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법률안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이 30일 제406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의장 김진표)에 부쳐져 재심의했지만 최종 부결됐다.
간호법 본회의 재의의 건 표결은 국회법 제112조 제5항에 따라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헌법 제53조 제4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국회에서 의결될 수 있다.
재표결 결과 재석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이날 표결에 앞서 토론에서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21대 총선 공약이었다. 자신들이 내세웠던 대선·총선 공약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부정이자 국민 기만행위이고,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정훈 의원(시대전환)은 “간호법의 겉모습은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전반적 처우 개선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호사만의 이익을 위해 타 직역의 업무와 자격기준까지 간섭하는 법이라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며 “간호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간호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간호사 뿐만 아니라 13개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 모두가 찬성하는 법안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미 의원(정의당)은 “간호법이 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며, 실제로 신뢰와 협업을 저해하는 것은 낡은 의료법 체계와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하는 의료기관, 이를 방조하는 정부 당국”이라며 “간호법의 간호사 업무 범위와 현행 의료법이 동일한데도 간호법이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 의료체계 문제를 간호법에 덮어씌우는 후안무치한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한 직역을 넘어 다른 영역의 직역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국회 스스로가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간호법 자체의 통과에만 목적을 두고 논할 것이 아니라, 간호법이든, 간호사법이든, 간호사 처우 개선법이든,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첫째도, 둘째도 간호사 처우 개선”이라고 호소했다.

표결 후 김진표 의장은 “여야가 한 걸음씩 양보해 간호법안에 대한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여러 차례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치적 대립으로 법률안이 재의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마련하는 법안이 국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고에 실질적으로 도움 될 수 있도록 여야 정부가 함께 마주 앉아 간호사의 처우 개선,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의 해소, 의대 정원 확대, 의료 수가 현실화, 무의촌 해소 등 지역 의료기반 확충을 포함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처우개선 등을 주요 골자로 담고 있는 간호법에 대해 타 의료 직역단체들은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으며,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