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이사장 김용익)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45∼69세 중장년층 10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돌봄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미 돌봄이 가족과 우리 사회에 재난적 수준에 와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중장년층 20.3%, 가족 돌봄으로 직장 포기
조사대상 중 ‘가족 돌봄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20.3%에 달헀으며, 현실적 어려움으로는 △노동과 여가시간 부족(71.8%) △의료비, 간병비 등 경제적 부담(69.3%) △건강악화나 심리적 소진(65.8%) 등을 꼽아 커다란 경제적·일상적 고충을 겪고 있었다.
또 조사대상의 51.7%는 가족 중 돌봄이 필요한 구성원이 있다고 답한 가운데 가족 돌봄의 방식은 ‘가족이 전적으로 돌봄’ 55.4%, ‘가족과 요양보호사와 함께 돌봄 병행’ 26.8%로 나타나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는 중장년층이 10명에서 8명꼴로 가족이 직접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돌봄 하루 평균 시간은 ‘가족이 전적으로 돌봄’이 8.1시간, ‘가족과 요양보호사와 함께 돌봄 병행’에서도 6.4시간으로 평균 7.3시간이었으며, 가족 돌봄 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적 경험은 ‘가족을 돌보는 일에 책임감을 느낀다’(92.4%)가 가장 높았지만, 동시에 ‘충분히 잘 돌보고 있지 못한다는 죄책감’(64.4%), ‘돌보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음’(58.7%), ‘나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 같음’(54.0%) 등을 답해 가족 돌봄에 대한 스트레스 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돌봄 끼인 세대’로 인식
중장년층의 45.9%는 부모님이 돌봄이 필요할 경우 돌보겠다고 답했으며, 돌볼 의사가 없다고 답한 경우는 14.8%에 그친 반면 자녀로부터 돌봄 받기를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17.2%만 ‘그렇다’고 답했고 82.8%인 대다수는 자녀의 돌봄을 원치 않았다. 즉 우리나라 중장년층 중 절반은 부모님이 돌봄이 필요할 경우 돌보겠지만, 자녀는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돌봄 끼인 세대’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장년층 당사자는 돌봄 필요시 원하는 방식을 ‘집에서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도움’(44.8%), ‘시설 돌봄’(43.9%)으로 답했다. 하지만 시설 돌봄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중장년층의 3명 중 2명꼴인 66.3%가 ‘가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나 ‘가족의 경제생활과 일상생활을 위해’ 때문이라고 답해 시설을 선택한 주요 원인이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비자발적인 선택’임을 보여주고 있다.

돌봄 시설 입소자 50% “입소 원하지 않았다”
부모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요양시설에 입소시킨 중장년층 중 50%는 당사자가 원하지 않았어도 시설에 입소시켰다고 답했으며, 본인이 원했다는 답은 38.1%에 불과했다.
시설에 입소시킨 이유는 ‘가족 중에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79.8%), ‘가족들이 모두 일을 하고 있어서’(71.4%)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시설에 보낸 후에 ‘미안함’(92.9%), ‘다른 가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84.5%), ‘죄책감’(76.2%), ‘우울감’(63.1%) 등의 감정을 답해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현실적 대안이 없어 ‘무거운 돌봄 부담’ → ‘시설 강제 입소’ → ‘미안함, 죄책감’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중장년층이 미래에 본인의 돌봄에 대한 인식에도 그대로 투영돼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들은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가족이 원하면 요양보호사나 요양시설 등에 돌봄서비스를 받을 것’(88.2%)이라는 답변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는 본인이 원하는 방식과 무관하게 자신의 미래 돌봄이 결정될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요양시설 등 돌봄 시설을 꺼리는 이유는 ‘요양시설 밖을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을까봐’(84.6%), ‘요양시설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81%)가 대부분을 차지해 요양시설에서의 ‘자기 결정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현재 돌봄서비스 평가, ‘부족하다’ 83.9%
중장년층의 절대다수인 95.5%가 ‘앞으로 돌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답해 돌봄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장년층이 부모님 돌봄시 가장 선호하는 돌봄 형태는 ‘요양호사 등 전문인력이 주로 돌보되, 가족이 보조하는 방안’(39.5%), ‘가족이 주로 돌보되, 요양보호사 등 전문인력이 보조하는 방안’(29.6%)이 차지해 10명에 7명은 어떤 형태든 가족의 돌봄을 선호했으며, ‘전적으로 요양시설에 입주하여 전문인력이 돌보는 방안’(26.5%)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특히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부족하다’(83.9%)가 압도적이었으며, 연령대별로는 45∼49세 92.4%, 50∼59세 84.1%, 60∼69세 79.1%로 나타나 부모를 직접 돌보는 연령대일수록 높았다.
이밖에 돌봄 서비스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확대’가 80.4%를 차지했고, 가장 필요한 돌봄 지원은 ‘의료비나 간병비 등 경제적 지원’(72.3%),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등 돌봄인력 지원’(55.8%) 순이었다.
이와 관련 김용익 이사장은 “돌봄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본인과 가족은 45∼64세 33%, 65세 이상 16%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한다”며 “돌봄 문제는 이미 대부분 가정의 절박한 문제이고 재난 수준에 와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이사장은 “돌봄 문제와 관련해 계속 걱정만 하고, 대책은 너무 미비하다”며 “현재 일부 자치단체가 나름대로 벌이고 있는 사업만으로는 안 될 것이며, 중앙정부가 속도를 내고 노력해야겠지만 국회도 시급히 법안을 만들어 지역사회돌봄이 정착되고 획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