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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개 처방 분석으로 한의학 기본체계 확립
“한의학의 기본틀을 충실히 하고 이것을 근본으로 임상에 응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기본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의 근본 이론이나 원리가 없이 임상을 계속한다면 치료의 재현성, 객관성, 정확성을 도외시하게 돼 결국 한의학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다.”
15년간에 걸친 오랜 노력 끝에 2,223개라는 방대한 량의 한의학 방제(方劑)를 DB화한데 성공한 원광대 한의과대학 윤용갑 교수.
윤 교수는 최근 들어 한의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一針二灸三藥’의 본질이 퇴색되고, 단지 경영에 도움이 될 있는가, 없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세태를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만, 성장 등 여러 양태에 대해 특화라는 미명아래 한의원 경영관리기법에 의해 한방치료기술이 보조적 수단으로 전락하다 보니 침과 처방이라는 한의학의 기본이 망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또 “이제는 과거와 같이 어떤 약을 썼더니 어떤 질병이 낫더라는 식의 자기 주관적 평가로는 한의학의 세계화를 달성할 수 없다”며 “어떤 질병이 어떤 처방에 의해 어떻게 어떻게 낫더라는 식의 객관적인 증명, 즉 누구든지 이해 가능한 근거를 제시해야만 한의학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같은 그의 신념이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 ‘新 東醫方劑 2223’이라는 DB화다. 윤 교수는 데이터베이스를 곧 책으로 출간해 객관적인 해석 방법론을 통해 환자의 치료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15년전 동국대 한의대 재직시절부터 시작한 방대한 분량의 방제 해석이 무려 2,593쪽의 지면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각 방제 도해화로 쉽게 설명
이와관련 윤 교수는 “개별 구성약물의 작용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하였기 때문에 처방의 가감에 대한 운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특히 새로운 환경과 현대의학적인 질병관에서 바라본 한방처방 임상응용 해설을 첨가시켜 난치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2,223종의 방대한 분량의 처방에 대하여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기본방을 중심으로 방제를 도해화(圖解化) 했다”며 “복잡하게 구성된 복방(複方)이라 해도 한의학적 이론근거가 확실한 기본방을 중심으로 해석함으로써 마치 건축물의 설계도면을 보듯이 그 처방의 근본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가령 雙和湯의 경우 氣血俱傷한 사람에게 활용하라고 되어 있지만 氣血俱傷은 八物湯 十全大補湯에서 氣血俱虛 개념이 아니라 쌍화탕의 합방이 黃芪 健中湯과 四物湯이고, 黃芪健中湯은 桂枝湯에 衛氣를 도와주는 黃芪를 主藥으로 하고 桂枝가 이를 돕기 때문에 쌍화탕에서 기의 의미는 ‘衛氣’의 의미가 훨씬 강조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즉, 衛氣가 허하거나 혈이 허한 사람이 房室過度나 勞傷, 大病으로 땀이 나면서 傷寒에 잘 감촉될 때 사용하는 方劑임을 알 수 있게 하여 준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또 “처방분석시스템을 통해 동의 방제를 체계화한 것은 한의학이 보다 객관적이고 근거중심의학으로 발돋움해야 세계적인 의학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누구도 쉽사리 시도하지 못했던 방대한 량의 방제 분석. 하지만 그에게 이것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작업이 종료됨과 동시에 ‘동의보감’과 ‘방약합편’에는 수록돼 있지 않은 처방서의 寶庫인 ‘의종손익(황도연 저)’의 방제 분석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의학 정체성 심각히 고민해야
한의학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한의학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한의학의 임상적 활용 방법을 높이는 길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한의학의 기초에서 찾는 윤 교수. 한의학의 기초가 튼실해야만 한의학의 미래가 있다는 그의 믿음이 한의학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