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 적을 두고 크고 작은 많은 일을 겪었지만 매사에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왔기에 오히려 홀가분하다.”
31년이 넘는 세월을 한의계에 몸담아온 경희대학교 이형구 교수(65·폐계내과).
그가 지난달 28일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마련한 정년퇴임식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정3품 통정대부를 지낸 조부와 용산구에서 보수당 한의원을 개원했던 부친에 이어 3대째 한의계에 투신한 이 교수.
그의 아들 이성환 씨도 가원한의원을 개원, 4대째 가업을 잇고 있어 남다른 한의학 사랑을 대를 이어 보여주고 있다.
경희한의대를 졸업한 후 개원을 하고 있었던 72년도에 경희대 부속병원이 추진한 네바다주 파견의에 지원, 최종 선발된 이 교수는 3개월간 교육을 받았으나 이 사업은 결국 추진되지 못했다.
이를 인연으로 75년 3월17일 개원한 영등포 한방병원에서 근무하다 79년 1월 경희의료원으로 다시 옮기게 된다.
그 이후 대학병원에서 5내과 과장, 교육부장, 진료부장, 경희대 분당한방병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학회에서는 내과학회장, 학회이사, 학회이사장 등의 직무를 수행했다.
올해부터 학회의 주최로 전국한의학학술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에 감회가 남달랐다는 이형구 교수.
“학회가 협회와 분리되지 않았던 시절 학회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당시 학회의 독립을 역설하고 학술대회의 주최주관은 학회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터라 재임하는 동안 처음으로 학회 주최주관으로 전국한의학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교수는 ‘매사에 성실히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로 이를 항상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본연의 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한 그는 “학생은 공부를, 기초에서는 심도있는 연구를, 임상에서는 난치병에 대한 좀더 깊이 있게 연구해 지금보다 더 높은 치료확률을 높이는 방법 모색을, 협회는 한의사의 의권을 높이는데 그 책무를 두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소 학생은 공부가 최우선의 책무임을 강조한 그의 가르침은 한약사법 문제로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시절 그가 한의대 학장으로 부임하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복귀한 보기 드문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대해 동료 교수들은 이 교수가 늘 학생들을 진솔하게 대해 신뢰를 줬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특히 의료인은 무엇보다 환자의 질병 치료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한 이형구 교수.
“한방과 양방 두 학문 모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두 학문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부족한 점을 서로의 학문에서 찾아 보완하고 협력하려는 자세를 갖고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해주려는 노력이 의료인으로서 양심에 거리낌 없이 최선을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교수는 양방의 계속되는 한의학 흠집내기에 대해 “우선 한의사들이 우수하고 안전한 한약재를 사용해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하며 질병치료에 있어서는 EBM중심 연구로 치료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DB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도 의료기사지휘권이 뒷받침 돼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당분간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여건이 되면 제2의 진료사업을 하고자 한다”며 향후 계획을 밝힌 이 교수.
그는 “늘 최선을 다해 크게 아쉬운점은 없지만 폐계내과를 좀더 확충하지 못한 점과 한의대 학장 재임시 동료교수 두분이 본의아닌 일로 학교를 떠나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