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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9일 (토)

백은경원장의 진료실 이야기8

백은경원장의 진료실 이야기8

자폐아동 치료의 핵심은 ‘語遲 치료’

장애 근본적 개선… 인지와 언어 발달 중요

인지·언어 발달에 한의학 역할 재조명돼야



어느 날 귀엽고 퉁실퉁실한 남자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가 탈진상태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한의원에 오는 동안 지하철 안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좋건 싫건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인지라 지하철을 타자마자 아이의 엄마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들 아시죠? 자폐증이라고…우리아이가 바로 그래요. 그래서 여러분들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라고 말을 했다한다.



그리고는 지하철이 출발했다. 얼마 되지 않아 바깥풍경을 보면서 흥분한 아이가 육중한 몸으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고, 가냘픈 엄마는 간신히 제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 있던 어른들이 ‘자폐아라 해도 그렇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고 한다. 이 광경은 결국 우리 사회가 자폐아 혹은 자폐성향의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적절한 배려를 하지 못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자폐자녀를 기르고 돌보는 것은 서울대 소아정신과 모 교수의 말대로 ‘죽을 때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다. 그것도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고군분투를 하면서 버텨야 한다. ‘레인맨’과 ‘말아톤’을 기억해보자.



두 주인공 모두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말한다. 하는 톤이 단조롭다. 교감을 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자연스러움이 없다. 단지 본인이 하고 싶은 최소한의 표현을 말로 할 뿐이다. 레인맨의 주인공처럼 극히 일부 자폐인은 특정 분야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서번트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폐인은 IQ 50 이하의 지적장애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자폐 특성 외에도 인지 결함으로 인한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더더욱 언어를 매개로 하는 이해와 소통이 어렵다. 더 곤란한 점은 3~70%가 뇌에 이상파를 보이고 있고, 사춘기로 갈수록 간질발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자폐증이 있는 자녀에게 지능 저하에 이어 간질발작까지 겹치면 열심히 달려왔던 부모들조차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적·정신적·심리적·경제적인 노력에 비해 과연 아이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지, 부모 먼저 세상을 떠날 때 편히 눈감을 수 있겠는지 걱정과 탄식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지원하는 조기교육과 의료지원, 세금감면 등은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폴란드만도 못하다.



말아톤과 레인맨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안봤다는 부모들에게 한의학은 무엇으로 도움을 줄 것인가?



나는 그 답이 ‘語遲치료’에 있다고 본다. 물론 자폐아동 특유의 정서문제에 대해서나 행동문제에 대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데는 인지와 언어 발달이 가장 핵심이다.



Ⅰ,Ⅱ로 나누어 우선 자폐아동의 언어 특징을 이해한 뒤 실제 치료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언어발달의 지체

자폐아동의 50%는 말이나 몸짓언어(제스처), 표정을 읽는 능력을 평생 동안 습득하지 못한다. 25%는 정상적인 언어와 몸짓언어, 비언어적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25%는 제한된 의사소통 기술을 가질 수 있다.



반향어

말할 수 있는 자폐아동의 85%는 메아리처럼 되뇌이는 반향어를 사용한다. 말을 들은 즉시 되풀이하는 즉각적인 반향어와 한참 후에 혹은 며칠, 몇달 후에 되뇌이는 지연반향어가 있다. 오래 전에 들었던 단어는 물론이고 동화책 내용, 드라마 내용까지 그대로 반복한다.



한편 반향어는 요구하기, 자기조절, 저항하기, 긍정하기 등의 의사소통 기능을 하기도 한다. 즉 자신이 배고파서 밥을 먹고 싶을 때에 ‘밥 주세요’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 밥 줄까?’라고 말한다. 이것은 엄마가 자기에게 했던 말투를 그대로 되뇌어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다.



대명사 도치

자기 자신을 ‘나’로 지칭하기보다는 엄마가 부르는 방식으로 ‘너’라고 표현하거나 혹은 ‘자신의 이름’을 대어 표현한다. 이런 표현방식은 평생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운율

특유의 리듬감, 부적절한 강조, 부적절한 억양,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특징을 보인다. 가성처럼 들리는 high tone으로 말하거나, 소리를 지를 때는 목소리가 크지만 말할 때는 기어들어가듯, 속삭이듯 말소리가 작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비정상적인 언어소통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 특히 상대편이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 대화를 하다가도 불필요한 세부항목에 집착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대화가 넘어간다. 고의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의도를 무시하고, 일방통행식으로 말한다.



언어의 의미론적 문제

자폐아동은 아는 단어가 많아도 실제 대화에서의 사용에는 제한이 많다. 단어를 익혔지만 활용이 안된다. 그러다보니 문장표현이 세련되지도 유창하지도 않고 짧은 편이다. 발음이 좋아도 여전히 대화는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거나 부적절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쉬워 효과적이지 않다. 일부에서는 단어도 알고, 글자를 읽지만 전혀 활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말할 수 있는 자폐아동조차도 ‘누구,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등 의문사가 들어간 표현을 스스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언어이해의 결함

자폐아동은 언어를 문자 그대로 이해한다. 때문에 남이 칭찬하는 뜻으로 ‘잘했다’ 하는 것과 비꼬는 말투로 ‘자~알 했다’고 하는 표현을 구분하지 못한다. 또 ‘쟁반 같은 얼굴’ ‘ 차가운 마음’처럼 비유나 뉘앙스가 들어간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다.



언어의 퇴보

일부 자폐아동은 30개월 이전에는 극히 정상적인 언어발달을 했었다가 이후 퇴보하여 결국 말을 전혀 하지 못하기도 한다.



언어발화와 예후의 관계

만 5세까지 말없이 놀거나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별로 없을수록 훗날 언어기능이 취약해진다. 만 5세 이전에 함묵한 기간이 길수록 초등학교 1,2,3학년 때까지도 언어 발달의 확장이 덜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리고 만 7세까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없으면 이후 평생 말을 못하고 지내게 된다.



소리(聲音)로는 욕구와 감정표현을 하게 될지라도 제대로 된 언어발화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정신지체아와 마찬가지로 자폐아동의 예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어능력과 인지능력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확장이 어려운 언어능력의 개선이야말로 자폐아동의 장애개선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정신지체 아동은 인지수준에 따라 언어 이해와 표현이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인지능력이 개선되면 언어 이해와 표현이 확장된다.



그러나 자폐아동은 언어가 늘면 인지수준과 적응행동수준, 사회성 발달이 나아지는 사례가 많다. 때문에 자폐아동 치료의 핵심은 語遲치료에 있고, 이 점으로 인해 한의학은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본다. 서는 語遲치료를 통해 자폐장애의 개선은 물론 장애인카드 말소에 이르는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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