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반사회적 행위 ‘바로 잡아야’
음지에서 불법으로 의료행위를 해오던 무면허 의료행위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싶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자신들의 행위를 합법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당당히 하는 것도 모자라 제도적으로 핍박을 받고 있는 억울한 피해자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민중의술전국연합회(회장 이규정·이하 연합회)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대교회당에서 ‘한민족 의료주권 선언대회’를 개최, “전통의술 합법화를 통해 의료주권을 되찾을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각계 인사 333인의 서명을 받은 선언문을 통해 연합회는 “민족전통의술을 시술자격에 제한을 두고 면허제란 울타리 속에 가두고 억압해온 지 100년의 세월이 흘렀다”면서 “민족전통의술이 명맥만 유지한 채 엄청난 퇴보를 가져왔고 그 손실도 크다”고 주장했다.
또 “전통 토착의술은 그 나라 민족의 역사이며 혼이고 문화이기 때문에 정서, 체질, 습성, 기후, 풍토에 가장 알맞게 발달해 왔다”면서 “환자가 어떤 치료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절대적 기본권리”라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이어 “세계최고의 손재주, 가장 발달한 감성, 뛰어난 의료자질을 기본바탕으로 하는 우리의 민중의술은 수천년 동안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우수성이 입증된 과학적인 의술”이라며 “특정 의료집단의 이익 보호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해 제도 개선과 의료법 개정, 의료교육 개혁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규정 회장은 “서양의학과 제도권 한의학 사이에서 고사하고 있는 전통민중의술을 대체의학으로 고쳐나가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뜻 보면 이같은 주장에 동정심이 발동하면서 자칫 솔깃할지도 모르겠지만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이들의 요구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먼저 이들은 민족의술을 살린다는 명목 하에 면허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가장 알맞은 제도를 개발하면 그것이 세계 표준이 되는 만큼 우선은 면허 제한 없이 전면 자유화하고 향후 부작용이 있으면 그때 가서 오로지 치료능력 유무만을 확인하는 최소한도의 면허제도를 강구하되 면허의 종류를 의술의 종류에 따라 다양화한다는 것이다.
또 의사와 한의사는 어떤 의술이든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양의학, 한의학 구분 없이 병 잘 고치고 배우기 쉬운 의술부터 배우도록 하는 4년 과정의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특정 전문분야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싶으면 대학원과정이나 특수전문학교, 한의과대학 등으로 진학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민족 민중의술을 자유화해 누구나 배우고 시술할 수 있는 바탕 위에 의료자질이 있고 기본적인 치료능력을 습득해 임상치료의 경험을 어느정도 쌓은 사람들이 한의과대학에 진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온 의료체계를 모조리 무시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무풍지대에 내놓자는 어이없는 발상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민중의술살리기 전국연합회가 창설될 당시 법률자문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은 공교롭게도 법을 지켜야할 현직 판사였다.
황종국 전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의사가 못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라는 제목의 3권짜리 민중의술 관련서적을 펴내는 등 현행 의료법에서 의사 이외에 의료행위를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국민의 치료수단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장외 법치무시행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의료법은 국민의 치료수단 선택권을 빼앗아 기본권 중에 기본권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해 왔다. 자칭 민중의술전국연합회가 현행의료법을 개정해 환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민중의술에 대한 국민 입법기간의 잘못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감정적 장외선전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너진 ‘법의 원칙’을 세워야 할 법치질서의 최후 보루자가 무면허 돌팔이들을 두둔하는 삐뚤어진 행위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반사회적 행위일 수밖에 없다.
법치국가의 성패는 바로 법의 원칙에 달려있기 때문이다.