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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0일 (일)

박 용 신(대한한의사협회 남북협력위원, 기획이사)

박 용 신(대한한의사협회 남북협력위원,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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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온정리 인민병원을 다녀와서…



진료·의료기기·의약품 지원 협의

고려과 진료 우호적… 참여기회 확대



2월17일(일)부터 19일(화)까지 금강산 온정리 인민병원에 다녀왔다. 얼마 전인 2월13일에 국제보건의료재단과 우리 협회가 북측 협력과 해외 진료 지원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하였고 이 협약에 따라 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강산 온정인민병원 고려과를 돌아보고 진료 활동 및 의료기기, 한약 등 의약품 지원을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인민병원은 현대아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강산 온정리 지역 바로 옆에 있다. 북측의 온정리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관광객은 들어가지 못한다. 북측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에 있는 온정인민병원은 2006년 9월에 건립되기 시작해서 작년 11월14일 개원했다. 온정리 주민 약 8000여명에게 진료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2주에 한번씩 남측의 내과, 산부인과, 안과 등 의사들이 들어가 50여차례 정도 진료해왔다. 한의사가 들어가서 진료한 것은 지난번 함소아한의원에서 진료한 이후로 처음이다.



금강산까지 가는 일정은 꼬박 하루가 걸린다. 서울 종합운동장 역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여 남측 출입국 사무소, 군사분계선, 북측 출입국 사무소를 거쳐 금강산까지 들어가려면 일일이 검역과 수속을 밟아야 한다. 버스를 갈아타고 기다리는 시간은 해외여행 때보다 더 복잡하다. 도착은 4시반.



이번 여행의 일행은 국제보건의료재단 2명, 의사협회 3명(안과, 내과, 성형외과), 레이저 의료기기 회사 관계자 2명, 복지부 직원 3명이다. 첫날은 도착 후 쉬거나 교예단의 공연을 보지만 다음날부터 셋째날 오전까지 진료를 하고 나오는 일정이다.



그동안 북측에서 고려과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국제보건의료재단과 한의사협회가 서로 연락이 닿지 않아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다가 이제야 지원이 이루어져 약간 늦은감이 있다. 한의사는 함소아한의원의 최석중·이석원 원장이 1번 방문하여 침을 시술하고 탕약과 과립제를 투약한 적이 있다.



온정인민병원 고려과가 어떤 모습일까 기대했지만, 가서 본 소감은 한마디로 열악하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고려과는 약 3~4평 정도로 아주 작은 공간에 책상 하나와 허름한 약장과 입원실용 작은 침대 2개, 그리고 한약재를 넣어 놓았다는 박스 상자가 전부였다. 가지고 있는 의료기기는 예전에 쓰던 굵은 동침 10여개가 전부였다. 한약재도 거의 없었다. 약초를 재배하여 자체 수급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한약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 같다.



약장을 열어 보았으나 100여개의 한약재 중 20~30여개만 채워져 있고 창고에 약이 있다고 했지만 오래돼서 쓰기 힘들다는 식으로 고려과 의사가 이야기한다. 고려과에는 아주 예쁜 원산의학대학 고려과를 졸업한 젊은 여의사가 진료하고 있었다. 원래 온정리 출신이고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에 배치된 것이라고 한다.



둘째날, 북측 온정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15명 정도 진료했다. 북측에서 남측 의사한테 진료를 허용해 준 경우가 거의 없는데 상당히 특이한 경우이며 앞으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이번에 진료를 위해 왕진가방을 준비해 갔다. 왕진가방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서 북측 호담당 의사를 위해 준비한 것으로 들고 다니면서 간단한 진료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왕진가방 내용물은 혈압계, 체온계, 설압자, 솜통, 진단 망치, 가위, 핀셋만 있어서 따로 부항기, 호침, 삼릉침, 뜸, 휴대용 전기침을 채워 넣어 가지고 갔는데 향후에 이런 식으로 왕진가방을 만들어 공급한다면 아주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북측 주민들은 주로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을까? 평소 남측에서 진료하던 것과 어떻게 다를까? 말은 잘 통할까? 북측 고려의사와 의사소통은 잘될까? 어떤 식으로 치료방법이 다를까? 궁금한 것이 많았다. 진료한 환자들이 주로 호소한 질환은 간단한 소화기(체함, 명치가 답답함, 설사 등을 호소), 호흡기(기침, 가래 등) 질환과 전신 부종, 심한 심계 등 만성질환자도 있었다. 진료상 특이점은 모든 질환에서 ‘血虛’를 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영양 공급 부족 등이 기본 원인이고 여기에 장부의 병증이 겹쳐 생긴 것으로 보인다. 고려과 의사에게 주민들에게 주로 무슨 병이 많냐고 물어본 결과, 소화기와 호흡기가 많고 특히 간 질환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 간질환은 아마도 간염으로 인한 황달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같이 간 내과 의사의 전언으로는 당뇨는 거의 없으며, A형 간염이 다발하는 것 같다고 한다. 북측에서는 이 부분을 숨기려는 경향이 많아 아직 정확한 사실 파악은 힘들다.



이제 본격적으로 남측 한의사들이 온정인민병원에서 진료하려면 우선 기본적인 진료시설이 갖춰져야 할 것 같아서 어떤 것이 필요한 지 서로 협의하였다. 온정인민병원 원장에게 일단 공간이 너무 협소하여 지원하려고 해도 할 수 없겠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공간이 부족하여 남아있는 공간이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현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하였다.



우선 활용성이 떨어지는 약장을 치우고 박스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베드 2개 정도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원 내용도 공간이 작아 큰 의료기기를 놓을 수 없으므로 작은 의료기기와 물품을 중심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한약재를 지원하고 것도 의미가 있지만, 탕제로 달이거나 환을 만들 수 있는 물품이 같이 들어가야 하므로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당장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과립제를 중심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고려과 의사에게 많이 쓰는 처방이 무엇이냐고 물어봐서 목록을 정하였다.



물품지원은 침대같은 것과 전침, 적외선등, TENS 등 비교적 간단한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침, 부항, 뜸, 탈지면, 에탄올, 반창고 등을 무엇보다 시급히 지원해야 고려의사가 직접 진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적산, 당귀보혈탕, 소시호탕, 보중익기탕 등 과립제가 필요하다.



고려과 진료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북측에서도 고려과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항상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항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다음 진료일은 4월경에나 가능할 듯하다. 예전과 다르게 방북하려면 적어도 1달 전에 신청해야 하므로 3월에 방북은 힘들다. 지원물품은 한의사협회와 국제보건의료재단이 상의하여 국제보건의료재단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고, 나머지 물품은 의료기기업체나 제약회사에 스폰서를 요청하여 마련해야 한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북측 온정인민병원 진료에는 앞으로 한의사뿐만 아니라 제약회사나 의료기회사 관계자도 같이 방북하여 참여 기회를 확대하면 좋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더욱 빛이 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진료할 준비가 마련되면 공개적으로 온정리 인민병원에서 진료할 한의사를 모집하여 순서를 맞춰 장기적으로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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