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대한약전서 자하거 삭제는 예정된 ‘거짓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자하거 추출물, 자하거가수분해물 등 사람의 태반 의약품을 한의원에서 원천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행정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의계는 식약청 처사에 분노와 책임자 처벌 요구하는 한편, 집행진의 강력대응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자하거는 2005년 대한약전 개정 당시 식약청이 ‘한의사의 자하거 처방전을 대한약전 및 한약규격집에서 삭제하면, 이것을 의약품 대용으로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식약청은 당시 규정 삭제가 한의사의 자하거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거짓을 ‘자인’한 꼴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셈이다.
그동안 한의사의 자하거의 사용을 놓고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가 해결된 현 상황에서는 한의사의 자하거 사용자체에 시비를 다시 걸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주장처럼 엽기적(?)이던 자하거를 독점 사용하기 위해 한의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신의 전유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과거 한의사의 침 사용을 미신이라 비난했던 의사들이 이제는 침을 IMS라 부르며 자신의 치료법이라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숫제 모든 침은 의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상식에도 없는 주장을 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식약청의 한의사 자하거 불허 주장의 근거는 약사법 2조 5항과 6항에 명시된 한약과 한약제제의 정의에서 인태반 유래의약품은 한약과 한약제제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두고 있다. 이는 11종 기성한의서에 수재된 자하거는 인태반 유래 의약품과 다르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재의 자하거는 엄연히 같은 기원의 한약재이며 또한 과거나 현재처럼 가공된 의약품 이전에 한약재였다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현대기술로 가공하고 포장만 하면 한약재가 아니다는 주장이, 이제는 한의사와 전혀 무관한 의약품으로 돌변하는 조화를 부린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한약의 과학화의 실체일 수도 있어 섬뜩해지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현행 법규상 태반과 관련된 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었지만 한방전문의약품과 양방전문의약품으로 나누어지지도 않은 상태다. 이처럼 분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의사에게 자하거 사용을 금지한 것은 한약을 모두 양약으로만 만들겠다는 의도 외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
만일 인태반처럼 추출 또는 가수분해, 멸균 등 공정을 거쳐 제제화 된 의약품에 대해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할 경우, 앞으로 모든 한약에 원용할 경우 머잖아 한의사는 한약을 손에서 떼놓을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자하거에 대한 행정지시를 받은 제조사가 행정지시가처분신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식약청은 복지부로 공을 넘겼다.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되는 등 나쁜 것은 한약이고, 모든 것을 정제하고 깨끗한 것은 생약이라는 냉소적인 어느 전문기자의 넋두리는 이번 자하거 사태에서 명약관화하게 보여 주었다.
가뜩이나 약사 출신 신임 식약청장이 취임해 뒤숭숭한 가운데 이번 자하거 사태는 한의약 육성발전과 규제 완화를 천명한 새 정부와 이를 정면으로 막아서는 식약청의 한의약 정책을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