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케이션은 신뢰다 16
얼마 전 프랜차이즈 한의원 분당점에서 근무하는 한의사로부터 같은 프랜차이즈인데도 입점 위치에 따라 환자의 연령이나 직업, 사회적 위치, 한의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한의원은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에 위치해 있는데 깐깐한 젊은 새댁들이 많아서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한의원보다 환자나 보호자를 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인터넷상으로 자신의 병명이나 치료법에 대해 알고 오는 경우야 부지기수고 한의원 서비스나 한의사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기대치가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한의사에게 기대하는 부분 또한 사뭇 다르다. 광화문 지점을 찾은 환자는 한의사가 치료만 잘해주면 조금 권위적이거나 불친절한 면이 보여도 의례 ‘바쁘서 그렇겠지’하며 잘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그러나 분당점을 찾은 환자는 한의사가 실제 치료를 잘 해도 태도가 불친절하거나 권위적이면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심하면 바로 컴플레인을 걸고 두 번 다시 찾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실제 치료 못지않게 병원의 서비스와 한의사의 태도, 논리적인 설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바로 맞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강남과 강북, 아파트촌과 테헤란로, 남녀공학과 여대 등 그 차이에 따라 그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우선순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자의 (병에 대한) 지식수준에 따라 치료에 대한 결정권이나 정보의 일면과 양면 제시가 효과적으로 선별돼야 한다. 즉 한의원을 찾은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경우라면, 어떤 치료나 복용 약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한의사가 딱 결정을 내려주는 ‘결론 명시형’ 보다는 최종 선택권을 환자에게 주는 ‘결론 유보형’이 효과적이다.
만약 이런 환자에게 한의사가 어떤 시술이나 약복용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환자는 한의사가 대단히 권위적이거나 불친절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차근차근 설득을 진행하며 마지막에 핵심이 나오는 신근효과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 반면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에는, 오히려 치료에 대해 한의사가 결정을 내려주는 ‘결론 명시’가 효과적이다.
이런 환자에게 결론이 뒤에 나오는 ‘결론 유보’로 이야기하면 환자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한의사가 책임을 회피한다고 생각해 신뢰를 잃는다. 그러므로 환자의 지적수준, 치료법이나 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판단해 설명의 스타일이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앞서 예로 들었던 프랜차이즈 병원을 보더라도 분당점은 젊고 깐깐한 미시 주부들이 많이 찾는 만큼, 의사가 진료 시 설명 할 때도 구구절절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핵심만 추려 논리적으로 전하며 시술이나 약에 대한 결정권을 환자에게 주는 ‘결론 유보’가 좋다.
반면 광화문에 위치한 한의원은 그야말로 각지에서 다양한 연령과 수준의 환자가 찾아오는 만큼 한의사가 진료 시에 설명할 때도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며, 시술이나 수술에 대해서도 한의사가 결정을 내려주거나 가장 효과적인 것을 권해주는 것이 환자에게 믿음 있는 한의사로 인식된다.
무한 의료 경쟁시대, 같은 진료를 하더라도 일괄적인 방식이 아닌 환자의 기대와 수준에 맞는 적절한 맞춤 커뮤니케이션을 선별해 활용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한의사들에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