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혜 한의사(강남탑한의원 진료원장)
3일 약 1만여 명의 국내외 참가자들이 도심 속을 질주하며 건강과 평화를 기원하는 ‘제22회 국제평화 마라톤대회’가 개최됐다. 강남구한의사회에서는 거의 매년 이 마라톤대회에 참여해 침 치료, 건식 부항, 테이핑 요법 등 한의치료를 해왔었고, 필자는 올해 이 대회에 진료 한의사 자격으로 참여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한의사로서의 역할: 현장의 긴급한 손길
마라톤은 오랜 시간 동안 전신을 사용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고강도 운동이다. 때문에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하기 쉬운데, 특히 하프 코스 이상을 완주하려는 참가자들은 무릎 통증, 허리 뻐근함, 근육 경련, 발목 부상, 발바닥 통증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곤 한다.
현장에 마련된 강남구한의사회 진료 부스에는 여러 한의사들과 한의대 학생들이 배치돼 경기가 시작되기 전과 도중, 그리고 종료 후까지 참가자들의 몸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치료를 신속하게 제공했다. 침 치료를 통해 뭉친 근육을 이완시키고, 부항으로 혈액 순환을 도우며, 테이핑 요법으로 근육과 관절을 안정시키는 처치가 주를 이뤘다.
한 참가자는 마라톤을 완주한 후 극심한 통증 때문에 절뚝이며 부스를 찾았는데, 치료를 받은 후 통증이 눈에 띄게 완화됐다며 환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완주 직후 도로에 쓰러졌는데, 현장에서 침 치료와 부항 치료를 통해 하체 전반의 경련을 풀어줄 수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이번 마라톤대회에는 젊은 세대의 참가자들도 많았는데, 한 참가자는 처음 받아보는 침 치료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다음에는 한의원을 직접 찾아가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외국인 참가자들도 치료를 받으며 한의학에 대해 신기해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한의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순간들, 그리고 그를 통해 한의학의 가치를 알릴 수 있었던 이번 진료 봉사는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와 보람으로 다가왔다.
대회 참가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함께한 한의진료
이번 마라톤대회의 또 다른 의미 있는 부분은 비참가자에게도 열린 무료 진료였다. 가족을 응원하러 온 시민들, 통증으로 고민하던 군인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부스를 방문했다. 그분들에게 한의학 치료의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한의학이 만나 소통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어르신 한 분은 “암 투병 이후 혈액순환이 안돼서 발이 계속 차갑고 쥐가 자주 난다”라고 했는데, 팔풍혈(八風穴)을 비롯한 관련 혈자리에 침 치료를 받은 후 순환이 잘 되는 것 같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현장의 반응을 통해, 공공의료로서 한의학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소중한 경험, 그리고 다짐
올해 국제평화 마라톤대회는 단순한 진료 봉사를 넘어, 한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땀 흘리며 달리는 참가자들, 그들을 응원하는 가족들, 고통을 이겨내며 끝까지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감사함을 경험했다.
마라톤이라는 열정의 공간에, 한의학이라는 전통의 지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지역 사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한의학이 국민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 소중한 진료봉사 기회를 마련해 주신 강남구한의사회에 감사드리며, 함께 땀 흘리며 참여해 주신 원장님들과 여러모로 도움을 준 한의대 학생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