 놀랐다. 

- 늙어가며 작고 쇠약해질수록 소유한 물건이 줄어들고, 거주지가 작아지고, 관계가 좁아졌다. 결국 우리는 빈손으로 죽는다. 그렇기에 생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 이 책에는 죽어가면서도 좋은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이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잘 죽기 위해, 또 잊힌 죽음의 기술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우리가 평생에 걸쳐 길러야 하는 덕목은 무엇일까?

- 인간이 사회적인 존재인 만큼 죽음은 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사건이다. 


영원한 내리막길도, 오르막길도 없는 인생


야당 당대표님의 단식이 19일째를 맞이하는 날 아침(9월18일 월요일), 대표님은 여의도 성모병원을 경유해 중랑구 소재의 녹색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국회에서의 단식은 일단락 되었으나 병원에서도 수액을 맞으며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셨다고 한다. 단식 이후의 많은 정치적 해석과 파장은 어찌 보면 이제 시작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총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정당과 정치인들은 여러 번의 파도타기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내리막길 뿐일 것 같던 정치인들이 화려하게 컴백에 성공하여 날아오르기도 하고, 실패 따위는 그들의 인생에 절대로 없을 것만 같던 정치인들이 사소한 혹은 엄중한 이유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한다. 영원한 내리막길도 끝없는 오르막길도 없는 셈이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했고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자, 말이 퍼지기도 전에 꼬꾸라지는 꼴도 자주 목격했다. 


 

한 사람의 삶은 화려하든 초라하든 영욕이 뒤섞여 있고 좋았던 날과 아쉬웠던 날이 촘촘하게 교차되면서 노년이라는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가게 되는 법이다. 쇠약과 퇴행을 끌어안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두운 긴긴 터널을 통과하면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삶은 어찌 보면 죽음이라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완성되는 셈이다. 내리막길 끝에 다다라서야 본인의 이름과 생몰연대가 기록된 작은 깃발 하나 꽂는 셈이다. 바로 죽음이라는 최고봉 등정이다. 늦더위와 가을바람이, 소나기와 장맛비가 지난주도 이번주도 연일 오락가락이다. 9월 말이라는 계절을 잊은 모양이다. 9월이 가면 올해도 다 갔구나 하면서 한 해의 내리막을 이야기할 것이다. 연말연초의 화끈함을 떠올리면 9∼10월은 잠시 쉬어가는 시기이다. 그래서 가을은 죽음을 닮아 있다. ‘내리막 같은 오르막길’이라는 제목을 떠올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집안 어르신의 명복을 빌며,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언젠가 다가올 “끝”에 대해서 상상해 본다. “끝이 있다”는 주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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